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놓고 결국 퇴사한 이야기와 후에 드는 생각들
안녕하세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풀타임으로 일하다, 창업까지 하고, 이제는 퇴사하고 다음 스텝을 준비중인 사람입니다. 오늘은, 결국 창업한 회사를 퇴사하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음에는 뭐 할건지 런 이야기들을 좀 해보고 싶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앞의 살아온 컨텍스트들은 조금 생략하고 써볼 예정이라, 만약 이 글을 더 읽으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이 글을 한번 읽어주시면 훨씬 이해가 쉽게 될 것 같습니다.
왜?? 퇴사했냐고 하는 분들이 많다. 대표인데 퇴사가 가능한지 묻는 분들도 많다. 내가 창업한 회사는 "공동대표" 체제였고 정확한 지분율은 언급할 수 없지만 그나마 퇴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충 짐작이 가시리라 믿는다. 일단 뭐 제일 큰건 크립토 회사들이 병특업체가 되는걸 근본적으로 병무청에서 막아버렸고, 설령 가능하더라도 사측(?, 물론 나도 사측인지라 이렇게 쓰는 게 무언가 이상하기는 하다.)에서 굳이 리소스를 들이겠다는 의지가 없어서 뭐 나도 내 살길 찾아야 하지 않겠나.
나는 한쪽 눈이 무지 난시가 심해서, 그걸로 4급 공익인데 굳이 산업기능요원을 갈 수 있는데 현역을 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워낙 미쳐돌아가는 출산율 때문에 징집율을 자꾸 올리고 있어서 지금 4급 받았다고 언제쯤까지 이게 유효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뭐 병특업체로 내년까지는 이직을 해야겠다 뭐 어떻게 정리할까 하는 생각을 좀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뭐 도의적인 책임이 있으니 오랜 기간 인수인계도 해줄 생각을 했다. 협의해본 결과, 뭐 아예 리소스를 아끼는 방향으로 하기 위해서 / 인센티브 합치를 위해서 후임자를 구하고 시간을 가지고 인수인계 하는 것 보다 일단 나는 인수인계 문서를 만들어 두고, 공동대표님께 모든 권한과 문서를 넘겨 드리고 퇴사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다. 감사하게도 팀원 분들과 투자자 분들과는 원만히 마무리가 되었다.
그것이 좋은 결정일지 나쁜 결정일지는 이후에 보면 알겠지만, 떠나는 입장에서 굳이 참견할 권한도 필요도 없었기에 4분기까지 고용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에 개인적으로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서둘러서 이직처를 구해보았다. 여차저차 구해서 다음달부터 거기로 출근하기로 하고, 11/20일 부로 퇴사했다 (지금 이 글은 퇴사하고 뉴욕에 여행을 왔는데 호스텔에서 쓰고 있다)
뭐 저 이유가 크지만 다른 이유도 있기야 있다. 개인적으로 번아웃 비슷한 증상도 겪어서 업무에 대한 피로도나 회의감도 컸고, 불면증까지 와서 수면유도제도 잠깐 사용했다 (물론 지금은 괜찮아졌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연초에 개발자 한분이 퇴사한 이유로 두명이서 일하다 보니, 대부분의 코딩 / 인프라 작업은 나의 몫이었고 관리하는 파이프라인과 인프라가 늘어나니까 원래 본연의 업무를 하는 시간보다 chores가 훨씬 많아졌다.
Prop Trading만 하면 괜찮았을 텐데, 회사 사업분야의 방향성이 Copy Trading 플랫폼에 다수 온보딩 하는 것이 되다 보니 그러한 파이프라인에 대한 관리 소요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리고 혼자 일하니까, 결국 코드에 대한 피어리뷰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빠르게 작업해야 하다 보니 실수도 많이 생기고 코딩도 돌아보면 좀 아쉬운 퀄리티 (뭐 특히 유지관리 / 확장 가능성 측면에서) 로 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원래 본연의 업무인 퀀트 리서치를 할 시간도 너무 적어지고, Spec만 조금 다르지만 여러 곳에 같은 동작을 하는 무언가를 Copy + Paste 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꽤나 크리티컬한 실수도 가끔 내었고,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약간의 커밍아웃을 하자면 이런 성향과, 특히 주의력 이슈 (휴대폰을 집에서 잃어버리기, 3달에 카드 5번 분실해서 재발급한 적 있음, 1년에 지갑 두번은 잃어버림) 어릴때부터 있었는데, 아는 분이 본인도 ADHD 약 먹는데 너도 ADHD 아니냐고 병원을 소개해 주셔서 가니까 진단이 그냥 전형적인 ADHD라고 하더라. (나는 전혀 생각도 못했지만 시키는대로 약 복용하니까 정말 많이 나아지기는 한다.) 혹시 나도? 싶으면 요즘은 건강보험 다 적용도 되고 하니까 부담없이 내원해 보시기를 바란다. 질병도 아니고 약간 성향 같은 건데 그 성향이 현대사회 살아가는데 가끔 이슈를 일으킬 때가 많을 뿐...
아무튼 성향상 가장 안맞는 일을 몇개월씩 하다 보니 예전보다 객관적으로는 훨씬 잘 먹고 잘 운동하는데도 건강이 나빠짐을 느꼈다. ADHD가 가장 잘 못하는 일이, 루틴하고+주의력이 많이 필요한, 실수가 좀 적어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역시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 그리고 가장 크리티컬한건 잠 못자는거다. 스트레스 받지 마시라.
아무튼 이런 이슈도 있었고, 뒤에 조금 더 후술하겠지만 트레이딩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 차도 좀 있었고 + 병특 이슈까지 겹치니 그냥 뭐 아무것도 못 들고 나오는 한이 있어도 내가 그만두는 것이 서로(이기적인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이롭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크게 얘기는 안했지만 거의 제정신 아닌 상태로 보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든 적도 많다. (잘못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지만 술을 일본 나갈때 면세로 많이 사서 많이 마셨다.)
뭐 그러니까 겸사겸사(?) 해서 퇴사했다는 이야기다.
뭐 능력치라고 하면 여러 가지 유형의 능력이 있을 것인데, 대부분의 능력이 아주 크게 성장하긴 했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그만두기는 했으나, 마무리한 프로젝트도 많고 마냥 세월아 네월아 보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창업을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렇게 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개발/엔지니어링 능력은 뭐 이야기 자체야 간단하지만 많이 는 것 같다. 다양한 종류의 클라우드 / 인프라 / 서비스 / 스택을 사용했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들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타임라인에 밀려 100% 생각하지는 못했을지라도 말이다.
처음에는 조금 더 원래 하던 종류의 트레이딩을 파 보는 것에 집중했는데, 결국 전략을 만드는 방식이나 전략 자체의 가설이 여러개인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결국, 크게 가격이 움직이는 원리는 몇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어떤 타임프레임에서 어떤 각도로서 보냐에 따라서 가설이 달라진다.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변곡점일 수도 있고 추세의 시작점일 수도 있다.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종류의 얼마나 넓은 가설의 지평을 가지고 거래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하던거 하는게 편하기에 내가 이미 벌고 있는 트레이딩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잃고 있는 트레이딩에서도 벗어나기가 어려운데, 잘 되는 것에서 벗어나기는 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을 깨야 계단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평을 늘리려고 노력했고, 몇 가지 새로운 유형의 가설들을 추가하고 검증한 시간이었다.
불편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나는 많은 종류의 편견이 그렇게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편견을 가지고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상처 주는 행위는 하면 안되겠으나, 편견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는 적어도 잘못된 결정을 할 확률을 내려준다.
결국 편견이라는게 그 흔하게 이야기하는 “쎄함 레이더” 와 되게 가까운 것인데 창업하면서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그게 좀 생겼다. 특히, 결국 머릿속에 가장 많이 남은 말은 일도 사업도 돈도 결국 다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원래, 특히 일과 비즈니스라는 관점에서는 어떤 사람의 배경과 활용도? (영어로 Background, Utility 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데 뭔가 직역하니까 이상해진다) 를 많이 봤고 그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격의 영역이다. 오히려, 일과 상관없는 누군가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 보았을 때 그 사람이 동료들과 일을 어떻게 해나갈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누군가와 일을 하기 전에는 스킬보다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결정을 내리며 인생을 살아왔고 살고 있는지 (일과 관련이 없는 부분, 특히 가족과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친구, 애인 등등과의 관계) 를 더 많이 들어보고 싶어졌다.
스킬은 같이 일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고 얼마든지 페이킹이 가능하다. 그런데, 인격은 같이 일 외의 관계로 지내보면 보인다. 인격보다 능력을 우선시해서 사람을 쓰거나 하는 일은 결국 재앙을 가져온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편안하게 해주고 보다 내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잡 기술도 많겠지만, 결국은 누군가를 스스로도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누군가와 같이 일하기로 할 때도 기본적인 인격에 큰 결함이 없는지가 1순위다.
결국 풀려고 했던 문제는 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 심플하게 돈 벌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들을 계속 찾고 그것을 통해 고객에게 베네핏을 주자는 것이다.
여기서 앞은 어찌어찌 중간 이상 한다 치고 고객이 참 애매한 부분이었다. Long story Short, 나의 소회는 “모든 시장 참여자는 시장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간다” 라는 오래된 시장 격언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돈을 벌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실 꾸준히 수십년간 수익을 올린 투자 전략은 엄청나게 간단하다. 버핏이 하는 이야기는 전혀 복잡하지 않다. 브렌트 펜폴드와 같은 트레이딩 구루가 하는 이야기도 복잡하지 않다. 터틀 트레이딩도 채널돌파 전략에 약간의 자금관리만 하는 것이 끝이다.
분명히 저런 방법들을 오랫동안 시행하면 돈을
벌게 되는 것은 상당히 자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왜 저런 방법들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실행되어 알파가 사라진다거나 하지 않는 것일까?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식시장에서 꾸준히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아니, 내 목표는 꾸준히 돈을 버는 거라니까? 하면서 부정할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돈을 버는 전략들은 언더워터가 대체로 길고, 샤프 지수가 시장 대비 높긴 하지만 극단적으로 높지 않다. 그냥 한마디로 재미가 없다. 매년
금융위기 직전마다 버핏이 한물 갔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사실은 이것 때문인 것이다.
주식 커뮤니티를 보면 꽤나 재밌는 상황들을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흥분하는 포인트가 자기가 물론 돈을 크게 벌었을 때도 흥분하지만 자신과 반대로 베팅한 사람이 돈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에서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자기 자존심을 위해 거래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거래를 하는 것일까? 전자에 가깝다고 본다. 시장은 물론 자존심 세우는 것에 콧방귀도 뀌지 않기 때문에 그 자존심은 결국 큰 손실로 되갚아지는 경우가 잦다.
혹은,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와 비슷하다. 불확실성은 도파민을 크게 자극해 주는데 문제는 잃었을 때도, 어쩌면 잃었을 때 더 크게 도파민을 자극하고, 결국 베팅 자체가 도파민을 자극한다. 그럼 이런 사람들은 쾌락을 위해 거래하는 것인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거래하는 것인가?
결국 내가 믿을 수 있는 돈을 버는 방법은 나 혼자 운용하는 것이 맞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쾌락 혹은 자존심을 위해 시장에서 거래하기 때문에 그것을 채워주는 컨텐츠가 필요하다.
샤프지수가 360일동안 10인 마틴게일 물론 다음주에 mdd -99%와 같은 전략이나, 시드가 1000만원인 사람들이 주로 듣지만 강의비가 한달에 100만원인 주식 강의 내지는 리딩방 같은 것이 회원들의 평균이 시장에서 돈을 절대 벌지 못하고 모두 헌납하고 가게 만들지만서도 계속 성행하는 이유다.
그 컨텐츠들이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꾸준하게 돈을 버는 재미없는 투자 운용을 리테일에게 제공하는 것은 무지 PMF를 찾기가 어렵고 잘 된 사례가 잘 없다.
일례로, 나름 검증된 투자자만 참여했던 피터린치의 마젤란 펀드도 금액가중수익률 (고객평균수익률) 과 시간가중수익률 (매니저수익률) 이 크게 차이가 났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좋은 전략이라도 변동성은 있고 고객이 고점에 들어와서 저점에 나가버리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일단, 병특 가서 군대를 처리한 후에 뭔가를 본격적으로 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 중간중간에도 무엇을 할지 생각하고 준비하며 파일럿 테스트를 해야 한다.
병특은 일단 AI 엔지니어링 직무로 가기로 했고,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좋은 대표님 밑에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어쩌면 거기에서 더 큰 일을 할 수도 있고, 다시 트레이더로 돌아갈 수도 있고, 아마 무언가 다른 사업들을 할 수도 있다. 결국은 사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의 돈을 처음부터 끼워서 하는 사업, 혹은 동업 등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업은 아마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처음부터 많은 자본이 드는 기술스타트업이라든가. 그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고 분명 그래야만 하는 사업들이 있으며 이미 그 생태계는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문법이 그냥 나와 맞지
않음을 크게 깨달았을 뿐이다.
앞으로는, 결국 가장 시간을 쏟는 것은 개인투자가 될 것 같다. 이제는 거의 근로소득 / 투자로 인한 자산증식을 1:1 정도로는 맞춰놓았으니... (그렇다고 해서 노동을 안 할 정도는 전혀 아니다 나는 헝그리하다)
개인투자를 잘 하기 위해서는 근로를 하든 사업을 하든간에 현금흐름이 기본적으로 깔려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다른 곳에서 트레이더로 일하든 / 현금흐름이 나오는 스몰 비즈니스들을 굴리든 (요즘은 커뮤니티 수익화에도 관심이 많고 조금의 매출도 만들고 있다) 해서 현금흐름을 깔고 그것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 부동산과 같은 파킹성 자산을 깔아두고를 반복할 것 같다. (딱 이제 이번년도에 드디어 그걸 한사이클을 돌려본 것이겠지)
그렇다고 운용업을 앞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지향하는 방향은 Prop (내 돈이 되었든, 쩐주 한분에게 큰 포션을 받아서 운용 하든) 을 하다 보니 혼자 하기 어려워서 Family Office가 되고, 그러다 보니 고객이 생겨서 Multi Family Office나 Hedge Fund로 나아가는 방향에 가까울 것 같다.
이 문단으로 글을 마치고 싶다. 누군가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추상적으로 물어보면 나는 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이제 지금까지의
커리어의 소회라고 생각한다.
나는, 투기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투기를 꼭 돈만을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모두가 투기하고 싶은 원초적인 욕구가 있고 나는 그것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또 직접 투기해서 돈을 벌고 싶다. 나는 그냥 투기가 좋다. 그리고 여러 자산군에서 최고의 투기꾼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