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힐듯 말듯한 세수비누가 마져 쓰이기를
거부하듯 요리조리 삐져나가다 바닥에 기어이
나동그라진다.
마지막까지 너의 쓰임새를 다하다 가라 명하며
수세미에 꾹꾹 쳐발라져 욕실 바닥에 험한 꼴로
문질러지며 면상을 사그라트리고는 사라져갔다.
라벤더 향기를 내뱉으며...
샤워를 마치고 마지막 남은 한방울의 에센스를
꾹꾹짜서 머리에 바르고 수액같던 내용물은 다
빨린채로 텅빈 몸뚱이는 묘지없는 이방인으로
자취를 감췄다.
쓰이다 라는것은 저리 마지막까지 꾹꾹 눌리고
탈탈 털리기까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일까?
내몸에 붙은 마른 살깟을 녹이던 비누도
윤기없는 머리칼을 빛내던 에센스도...
쓰이다 라는것은 분명 용도라는 타당하고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공장에서 나온것들도
땅에서 자라나는것들도
뱃속에서 태어난것들도
쓸모가 있어 만들어지고 자라고 태어났을 이유
쓸모가 있다라는것은 값을 치루어야 할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어떤것은 먼저 치루고 어떤것은 쓰이면서
그때 그때 치루어진다.
저리 생명없는 쓰임은 먼저 값을 치루어야
내손에 넣을수 있는것들이고
살아있는것들은 살아 가면서 값을 치뤄가며
내손에서 놓아야 하는 것들이다.
쓰이다가 결국은 값까지 치루어야 하는 삶...
욕심내지 말고 욕심 없이 살라나보다.
그리고 받는 영수증같은 삶의 성적표.
천국이든 지옥이든 영수증에 메인값을 치뤄야한다.
쓰일데로 쓰이다가 탈탈 털고까지 가야한다.
종이 한장도 챙기지 못하고 반납해야 하는 "무"의 삶이다.
오늘 나는 좀 더 많이 나누어야겠다.
쓰임은 용도가 아닌 의미가 있는 값을 지녔기에
마음 한자락이라도 내게 걸칠수 있게 비워두고
가까운 이들에게 좀더 필요한 쓰임새가 되어야겠다.
빗소리가 요란하다.
저 비도 그 무엇에 피가 되고 살이 되기 위해 쓰인다.
쓰이다 가는 일이 섭섭하고 약오르던 글자가
글을 끝낼쯤은 쓰이는 일이 비처럼 살이 되고 피가
됨을 깨닫는 아름다운 글자가 되었다.
오늘 어디선가 그 무엇으로 쓰이고 있는 나는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