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고물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진다.
그 오르지 않던 월급도 올랐지만 오른 물가를 반영한 월급은 실상 오른 게 아니다.
갈빗집을 22년째 운영하고 있지만 22년 전에도 그 후도 공기밥은 1,000원이다.
마치 대한민국의 마지막 인심 같다.
" 밥 "
대한민국에서 밥은 정이며 사랑을 표현하는 대표 단어다.
무뚝뚝한 부모도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딱 한마디
" 밥 "은?
이 한마디에 어색함도 소리 없이 사라진다.
추운 겨울 장독대서 살얼음 낀 김장김치에 대가리만 썰어 죽죽 찢어
뺑 둘러앉은 어린 자식들 숟가락에 올려주던 그때.
2대 8로 섞인 보리밥에 쪽팔려서 도시락 뚜껑을 열지 못했던 그때.
23살 어린 여자가 애 하나 굶기지 않으려 살던 그때.
밥 숟가락 들고 다니며 떠멕이던 그때.
다 큰 자식 퇴근 후 배고플세라 차려놓는 그때.
"밥 "
한 글자 만으로도 많은 설움과 그리움과 그때가 생각나게 하는 단어.
"밥 "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오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유일하게 올리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그 힘들었던 그때를 모두 다 지나온 덕에
아무도 그것만은 건들지 않는 유일한 것이 되지 않았을까?
메뉴판의 공기밥 1,000원.
오래도록 쌓인 누런 세월이 오래 간직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