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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Jan 07. 2022

어른도 놀아야 한다.

우리 딸 매 순간순간이 심심한 것처럼 나도 진짜 속 마음은 매 순간순간이 너무 심심하다. 폰을 보고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는 건 어째 보면 진짜 하고 싶어 하는 거라기보단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최선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진짜 하고 싶은 게 한 가지가 있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땀 흘리며 친구들과 놀이에 흠뻑 취해 노는 것이다. 그렇게 한 번 미치도록 놀아보고 싶다.


이유인즉, 편해문 작가의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를 읽고 나도 아이들처럼 놀고 싶어 안달이 났기 때문이다.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 산 책인데 내용 또한 너무 좋아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기분이다. 내가 미쳐야 할 곳이 교육이기 이전에 '놀이'임을 이 분을 통해 깨닫게 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지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지는 않음을 깨닫는다. 뭐가 앞이고 뭐가 뒤인지를 확실히 알게 해 준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인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밀려왔다. 어미자와 새끼자를 쳤던 자치기의 감각과 한겨울 추위에 손등이 갈라져 피가 나는지도 모르고 했던 들콩(구슬놀이), 겨울 산 꼭대기에 올라 연줄의 팽팽함을 느끼며 날렸던 연날리기. 완전히 있고 있었던 놀이의 추억들이 스멀스멀 올라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노는 게 내 일이었다. 놀기 위해 일어났고, 놀기 위해 일찍 잠들었고, 놀기 위해 내가 존재했다. 종일 밖에서 딱지, 얼음땡, 자치기, 고무 따먹기, 구슬놀이, 오징어 육백(오징어 게임), 콜라, 짜봉(말타기). 진돌, 다망구 등 온갖 종류의 놀이를 다 했다.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쓰고,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술을 연마했다. 그렇게 신나게 놀았더니 머리와 몸이 저절로 좋아졌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놀이에만 취했던 시간이었다.


책을 읽다 보니 어릴 적 놀이가 하고 싶어졌다. 친구들이랑 아침부터 밤새도록 말이다. 친구들이 주위에 있으면 불러내서라도 같이 놀고 싶은데  주위에 그 많던 동네 친구들이 하나도 없다. 조금 떨어진 곳에 한 둘 있더라도 어른이라 자기만의 스케줄이 다 있다. 오랜만에 연락해서 보자는데 골프 약속이 있단다. 혼자 뭐하고 노나 싶다. 혼자 놀면 재미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냥 혼자서 글도 쓰고, 재미난 영상도 찾아본다. 진짜 하고 싶은 게 아닌데 말이다.


다 큰 어른우리는 오늘날 놀이를 골프, 야구, 농구, 축구와 같은 스포츠로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스포츠를 하면서 하하하하 웃으며 땀을 흘리며 재미있게 놀 수 있긴 있다. 그런데 스포츠를 하면서도 한 편으로 뭔가 찐한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츠는 놀이가 아닌데 뭔가 더 신나게 놀고 싶은데 그 뭔가가 항상 아쉽다. 그 뭔가가 놀이임을 이제야 나이 사십이 넘어가니 알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아이들 놀이터 말고 어른 놀이터도 생겼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 청소년 놀이터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놀게 별로 없으니 어른들이 오랜만에 모이면 맛있는 거 먹고 커피숍 가서 수다 떠는 게 거의 다다. 이건 놀이가 아닌데 그냥 놀이로 어느 순간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한 번씩 동생들이랑 하는 동전 야구가 그렇게 재미있는가 보다. 진짜 동네 친구들끼리 뒷산에 올라가 야구하던 놀이가 마냥 그립긴 다.


나이 많은 어른들이 모여서 하는 윷놀이도 좋고, 운동장에서 이어달리기도 좋고, 제기차기도 좋고, 사방치기도 좋고, 자치기도 좋으니 어른들도 좀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 밖이 아니라면 안에서라도 공기놀이, 고누놀이, 카드놀이라도 자주 했으면 좋겠다. 뭔가 놀이를 통해 해소를 할 필요가 있다. 이만큼 돈 벌고 아이들 키웠으니 우리 어른들도 좀 속 시원하게 자유롭게 놀야 되지 않겠나 싶다.


어른들끼 하하하하 웃으며 놀이에 흠뻑 빠져 노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 부끄럽긴 하겠지만 재미있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어른들이 먼저 놀이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게임기에서 벗어나 놀이를 따라 하지 않을까? 만구 내 생각이다.


심심하다고 노트북만 찾던 아들 딸, 며칠간 집 안팎에서 각종 씨름놀이(씨름, 엉덩이 씨름, 팔씨름)와 빈 통에 탁구공 넣기 놀이,  배드민턴을 하고 놀았더니 노트북 소리와 심심해 소리가 싹 들어갔다.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노니 아이들 세계가 조금씩 보인다. 우리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좀 놀자! 친구들하고 못 놀아 좀 아쉽지만 아이들이랑 노니 또 재밌다. 숨이 차긴 하다. "아빠! 쫌만 쉬고!!!" 소리를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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