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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Mar 19. 2023

공기밥 1,000원.

정.

고물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진다.

그 오르지 않던 월급도 올랐지만 오른 물가를 반영한 월급은 실상 오른 게 아니다.

갈빗집을 22년째 운영하고 있지만 22년 전에도 그 후도 공기밥은 1,000원이다.

마치 대한민국의 마지막 인심 같다.

  " 밥 "

대한민국에서 밥은 정이며 사랑을 표현하는 대표 단어다.

무뚝뚝한 부모도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딱 한마디

  " 밥 "은?

이 한마디에 어색함도 소리 없이 사라진다.

추운 겨울 장독대서 살얼음 낀 김장김치에 대가리만 썰어 죽죽 찢어

뺑 둘러앉은 어린 자식들 숟가락에 올려주던 그때.

2대 8로 섞인 보리밥에  쪽팔려서 도시락 뚜껑을 열지 못했던 그때.

23살 어린 여자가 애 하나 굶기지 않으려 살던 그때.

밥 숟가락 들고 다니며 떠멕이던 그때.

다 큰 자식 퇴근 후 배고플세라 차려놓는 그때.

  "밥 "

한 글자 만으로도 많은 설움과 그리움과 그때가 생각나게 하는 단어.

  "밥 "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오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유일하게 올리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그 힘들었던 그때를 모두 다 지나온 덕에

아무도 그것만은 건들지 않는 유일한 것이 되지 않았을까?

메뉴판의 공기밥 1,000원.

오래도록 쌓인 누런 세월이 오래 간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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