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재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Love...

by 진솔

오늘은 화엄사에서 열리는 한 여름밤의 음악회에 간다.

산속에서의 공연이라~


여유 속의 공연이라 하니 마음속 즐거움은

벌써 두 배다.

소소재에서는 약 20분 거리.

서둘러 나서본다.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고 모여드는 사람들...

이미 많은 행사를 치른 곳 마냥

특설무대가 아예 설치가 되어 있었다.


2012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음악회는

찾아오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코로나 시국을 빼놓고는 꾸준히

모기장 음악회와 영화관을

해마다 열었다고 한다.


각종 조명시설과 웅장한 스피커

뜨거운 낮시간부터 분주했을 이곳이

스텝들의 절은 땀이 고스란히 몸 밖으로 새어 나왔다.

여념 없이 공연준비가 한창 중에

조명에 이상이 있는 듯

조명감독이 한 4m 높이의 조명지지대를

맨손으로 오르는 상황을 지켜본다.

본인에게 주워진 일이란 저랬다.

누군가를 빛나게 하는 일

조명 앞에서 더없이 빛을 내던 예술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의 일을 거뜬히

하고 나가는 일인가 보다.

태연히 자리로 돌아가는 열정뒤에

땀방울이 그의 등에 찰싹 붙어 여전히 떨어질 줄

모른다.


이미 주차장과 좌석은 만석이 되어갈 때쯤

개그맨 뚝딱이 아빠로 불린다는 김종석 씨의

사회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얼굴은 가끔 봐온 이지만 이름은 오늘 알게 되었다.


그는 전남구례 출신으로

30년 넘게 어린이 프로그램과

국가의 크나큰 행사를 도맡아 진행을 해왔지만

국민 모두가 행사는 알아도 사회자는 기억을

못한다며

그의 직업처럼 웃픈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풀어낸다.


시간이 되어가고 자리도 채워지니

행사를 소개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 무대는 남녀 한쌍이

노래와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산사의 기운을

달랜다.

더 블루 이어즈"라는 이름을 소개하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두 생소하기만 하다.

최선을 다해 부르는 노래와 연주는

얼마만의 공을 들인 시간임을 알릴 때마다

뜨거운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앙코르를 받으니 신명이 난 듯

산사에 한 편의 시를 읊조리듯 애닯다.

저 힘을 한번 받고자 저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렸겠구나~


노래 한 곡조 한 곡조가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에겐 이별을

그리고 그립게 한다.

모두가 마음에 닿아야 울리는 것을~


축제의 묘미는 감동뒤에 따라와 주어야 하는 신명이리라

한 많은 한국사람

한풀이를 해주는 데는 민요만 한 게 없는 듯

김산옥 이란 민요가수가

얼쑤와 좋다를 한바탕 늘어놓고 나가니


뒤이어 이분위기를 놓치면 기 빠진다며

김한나"라는 고음의 록가수가 등장하니

한잔 하신 아재와 아주머니가

엉덩이를 들썩이니 모두가 한바탕 찡그리지

않는 웃음보따리를 터트린다.


호호바다"라는 우리 아들 딸 만한 그룹은

가야금과 오카리나 해금을 재해석한 현대 음악을

선사할 때쯤

꼴깍 넘어 자빠질 뻔했던 해가

마지막 뜨거움을 뿜어내었다.

해는 질 때 더없이 붉음을 쏟아내는 법


어둠이 내리니 조명 속의 주인공들은 더없이

빛을 내며 화려해지고 있었다.


아재와 아주머니들의 꽃

트로트 가수가 등장하니

열광의 도가니 탕이 되어 들끓는다

백선혜"라는 가수와 "정종환"이라는 가수는

구수한 노래를 선사해

한층 뜨거워진 이곳의 열기를 잠시 식히니

산사에도 어느덧 낮과는 다른 선선함이 불어온다.


마지막 한곡을

전국 노래자랑서 챔피언 먹었다는 "싸이"의

챔피언과 댄스를 선보이며

또 한 번의 화엄사에 불을 붙였다.

이제 아재와 아주머니들은 뛰다가 날듯하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며

화엄사 앞 음식점을 하시며

3남매 모두를 가야금과 창을 가리키셔

무대에 올랐다는 " 온화 YA"라는 명창들이

춘양가의 한 소 절인 사랑가를 부르니

얼씨구 좋다~"가 절로 나온다.


남편도 그제야 손가락에 장단을 실듯

딸싹 딸싹 거린다.


마지막 무대는 짙어질 때로 짙은 어둠을

장악하듯

홍대에서 버스킹으로 유명한"처렵밴드"가

어둠을 흔들어대니

숨 고른 아재 아주머니들이

아직 안 죽었다며 우르르 나온다.


관객을 들썩이게 하고

관객을 일으켜 세우는 자가

가장 명창이고 훌륭한 세션이지 않을까?


각자의 일을 사랑하고

꾸준히 그 길을 닦고 걸으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타인을 사랑할 수 없듯

그 마음에 닿아

모두가 하나가 되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예술이 되고

사랑이 된다.


나는 오늘의 박수와 함성을 잊지 않으려

그들의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새겨 넣어 보았다.


화엄사의 밤은 별처럼 빛났고

더없이 멋진 아름다운 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