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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Sep 15. 2023

"첫"사랑이 이루어진데요~~

소녀

얼마예요?

8살이나 먹었을까?

볼가가 오동통

젖살이 뭉글뭉글

까무잡잡한 단발머리 아이

순이 같은 쌍꺼풀 없는 웃는 눈매가

볼을 한번 잡아 꼬집고 싶게도

참 귀엽구나~

엄마 대신 카드 한 장을 내게 내밀며

고깃값을 계산하겠다고

호기롭게 내게 묻는다.

얼마냐고~

카드를 받는 내 손을 보더니

그 작고 여린 열 손가락을  쫙 부채 피듯

펴 보인다.

붉은 봉수아 꽃 열 송이가

반짝거린다.

내 손가락에 얹은 시든 열 송이의 꽃이

리고 빛나는 작고 여리한

꽃송이를 환대한다.

반갑다고 서로의 꽃송이를

어루 만져본다.

아줌마는 언제  들였어요?

순간 물들이다는 그 말이

사람을 들인다는  말 같아

가슴에 콕 긴다.

 사람  하나를  가슴에 들인 느낌

그러더니

열 송이의 꽃을 가만히 모아

내 귀에 갖다 대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봉숭아 물이 첫눈이 오는 날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 대요~~~

"첫"이라는

"처음"이라는  이 "찐한" "설렘"을

이 아이는 알고 있다.

내게 그리 조용히 은밀히 말하는 걸 보면

그 아이에게는 생에 처음이고

나에게는 너무도 무덤덤하고 무뎌진 반복들이

마치 처음을 얼마나 소중하고

조심스레  다루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처음이 꽃잎 떨어지듯 흩트러지던

모든 날들

무너짐

소중히 다루지 못한 마음들

좋은 기억보다

잊고 잃던 경험들이

두 손을 모아 내 귀를 통해

첫사랑을 말하는

그 귀한  입으로 전해지는

처음이란 그 말이

잊었던  모든 날들이

귀를  타고

가슴을 훑고서는

배꼽밑에 가서 맺혔다.


그 아이의 처음을 다루는

그 마음이

어느 봄날에 처음 피는

매화처럼

벚꽃처럼

복사꽃처럼

배꽃처럼

환하게 아름답게

첫 꽃으로  피어  

순결하고 고귀하게  자라길 바라본다


아이는 처음이란 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고 있던 내게  말했다.

작은 소리로

조막같은 두 손을 모아

소중히~~~

 그 마음 사라지지 않게

꼭 간직해야 겠다.

"첫"

그리고

"처음"을~~~~

모든건 사람이든 물건이든 일이든

 그 첫마음을 잊지 않는 마음으로 ~~

고맙구나~

그 마음 다시 간직하게 해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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