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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Sep 10. 2023

또  다른 오늘

마음먹기 달렸다.

어제의 무거운 노동을 내려놓고

늦은 아침잠을 털어낸다.

경건함의 기도로

흩틀어  사그라진  

어제의 기억을 지우고

오늘을 반듯이 정리 후

나를 믿고 살아가는 어린 생명의

조찬을 챙긴다.

오늘은 너만을  오롯이 챙겨야겠구나~

녀석이  늦은 시간까지 혼자

버텨내고 기다린 일들이

대견하고도  미안하다.

내 욕심으로 맺은 인연.

어리고 말 못 하는 너를

먹고 산다는 이유로

 긴 시간을 혼자 두는 일은

미안하고도 못할 짓이란

죄책감을 갖게 한다.

물론 살아 있는 것들은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견뎌내는

 내공의 시간을

갖는 게 세상을 살아가는

산 것들의 도리 일지는

모르나

어린애 같은  너를 매번

긴 시간씩

방치하는 듯하여

일이 끝나면 나는 줄곧 네게 달려가기가

바쁘다.

다행히 나를 외면하지 않고

반겼해주고

꼬랑지가 빠지도록 휘저어주는

그 마음에 미안코도 미안함이

네가 달려와 내게 안길 때는

눈물과 반가움과 미안함이

뒤엉키고 만다.

지로 끌어다  놓은  인연이기도 하고

또 그렇게라도 멀리서

  찾은 인연이기도 할 것이지만

이제라도 그렇게 만난 인연들이

물고 빨고

 서로 믿고 기대고 의지할 수 있음을

말하는 짐승은 감사하다 말하고

말 못 하는 짐승은 꼬랑지가 빠져라 흔들어

대면 그만이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말없이 알아주면 고마울 일이

말 많은 인간사에선  그게 갈등이  되기도 한단다.

서로 알아주라고

서로 롭고 들다고  

머리맡에서 입이 말라 쩝쩝 소리를

낼 때면  잠결에도 내 새끼 입에 우유병을

갖다 대듯 너의 입속에도 물을 갖다 댄다.

어떻게 알았냐며 찐한 눈빛 한번 보내고선

내 베개를 네 베개인 양  태연히 베고 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잠을 하는 널 보며

그래 너도 베고  나도 베고

자자며  아닌 밤중 미친년처럼

어이없는 너털웃음을 짓고 만다.

내 기척을 아침 삼아

몇 번씩 오밤중에도

기웃거리는 널 보고

네 침대를 내방으로 들이고

널 끌어다 눕혔다.

네가 원한 것인지

내가 그러고 싶었던 건지

지금 생각해도 분간이 안 가는 이 일을

인간사에서는

서로 책임을 묻고

핑계를 대는 일이 되어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단다.

너 때문이라고

네 탓이라고.

방에 널 들이고선

선을 그었다.

여기까지.

이건 되는데 이건 안 돼

인간사에선 이걸 알량한 이기심이라  하고

여기까지 해준걸 은연중

입으로 뱉어내는 공치사라 한다.

속으론 지가 더 원해서 한 일을 말이다.

 그 다짐 하루를 못 버티고

경계를 허물었다.

빗장을 열고

허물없는 경계는

네 것 내 것이 불분명한 불편이 되었다.

서로 저 편한 곳으로 몸도 마음도

옮겨가는 법.

뒤엉키고 싶던 그 마음 과는 다른 게

인간사에선 변덕이고 변심이라며

서로 물고 뜯고 미움이 되어 등을 진다.

처음 마음을 지키고 간직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 인간사다.

너는 거친 잠을 자는 나를 피해

자꾸 위로 위로 피하다 보니

어느새 내 머리 꼭대기서 잠을 자더구나

인간사에서는 상대의 머리 위를

오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오만방자함으로 여기는데

내가 너보다 나을 것이라는

착각과 어리석음

남들은 모르는데  저만 잘난  그 마음에서

나오는 일이다.

그런데 너란 녀석은

선을 넘었다 할 때쯤엔

이미 배를 까뒤집고는

항복이라는 애교를 발사하니

그 귀여움에  오만방자함을 되려

잠결에도 몇 번씩 날 웃게 만드니

참으로 정이란

참으로 시간이란

참으로 연이란

무엇인지

너로부터  나를 배우게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말 못 하는 너랑은 되는 일이

인간들끼리는  안되어

세상사는 시끄럽고

인간사는 고달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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