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솔 Sep 13. 2023

내려앉음

가을

여러분~~~

가을이 정말 오려나 봐요

새벽녘  밤새 차내고 자던 이불을

끌어다 덮었습니다.

아침결에는 샤워 끝  온기가  차갑게 까지  느껴집니다.


아침 일찍 구청에서  여권을 찾아가라는 문자  한 통을

받고

오랜만에 집순이가 길을 나섭니다.

걷다 보니

꽃가게의 꽃들도 가을을 주섬주섬 챙기고

쑥부쟁이 구절초 국화들이 한아름씩

바구니를 끌어안고 있으니

더욱 풍성합니다.

아침 일찍이라고는 하지만

해는 여전히 뜨겁고

여름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등줄기에 땀이 흔건합니다.

오랜만에 외출에  가을 옷을 꺼내어 입었답니다.

빌딩사이 그늘아래 서니 가을바람이

쭈뼛 쭈뼛 엉덩이를 들이밉니다.

가을이 그렇게 조용히

내려 고 있는 중이랍니다.


대로변에 옷가게들도  벌써 가을을

걸어 두었습디다.

알록달록

저 옷은

귀여운 단발머리 아가씨가

입으면 참 이쁘겠다.

저 옷은 섹시한 아가씨가 입으면

이쁘겠다며

주인 없는 옷들에게 이름표를 달아줘 봅니다.

눈이  싱숭생숭 마음에 들어오는 옷이 있는지

나도 모르게  빠른 스캔을 하며

훑고 지나갑니다.

어찌어찌 가게 하나를 건넜다 했는데

이번에도 눈은 옷가게를  훑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마음이 먼저  가 내려앉는 모양입니다.

예전 같으면 지나칠 줄 모르고 낙엽 쓸어 담듯

주워 담았을 겁니다.

내려놓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리 실컷 보고 느끼고 나니

어느새 마음 가득 내려앉은 가을입니다.

올 가을은 그리 요란하지 않을 듯합니다.

아마 긴 여행이 효엄이 있었나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심한 마음앓이를

했었습니다.

걷다 보니 구청에 다 달아

여권을 찾고

아직 떠나지 않은 미지의 여행길에

가슴이 벅찹니다.

얼른 가서 샤워

바탕하고

가을 하늘을 날아가는 꿈을 꾸어 보아야겠습니다.

가을이 다가오는

이런 날은 두런 두런 시를 꺼내어 읽어야겠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다시 9월이"란

"오늘"같은 시를 말입니다.

이왕이면

피가 맑아지고

무뎌진 감성의 녹을 벗겨내는

순수한 시를 읽어야겠습니다.


   "다시 9월이"


기다릴라, 오래 오래

될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았다


이제 제각기 가야할  길로

가야 할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오래 그리고 많이.


여러분 모두 좋은 가을 되세요~~~



작가의 이전글 또 다른 오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