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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Sep 06. 2023

향기를 듣는다.

오늘

꼼지락꼼지락

발가락이 손가락이 몸뚱이가 움직인다.

실낯처럼 띄어진 눈사이로

빛이 스민다.

살아 있구나

한주의 노동은 가끔 내 몸뚱이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정도로 버겁다.

그마저도 감사하다.

여기저기 다들 안되고 힘들다는 소리들

뿐이니

노동으로 힘이 든다는 소리도

숨죽여 감사할 뿐이다.

오늘을 산다는 건 당연함일까?

가끔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후 이불속에서

오늘이란 주어진 하루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그러고 나서야 이불밖을 나온다.

살아있으니 움직여야지

그게 하루지

모두가 나간 집일은 고요하다.

티브이의 소음도

자동차의 웅웅 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이 고요 속의 적막이 좋다.

홀로 마주 앉은 내 그림자와 차를 한잔

나누어 마시며

책상 앞에 앉았지만

아무것도 읽히지도 쓰이지도 않는다.

문득 주의를 돌아보니

여기저기 녀석의 털이 나뒹군다.

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는

집안 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쓸고 닦는 일만큼 마음을 밝게 하는 일이 없다.

침상을 걷어내고 훌훌 털어내고

소가구들을 들어 올려 묵은 먼지를 빨아내고는

밀대에 약하게 베이킹 소다를 타서

닦아낸다.

마무리는 라일락 향이 나는 피죤으로

바닥과 벽체 그리고 문까지  닦아내고 나니

구석구석 향기가 난다.

무엇을 쓰려고 내내 몇 시간을 앉아있었을까?

몸을 움직이면 먹고살게 되고

몸을 움직이면 자연스레  쓰게 되는 것을

무엇에  목을  빠트리고 앉아있었는지를

소를  하며

먼지를 비우고

마음을 비우며

깨닫게 되었다.

비우고 치우고 닦고 나니

차 한잔이 이리 여유로울 수가 없다.



차 한잔이 풍기는 향기를 듣는

가을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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