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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Sep 26. 2023

추석

2족짜리 성인양말 5.500원.

15개.

82.500원

한 사람과 나누면 식대가 되고

15명이 나누면 커피값이 된다.

매번 명절이면

야채 팀장님께서

배 한 박스를 보내신다.

주 고객들에게 보내는 마음이리라.

나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서

물건을 사며 서로의 안녕을 챙기지만

일 년에 두 번만큼은 커피대신

양말 하나씩을 나누어 갖는다.

5.500원짜리 양말이 뭐 얼마나

대단할까마는

내가 주고 싶고 전하고 싶은 건

양말 상자 위에 한 줄의 시를

잠시 읽게 해 주고픈 마음이다.

우리는 같은 노동자

삶의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

단 한시도 앉을 틈 같은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고 집에 가면

책을 읽을까?

시를 한편 읽을까?

우선 당장 몸을 눕혀 쉬고는

내일 채비를 챙겨야 하는 삶이다.

그나마

나는 그것들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던 사람이고

글을 통해 깊은 위로를 받았던 사람이었다.

누군가 한 줄 한 줄

붓으로 먹으로 고운 한지 위에

내려앉는 위로 속에

별이 되고

꽃이 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길 바랐다.


단 한 줄의  글이

단 한 줄의  시가

고된 몸을 먼저 누이느라

어느

구석 한쪽에 던져졌다 가라도

해가 뜨는

그 아침

그들을 향해 반짝 비추어 주는

한 줄의 위로가 되길 바랐다.

명절이란

일 년에 단 두 번뿐이지만

누군가  그들에게 잠시의

시한줄을 나누는 풍성함이길 바랐다.

그 한 줄이 눈에 익어

광화문 네거리에 걸린 시를

보며 반갑게 마주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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