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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Sep 17. 2023

나는 내 인생이 천천히 흐르길 바란다

곡선의 미 그것이 인생이리라

아니 뭔 바람이 불어서 한 달씩이나

쉴 작정을 한겨~?

뭔 일 난중 알았잖여~~

도대체 워디 댕겨온겨~~?

워디 아픈 건 아니지~~?

몇 번이나 왔다간 줄 알어?


숨도 안 쉬고 한 번에 대 여섯 가지를 묻는

재주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성질은 급하고

얼굴은 무뚝뚝한 그녀.


그녀의 얼굴이 달라졌다.


내게 건네는 빠르고 급한 질문

그리고

그 얼굴에 진심 어린 나에 대한

걱정.

그녀와 나는 동네 25년 지기

그녀는 여동생과 함께

꽤 오랫동안 미용실을 해오고  있었다.

평소 말씨도 투박하고

얼굴의 반은 부화가 잔뜩 실린 표정을

하고 있었기에

오래 지기가 꽤 되었어도

부정도였고

고맙다는 나의 감사인사가 전부였었다.

그런데 저런  염려와 걱정을 내게

퍼부어대니

좀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아니 원래 저런 사람인데

내가 동안 다가가지 못한

나의 선입견이었나?

순식간에  그녀의 쏟아내는

질문에

나의 생각은 삽시간에 그녀를

훑고 있었다.

질문을 던지고 난 후의 그녀 모습이

온화해지고 보드라워 보였달까?

확실히 그녀는 달라져 있었다.

일 년 전

세탁소를 운영하던 그녀의  남편이

황망히 세상을 떠났다.

급작스런 그녀의 남편의 죽음이

골목길 상인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당연히 성격도 호탕하고 아직은 젊고

한창 일 잘하던 남자가

그리 황망히 떠났으니 말이다.

모두가 부질없음을

내일을 누가 알겠냐라며

각자의 삶을 잠시 돌아보게 해 준 죽음이었으리라

그녀를 달라지게 한 것도

어쩜 남편의 죽음이지 않았을까

나의 한 달 부재에

그녀는 남편의 죽음이 다시 공포스레

떠올랐을까?

난 그녀를 볼 때마다 그랬었다.

어찌 저 투박한 말투와 부화 가득한

얼굴로 평생 미용실을 했을까?


조금씩 쉬면서 일하려고요~

나의 이 말 한마디에

그녀가 안도한듯한 표정으로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친다

잘했네 잘했어

그려

살다 보니 다 소용없어

쉬면서 천천히 하~~

그리 말하고 웃는 그녀의 얼굴을

난 처음 보았다.

아~

되게 고운 사람이었구나~~

그녀  또한  남편의 죽음으로

지나온 굽은 길을 돌아보았을 것이다.

아름다운 굽은 길의 선율에서

지나온 시간과

살아온 날들을 조우한 듯한

저 미소

참으로 환한 사람이었다.

내가 쉬어 오길 잘한 것처럼

앞으로의  남은 내 인생이

내가 걷는 길이

곧은길만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굽이 굽이돌고 돌아가기도 하고

좁아졌다가 넓어지기도 하고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을 것이다.

굽은 길은 뒤돌아볼 수 있어서  견딜 수 있고

좁았다가 넓어지는 것은

좀 더 세상을 알아가야 한다는 뜻일 테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세상 살아가는 이치고 순리로

받아들여 철들게 함일테다.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

세상을  살아가는 자연의 순리

삐딱한 생각의 사선을 바로잡는 마음의 진실

인생은 직선의 빠름이 아닌

곡선의 유유함에서  천천히  흐르길 바라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걱정해 주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굽은 길

좁은 길

내리막길

버티며 살아가는 인생이리라

나 또한 오늘 어느 고운 장미 뜨락에

선율 고운 아취를 가진

정감 어린

나의 마음의 벗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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