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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Feb 02. 2022

새벽에 '뭔가'가 하고 싶다.

한 이틀 책도 안 읽고 글도 안 썼더니 '뭔가' 많이 허전하다. 제주도에서 며칠 지내기 위해 짐도 챙기고 아이들 놀 것도 챙겼는데 마지막에 챙기지 못한 책 하나에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평소 책을 읽다가 이틀 안 읽었더니 뭔지 모르게 마음이 허전하다. 게다가 글까지 안 쓰니 허전한 마음이 더 크다. 새벽 4시, 여행 와서 다들 자고 있는데 혼자 이렇게 폰으로 어렵게 한 글자 한 글자 타이핑하고 있는 걸 보면 '뭔가'를 간절히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 '뭔가'가 뭘까?


혼자 골똘히 생각해 본다.


1. 나와의 온전한 만남 필요했던 거다.

집 보러 다닌 다고 운전하고, 키즈파크에서 아이들 기다려고, 먹기 위해 장고, 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는데 그 뭔가가 허전했던 거다. '아빠'와 '남편'이라는 타이틀과 ''이라는 에서 벗어나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 생각의 고요함이 그리웠다.  평온속에서 오롯이 '나'와 단둘이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다. 나와의 온전한 만남이 그렇게 간절했던 거다. 하루 내내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던 거다. '잘했다. 고민이 많았지만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 고민 고민하고 내린 선택이 최선이다.' 그렇게 나를 만나며 나와 이야기 한다.


2. 성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아빠, 놀아 주세요.", "아빠, 누나가 제 말 안 들어줘요!", "아빠, 아빠!!! 잉잉잉" 아이들의 놀아줌에 떼씀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하루들의 연속이다. 이제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함께하는 시간이 결국 나를 위한 시간인걸 알지만 그 순간이 닥치면 언제나 쉽지가 않다.  '아 그때 이렇게 얘기했으면 더 나았을 텐데. 아 맞다 우리 딸 카드 게임이 그렇게 하고 싶었었구나! 아들내미 왜 그렇게 떼를 썼을까? 난 왜 부정적으로 반응했을까' 이런 정리되지 않은 찝찝함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반성하고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아이들과의 놀아줌이 나를 성장시키는 걸 알기에 아이들 놀아달라고 하면 아무튼 최선을 다해 놀아주자!'그렇게 반성하고 정리를 한다.


3. 각을 남기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뒤돌아보면 역시 우리네 인생은 추억의 연속이래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한 번씩 아이들 걸음마 영상과 어릴 적 사진을 보며 키득키득거린다. 영상과 사진이 추억을 되살리는데 좋기는 하지만 희한하게 진짜 찐 추억은 '생각의 기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 6,7살 내 아이를 키우며, 문득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신 아빠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가 너무 궁금했다. 물어볼 수도 없는 지금 아빠 생각을 남겨뒀다면 속 시원하게 아빠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왜 아빤 아빠의 기록을 남겨두지 않았던 걸까? 삶이 바빠 정리를 못해두셨을까? 기록을 좋아하는 아빠의 인생기록이 순간 너무 궁금했다. 남겨두지 않았던 아빠의 생각과 기록을 내가 대신해서 이렇게 남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미래의 아들딸은 나의 생각과 기록을 읽으면 중에 아빠를 더 잘 이해해주지 않을까? 억을 떠올리는데 가장 좋은  생각을 남기는  아닐까?


이 새벽에 간절히 하고 싶었던 그 '뭔가'가 글로 적으니 명쾌해진다. 나와 온전히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거고. 하루를 반성하고 정리를 하고 싶었던 거고, 생각을 남기고 싶었던 거다.  '잘하고 있어!'라고 나를 격려하고 안아주고 쓰다듬어준다. 어제를 반성하고 오늘 하루는 아이들의 말을 더 잘 들어주고 나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파이팅!' 한다. 나의 기록이 미래의 아들 딸, 그리고 나와 타인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추억을 남긴다. 그 '뭔가'가 항상 고픈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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