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재 서른세 번째 이야기

5일장

by 진솔

3일과 8일에는

구례전통시장 5일장이 열리는 날이다.

특별히 음식을 즐겨하지는 않지만

5일장이란

내게 고픈정을 채우기 위해

한 바퀴 휘익 둘러보는 곳인지도 모른다.


옛날 생각이 나서 재밌기도 하고

몇천 원씩 주고 사는

상추, 고구마순. 노각. 가지.

예전 텃밭에서 지긋지긋하리 만큼

따먹던 것들이

이젠 돈을 주고서야

먹을 수 있는 귀한 것들이 되었다.


뉴스에서는 상추가 한 박스에 10만이 넘는

고깃값과 막 먹는 고가의 야채가 도었다 한다.


푹푹 찌는 오전

장마 끝에 여름은 그야말로 펄펄 끓여댄다.


그럼에도 입에 들어가야만

사는 게 무엇인지

땡볕아래 우산하나와 부채하나만으로

땅에서 차오르는 열기와

하늘에서 품어대는 불길 속을

버티는 자와 걷는 자들의

눈길은 바쁘다.


팔고자 하는 이들과 사고자 하는 이들

간간히 줄을 길게 늘어선 곳들이

눈에 뜨이면

뭔가 하고 목을 늘어트리게 된다.

따끈따끈한 한여름의 두부라~


날이 이리 더워도 따끈따끈 하고

김이 모락모락 한

이 집 두부는 오늘의 날씨 마냥 뜨겁게

팔리고 있었다.

아침절 갈아놓은 콩국물은

어느새 다 팔리고

서너 병 만이 물다라이에

동동 떠다닌다.

~어서 날 데려가슈~

제 몸이 팔려 나가야

이 집 주인장의 하루도 끝이 날듯 한가보다.


두부한모 3,500원

콩국물 중자 6,000원

딸랑딸랑 종소리를 울려대던

우리 동네 트럭두부 아저씨가 생각하며

검은 봉지 두 개에 웃음이 지어진다.


생선가게 들도 제법 바쁘다.

마른 생선

언 생선

살은 생선까지

그 자리에서 손질하고 "회"까지

떠주니

바닷가가 좀 먼 이곳에선

인기가 많은 듯

땡볕아래 횟감도 제법 팔리는 듯하다.


생선가게와 마주하고 있는 정육점에

긴 줄이 선다.

그때그때 요리의 특성에 맞추어

찌개용인지 구이용인지

고객의 성향까지 맞추어

크기도 맞추어주어 썰어주니

할머니들이 좋아하신다.

나도 줄 끝에서 미모의 정육점 아지매가

고기를 썰며 귀찮아하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할머니들에게 자꾸 물으며 썰어주시는 걸 보니

외로운 할머니들이 자꾸 물어봐 주는

재미에도 이곳의 단골이 되신듯하다.


줄 서있는 손님 앞에 맘은 얼마나 바쁘고

또 손은 얼마나 바쁠까마는

주인은 싫고 바쁜 내색 없이

안부 같은 얘기처럼 질문을 건넨다.


누군가 내게 인사만 하여도

반가울 산속

사람을 찾아

이야기를 찾아

산을 내려와

버스를 타고

그래서 5일장은

수많은 마트에 편리함 속에서도

살아남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삼겹살 600g

목살 600g

또 하나 까만 봉지를 들고 나오니

며칠은 든든할 것 같았다.


이거 저거

많이 사지도 않지만

눈은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바쁘다.


떡집 앞을 지나다

무뚝뚝한 내 어머니가

입속에 뜨끈한 인절미를

입속으로 얼른 밀어 넣어주던

생각이 난다.


놀라서 눈은 땡그레 지는데

달콤함과 쫀득함

입가에 수북한 콩가루를

핥 던 그날 그때 5일장


갑자기 앞에서 터진 뻥이요~

하얀 뭉게구름 속으로

하얀 조팝나무 꽃이 사방팔방

날리며

이젠 아스라이 남은 한 조각의

기억을

이곳에서

아주

잠시 꺼내 보며

그렇게

목마른 정을 채우다 간다.


기억 속의

고픈정이 파고드는 건

나이

50에도

어찌할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