설렘이 짜릿함이 익숙함으로 조금씩 자리해 간다.
벌써 13일째
몸에 베이는 듯한 익숙함은 13일이라는
날짜보다 훨씬 오래된 듯 하지만
숫자는 내 몸보다 명료하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짧게 느껴지며 빠르게
흐를 줄 알기에 애석하게도 구석구석을
훑는 나의 시간의 촉각은
또다시 분주해지는 느낌이다.
오늘의 여행지는 "바다"
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저 녀석을 위한 여행이다.
이곳에서 한 시간가량 걸리는 여수바다.
녀석이 좋아할지 겁내할지 기대반 설렘반으로
떠나본다.
오늘은 휴가철 것도 주말
여수에 가까워질수록 차들은 정체되고 복잡해져만 간다.
여수 엑스포란 여수를 알리는 푯말이 보이고
정유 산업단지를 지나고 나니
제법 익숙한 거리가 나온다.
몇 년 전 여수 한옥 호텔 오동재에서 휴가를
보냈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길에 가까워질수록 일주일 동안의
여수 여행이 선명하게 떠오르며
우리의 대화는 끊일 줄 모르고 이어졌다.
이토록 길게 이야기가 이어지고
아들과 다니던 여행지까지 들썩이며
다시 우연히 만난 추억의 여행이 펼쳐졌다.
어떤 이는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여행을 하고
어떤 이는 익숨함이 좋아 가던 곳을 자꾸 가는 이가
있다.
나도 그중 시간이 많지 않으니 항상 새로운 곳을
찾는 짧은 여행을 했었다.
물론 새로운 곳의 설렘과 짜릿함
여행지의 첫사랑 같은 느낌도 감히 잊을 수 없는
맛이지만
오늘처럼 다른 곳을 찾다가
익숙한 곳을 만나는 감회는
첫사랑과는 비교 안 되는
오래된 순정 같은 맛이라고나 할까?
꺼내고 꺼내고
가물거리고 잊었던 추억이 되살아나는 참맛
이거야 말로 왔던 곳의 여행의 묘미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한 달을 살던 이곳도 눈에 익어간다.
오르고 내리던 산책길도
마을 입구 구분길도
섬진강 도깨비 다리도
5일 장터 잘생긴 두붓집 아저씨도
미모의 정육점 아지매도
그나마 휴대폰 속에 남아 있던 기억을 얹으니
여수의 골목길 간장게장집도 선명해졌다.
어느덧 추억과 마주했던 그 길을 지나
바다에 다 다르다.
모사금 해수욕장
작은 마을에 위치한 조용한 해변가
관리도 안전대책도 마을 주민들이 꽤 신경 쓰며
관리하는 듯하다.
모래는 곱고 사장은 깨끗해
가족끼리 여행지로는 괜찮은 듯
제법 어린아이들이 많다.
녀석이 해변을 달리기 시작한다.
물이 반가운 듯 덤비다
짠맛을 제대로 맛보았는지
슬슬 멀찌감치 파도를 피해 달린다.
오랜만에 다시 온 여수 바다
밤이 되면 여기저기 여수 밤바다의 노래와
추억이 흘러넘칠 것이다.
오늘 다시 만난 여수 바다
집에 오는 길에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새우장까지
그날의 추억만큼 사 왔다.
첫날 여수에서 먹던 첫맛의 추억을
오늘 밤엔 이야기하며 먹어야겠다.
그익숙한 맛이 얼마나 감칠맛이날까?
추억 하나를 또 그려 넣어본다.
언제 또다시 문뜩 만날 오늘의 추억이
벌써 설레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