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는 늪처럼 빠져들고 있고 장단기 금리역전은 그 증거다
우리는 종종 숫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숫자는 침묵 속에서도 가장 분명한 신호를 보내죠. 역전되었던 장단기 금리차, 그 작고 얇은 곡선 하나가 조용히 미래를 암시해 주었습니다.
단기금리는 연준의 손에 달려 있고, 장기금리는 시장의 기대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런데 단기보다 장기금리가 낮아졌다는 건, 시장이 연준보다 먼저 경고장을 보냈다는 뜻이에요.
이건 단순한 구조가 아닙니다. 누군가가 ‘미래는 어두울 것’이라고 속삭이고 있는 거죠.
2022년 7월, 처음으로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흠칫 놀랐어요.
하지만 곧 익숙해졌습니다. 역전은 점점 더 깊어졌고, 길어졌어요.
마이너스 1.1%포인트는 역사상 가장 깊은 역전이었습니다.
이 상태는 2024년 말까지 이어졌고, 이제야 겨우 양의 영역으로 돌아왔어요.
사람들은 금리차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안도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곡선이 왜 뒤집혔는지, 그리고 무엇을 예고했는지에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여전히 실업률이 낮고 소비도 유지되고 있어요. 하지만 고용 창출은 정체 상태고, 중하위 계층의 신용 연체율은 점차 올라가고 있죠. 소매 판매 지표는 흔들리고 있고,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채용을 줄이며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어요. 이건 하루아침에 터지는 위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버티다가 마모되는’ 형태죠. 그래서 더 무서운 거예요.
이 침체는 빠르게 붕괴되는 게 아니라, 서서히 스며드는 방식일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금리는 여전히 높지만 소비는 점점 무뎌지고 있고, 실업률은 아직 낮지만 이직률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은 슬그머니 가격을 낮추고 있고, 중소형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미국 리테일 기업들은 재고를 줄이지 못해 가격을 낮추고 있으며, 그 여파는 생산과 물류 쪽으로까지 번지고 있죠. 저소득층은 신용카드와 자동차 할부를 견디지 못하고 있고, 중산층은 교육비와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경기가 무너졌다는 게 아니라, 지금 천천히 무너지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드리운 그늘이 바로 장단기 금리 역전입니다.
고전 경제학자 코스톨라니는 ‘달걀 이론’이라는 시선으로 시장을 설명했어요.
금리가 오르면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가 둔화되고, 그다음 주식이 하락하고, 마지막에 금리가 내려간다고 말했죠. 지금의 미국은 이 흐름 속에서 ‘고금리 정점’을 지나, ‘경기 둔화의 초입’으로 내려오고 있어요.
금리는 여전히 높지만, 그 고지는 이제 내리막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이 조용한 하강, 이것이 침체의 전조가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그래서 저는 장기채를 바라보고 있어요. 채권은 말이 없지만, 그 움직임은 세상의 반응보다 언제나 조금 빨라요. 침체가 본격화되면 장기채 가격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오를 것입니다.
물론 중요한 건 ‘시점’이 아니라 ‘방향’이에요. 그날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그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그 도래를 기다리는 쪽에 서 있고, 그 기다림의 끝에서 바람이 바뀔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