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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Oct 03. 2023

그림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

서촌옥상을 누비며 일일이 펜으로 점을 찍어

옥상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촌을 그려내는

"그림 속에 너를 숨겨 놓았다"를

써낸" 김 미경" 작가는 화가 이자 작가이다.

그녀는 5년만 본인이 살 수 있다면이란

삶을 전제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 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바꾸어 버린

멋지고 당찬 겁 없는 여자다.

펜하나로 서촌의 풍경을 옮겨 담으며

자연과 사람을 들여다보는 일에

미쳐 살던 삶이 그대로

그녀의 그림 속에 배어 나온다.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기며

그림을 그렸고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가면 된다라는

각오로

하고자 하는 일과

가고자 하는 길에

하고 싶은 마음을 내걸었다.

얼마 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멋진 연기까지 선보인 "정은혜"작가는

다운증후군이라는 발달장애가 있는

우리 눈에는 좀 특별하게 보이는

작가이다.

그녀처럼 많은 사람의 얼굴을 그린 작가는

드물 것이다.

그녀의 작품이름은 언제나"니 얼굴"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파헤치고 낱낱이  얼굴을

까발려 그려내며 내어주는 "니 얼굴"이라는

초상화 한 점을 받을 때

그린이보다

그림을 받는 이가 자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는 어떤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녀가 내어준 "니얼굴"은

잠시 내 삶을 그녀에게 들켜버린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것같다.

많은 이 들이 그림을 그린다.

많은 작가들도 그림을 그린다.

하얀 종이 위에 점 하나로 시작되어

선을 그어가며 내 마음을 이어가는 작업.

그 안에 깃드는 평온함을 붙잡는 일

때론

미움도 반듯한 선 안에서 잠잠해 지던일

근심도 잔잔히 누그러트리던 일

오직 선  하나에 집중하는 일

그림.

단순하고 명료해지는 일.

김미경 화가의 팔에는 화려한 꽃무늬 타투가

있다.

상처 같은 붉은 점 위에

가장 화려한 꽃을 그려 넣었다.

가렸던 곳을

이젠 꺼낼수 있는 시간

그녀에게도 긴 치유의 시간이 필요했던건 아닐까

그 타투를 하고서는 그녀는  민소매 바람으로

정은혜작가와 어느 날 춤을 추고 있었다.

행복해 보였다

정말

니 얼굴을 그리던 정은혜 작가도

더 이상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강박과

조현 현상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강력한 치유가 되었다.

그녀 스스로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며

상대의 장점을  한마디 한 마디 덧붙여

그려주던 "니 얼굴"의 작품평은

본질적이며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그림이란 그렇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원하고 살아가는지

마음이 보이고 삶이 배어 나오는 거

그리고 쓰다 보면 치유가 되는 거

그것을 알기에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을 할 수 있기에 덜  아프지 않을까

숨겨둔  그림 속에 나를 찾아가는 일

쓰는 글 속에 진심에 가까워 지는일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일

오롯이

내가 나이기를 바라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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