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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Sep 07. 2023

바라봄

밤새 두어 차례나 모기와 전쟁을 히다보니

잠이 홀딱 달아나버렸다.

물 한 모금 마른 입을 적시고는

그대로 책상 앞에 눌러앉는다.

새벽녘이 퍼렇게 동을 트고

윗집아랫집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걸

보니

산사람들이 움직이는 시간이 된듯했다.

오늘 하루도 다들 바쁘게 시작하는구나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여기저기 달가닥거리고

쿵쾅거리며

다들 밤새 안녕들을 외치는 듯했다.

그래

나도 밤새 안녕했다.

책상 위는 뒤적이던 책과

켄트지가 정갈하게 놓여 있을 뿐이다.

습관처럼

켄트지에 손이 먼저 간다.

무엇을 그릴까에 고민 같은 건 필요치

않을 만큼 그저 책 한 권을 바라볼 뿐이다.

그리기의 시작은

그저 지긋이 한참을 바라볼 뿐이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어떤 대상을 따뜻함으로 바라보아 줄 때서야

마음이 가고

손가락이 움직인다.

바라봄은 따뜻해지고 익숙해지고

마음이 가야만  하는 일.

책 한 권을 지긋이 바라보며

오늘이란 하루를 그려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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