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 꾸준히 한다면 말이야~

by 진솔

어떤 일을 10년 동안 꾸준히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소소재 막을 내리고 돌아오니

둘의 몰골은 말이 아니다.

피부는 까매지고

머리는 덥수룩해지고

손톱의 굳은살은 걸리적거리고

먼지 하나 안 남기고 떠나 온 집은

구석구석 안주인이 자리 빈 티가 났다.

부랴부랴 짐을 풀고

정리를 하고 나니

눈에 걸리는 딱 한 사람

덥수룩한 머리부터

정리해야 할 듯

이쯤에서 우리 독자님들

설마설마하시겠다.

맞다!

항상 설마는 사람을 잡는다.

하나

걱정 마시라

그 설마가 벌써 10년째 꾸준한

베테랑 미용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바야흐로

20년 전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였다.

바쁘기도 하지만

정작 미용실에 앉아

머리 자를 시간도 없었다.


긴 머리 한번

풀어 나풀델 시간도 없는 내게는

찰랑거리는 머리칼도

사치고 시간낭비였으니 말이다.


길면 미련 없이 툭 잘라내 버리고는

둘둘 틀어 올리고

잊고 일하다 보면

허리춤까지 길어져 있었다.


그 이쁠시절

머리 한번 풀일 없던 삶.


과감히 숏커트를 했다.


그런데

웬걸?

길 때보다 짧을 때가 더 번잡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거추장스럽다 생각했던 긴 머리를

자르고 나니

더 자주 미용실에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짧게 자른 머리는 조금만 길어도

깔끔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여자들의 머리란

남자들과 다르게

컷만으로는 스타일이 살지 않는다.

적당한 색과 볼륨감이 있어야

스타일이 사는 법.


늦은 시간 집에 돌아와

욕실 앞 거울을 보고 있노라면

왜 이러고 사냐며

거울 속 나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되뇐다.


덥수룩해지면

지저분해지고

깔끔해 보이지 않는 머리가

여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지저분한 곳을

혼자 이쪽저쪽 자르기를 언 10년.

거짓말 같지만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사장님 어느 미용실 다니세요?


10년 전만 해도

인터넷이나 유튜브가

너른 세상이 아니어서

정보를 접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지만

요새는 간편하게

자르고 염색하고 컬을 말수 있는

도구들도 편리하게 좋아지고 있다.


어느덧

숏컷은

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5년 전부터는

남편의 머리도 잘라주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를 재현하자면

가위와 바리깡를

들고 서 있던

내 앞에 남편은

이미 산사람이 아니외다 며

목을 내어주었었다.


이제는 자연스레

머리를 자를 때가 되었다며

스스로 목을 들이민다.

머리를 자르고 바로 씻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인 것도 같다.


가끔 헬스장에 동기들이 묻는단다.

미용실 어디 다니냐고?

남편은 아내가 잘라준다고는

절대 말 하지 않는단다.


가끔 이발기에 힘이 들어갈 때면

움푹 쥐 파먹은 자리가 생기기도 한다.


나도 그 일만은 함구한다.


미용실 어디 다니냐고만 묻지

아무도 뒤통수 쥐가 지나간 얘기는

함구하는 듯하다.


그 사실은 남편만 모르는 일로

살아가는 듯하다.

어제도 태연히 내게 목을 맡기는 걸 보니

머리 자를 때는 말도 잘 듣는다.

아마 칼자루 쥔 놈의 위력을 아는 듯하다.


혼자서 머리를 자르는 일을

10년 동안 꾸준히 해 보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글도 좀 변하려나~


죽었소 하고 내어준 당신 목을

믿고 맡기는 사이가 되었구려

당신의 이발비로

오늘 비도 오는데

칼국수나 한 그릇씩 먹읍시다.


그 바쁜 시절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지혜를 벌어갑니다.


모두가 태풍에 피해 없이 무탈하기를

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