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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채, 믿음과 불안 사이에서

불확실성을 끌어안고 장기채를 보유한다는 것

by 유자적제경

저는 지금 미국 장기채를 보유하고 있어요.

작년 '투자의 진리 - 싼 자산을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라는 글을 쓰면서

장기채의 가격이 저렴하고 금리도 높기에 시장 상황이 반전하면

가격이 오를거라 생각해 매수했었죠.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은 채권을 매수한 때보다 가격이 하락해서 손실구간에 있습니다.
누구보다 조용히, 믿음을 가지고 채권을 매수했지만
화면 속 빨간 숫자들은 매일 저에게 묻습니다.
“정말 괜찮을까?”


저는 믿고 싶어요. 하지만 믿는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 날들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옵니다.
제가 틀린 건지, 아니면 너무 앞서 있었던 건지,
혼란스러운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저를 흔들곤 합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침체가 오면 채권 가격은 반드시 오른다”고요.


하지만 저는 점점 확신보다는
그 말의 모호함과 불완전함을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채권 가격이 크게 오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연준이 금리를 빠르고 강하게 인하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장이 그 금리 인하를 신뢰해야 하죠.
그에 따라 자금이 움직여야만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그 ‘기다림’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고통이 됩니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다시 5%를 넘었어요.
많은 이들은 이 수치를 보며
“이제는 채권 수익률이 더 매력적이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는 좋아지고,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도 상승하니까요.
겉으로 보면 완벽한 논리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한 가지 큰 함정이 숨어 있어요.
'침체가 언제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기다림이 6개월일 줄 알았던 것이 2년으로 길어질 수도 있고,
연준은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늦게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또 다른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어요.
정책 리스크입니다.
트럼프와 같은 정치인이 돌아온 덕분에
미국의 정책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죠.
만약 더욱 더 막나가서 디폴트를 카드로 꺼내 시장을 흔들거나,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시도들이 현실이 된다면
채권시장은 일시적인 혼란에 휩싸일 수 있어요.


그 혼란은 금리를 오히려 단기적으로 치솟게 만들고,
장기채 보유자에게는 예상치 못한 타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자산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제가 감내할 수 있는 불완전함의 형태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 자산을 믿고 기다린다기보다는,
불안과 함께 걷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믿음보다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각오를 먼저 해야 합니다.
그게 채권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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