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두어 차례나 모기와 전쟁을 히다보니
잠이 홀딱 달아나버렸다.
물 한 모금 마른 입을 적시고는
그대로 책상 앞에 눌러앉는다.
새벽녘이 퍼렇게 동을 트고
윗집아랫집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걸
보니
산사람들이 움직이는 시간이 된듯했다.
오늘 하루도 다들 바쁘게 시작하는구나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여기저기 달가닥거리고
쿵쾅거리며
다들 밤새 안녕들을 외치는 듯했다.
그래
나도 밤새 안녕했다.
책상 위는 뒤적이던 책과
켄트지가 정갈하게 놓여 있을 뿐이다.
습관처럼
켄트지에 손이 먼저 간다.
무엇을 그릴까에 고민 같은 건 필요치
않을 만큼 그저 책 한 권을 바라볼 뿐이다.
그리기의 시작은
그저 지긋이 한참을 바라볼 뿐이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어떤 대상을 따뜻함으로 바라보아 줄 때서야
마음이 가고
손가락이 움직인다.
바라봄은 따뜻해지고 익숙해지고
마음이 가야만 하는 일.
책 한 권을 지긋이 바라보며
오늘이란 하루를 그려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