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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Sep 29. 2023

손 편지

한통의 가을이 배달 왔습니다.

잊고 살던 옛 추억도 함께 왔습니다.

손 끝에 꾹꾹  풍성한 가을을 눌러 담은 손 편지.

손 편지에 추억도 대롱 대롱 딸려 나옵니다.

골목길을 돌아 돌아 내려오면

우뚝 서있던 커다란 우체통.

촤르륵 촤르륵 자전거 체인소리에

담긴 수많은 기다림을  향해  달리던 우체부 아저씨.

아저씨의 커다란 가방 속에 실려 있던

사랑의 편지

위로의 편지

안부의 편지

모든 마음의 편지가 가득 들어 있었지요~

고운 해가 드미는 어느 가을

마루 위에 엎드려 친구에게 꾹꾹 써 내려가던

꽃편지 속엔

잘 말려두었던 가을 단풍도 한 잎 실어 보내곤

했었답니다.

그때는 뒹구는 낙엽에도 사연을 담았던

그때였네요

골목골목 따르릉소리를 내고는

우체통에 하얀 편지를  놓고 가시는

우체부 아저씨의 뒷모습에도

반갑고 고마움에

고개를 숙이던 그때였습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내 마음을 보내놓고

네 마음을 받아 보는 일 말입니다.

마루 위에 걸터앉아

고운 해  끝에 편지를 치켜세워

자를 데고 반듯하게

칼끝에 마음 베지 않는 신중함으로

편지봉투 끝을 잘라내고

꺼내 보는 네 마음을

설렘과 두근거림

그리고 그 반가움

신발도 채 벗지 못하고

마루 끝에 발을 걸치고  편지를 읽어 내려갈 때면

보내온 마음에

어느새 두 발은 까딱까딱 발 춤을

추어댔지요

오늘 제게 온 한 통의 편지 속엔

가을이 가득합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온 목마른 제게

깊은 우물 속에서 길어 오른

한 바가지의  추억까지도

함께 퍼 올려준 편지였습니다.

나는 얼른 사진을 찍어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른 고마움을

문자로 보냈지만

조만간

작년에   책갈피 속에  묻어둔

풀꽃들을 들추어 보내야겠습니다.

좀 늦은 답장이 미안하지만

서로에게  뜨듯한 가을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아~

다시 가을이지만

나의 친구 "홍"이 덕분에

생생한 가을이  될듯합니다.

"홍"아 고맙다.

다시 가을을 만끽하게 해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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