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로 오랜 시간 일하다 보니 문득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성향이라 직업도, 생활 환경도 자주 바뀌었다.
이사도 1~2년 주기로 다닐 만큼 역마살이 낀 듯했고, 새로운 것에 늘 끌렸다.
사람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더 관심이 가곤 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다.
하지만 막상 화실을 다니면서 소질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몇 년을 고생하며 그림을 배웠지만, 결국 방향을 틀어 편집디자인을 선택했다.
소질이 없는 분야에서 버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디자인 업계에 어렵게 발을 들였다.
하지만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한계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계속 직업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침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겼기에, "내 손으로 매거진을 만들어 보자"는 꿈을 품게 되었다.
부족한 실력은 노력으로 채워야 했다.
매일 새벽 일찍 회사에 나가 디자인 서적을 따라 스케치하고, 실제 작업에 적용하며 배워 나갔다.
그 습관은 지금도 남아 있어, 좋은 디자인을 보면 콘셉트를 파헤치느라 정신이 없다.
이제는 편집디자인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때 포기했다면, 나는 아직도 어디선가 길을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주노헤어 강은선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되새길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버텨온 나 자신에게 감사하게 된다.
여전히 디자인은 어렵고 끊임없는 과제처럼 느껴지지만, 늘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고 연구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며, 이 일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