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딸내미 노트북이 또 그렇게 보고 싶은지 몸을 비틀고 떼를 쓴다. 그리고 드디어 속내를 말한다.
"아빠, 노트북 봐도 돼요?"
"안 돼요. 노트북 보는 날 아니에요."
"오늘 하루 만요."
"안 돼요."
"그럼 1시간만?"
"안 돼요."
단호하게 안 된다는 내 말에 눈물을 글썽이며 안방 이불 밑으로 들어가 흑흑흑 서럽게 우는 딸이다.
날씨도 너무 춥고, 코로나 환자도 급속도로 불어조용히 집에 있고는 싶은데 아이들은 영상 없이 집에 있는 게 참 쉽지가 않다.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울음을 그친 딸 슬며시 내게 다가온다. 속상한 딸을 달래며 가고 싶은 장소 몇 군데를 보여준다.
"딸, 아빠가 실내 수목원 알아봤는데 여기 안가볼래? 춥지도 않고 따뜻하고 식물도 보면 좋지 않을까?"
"저 식물 싫어요. 뭐 신나는데 가고 싶어요."
딸내미 울 때 급하게 알아본 식물원도 싫단다. 나의 힘겨움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원조의 손길을 보낸다. 아내와 급하게 상의한 뒤 동네 뒷산 산책과 맛있는 거 먹기로 의견을 조율한다. 좋아하는 볶은 김치로 아침밥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 아들딸, 장난감 가지고 신나게 놀고 있다. 이때다.
"우리 뒷산 운동기구 있는 데까지 안 올라 갈래? 내려올 땐 맛있는 것도 사 먹자!"
'맛있는 거'라는 말에 바로 "네, 좋아요."라고 시원하게 대답하는 딸이다. 그런데 옆에서 놀던 아들내미 이런다.
"아빠, 벌 나오는 거 아니야? 말벌? 아빠 나 말벌 싫어."
"아니야. 겨울엔 벌 없어."
"진짜야. 벌들 다들 겨울 잠자고 있어."
작년 여름에 산에 갔다가 벌 때문에 무서워하던 아들내미. 우리 딸 때문에 산에 갈 수 있게 됐다.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 뒷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우리 가족. 바깥바람이 매우 매섭다. 마스크에 눈만 빼꼼히 내놓고 찬바람을 맞으며 산으로 향한다. 산으로 향하는 길 우리 아들내미 새로운 가게에 호기심이 간다.
"아빠, 우리 여기 가요."
"어디?"
"와플 먹으러 가요."
"아내 어쩔까? 내려올 때 맛있는 거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지금 점심때니까 하나 먹고 가요."
"그래, 그러자."
산에 가기로 했는데 와플 가게에 와플 먹으러 온 것 같다. 신이 났다. 이 추운데 아이스크림 와플에 음료까지 다 시켰다. 난 속이 안 좋아 안 시켰는데, 아들딸 아내 셋이서 먹고 있는 거 보니 먹고 싶긴 하다. 아내가 준 와플 몇 입이 또 그렇게 맛있다. 아내도 아들 딸기 아이스크림 와플이 맛있어 보이는지 한 입 청한다. 아들내미 한사코 안 된다고 그런다.
"엄마 한 입 먹어도 돼요?"
"안 돼요."
"안 입만 먹자."
"안 돼요."
아이스크림이 한가득인데 안 된다고 하는 아들내미를 보고 아내와 나 웃음을 터트린다. 먹고 싶은 아내를 위해 내가 아들에게 한 방 날린다.
"아들, 아까 아빠가 딸기 와플 아들한테 조금 줬으니까 엄마 한 입 줘도 돼지?"
아내가 조금 떼어준 와플을 아들에게 줬던 걸 이용하는 나다.
"네. 엄마, 한 입 먹어요."
그 말에 또 빵 터지는 아내와 나다.
"맛있네. 엄마 한 입 더 먹어도 돼?"
아내 맛있는지 한 입 더 먹자고 하니 아들내미 하는 말에 기가 찬다.
안 돼요. 계속 먹으면 텅 비어요.
"하하하하하하하" 둘 다 배 잡고 웃는다.
처음으로 먹는 와플 가게에서 먹는 와플이 맛있긴 맛있는 모양이다. 텅 비면 싫을 정도로 말이다. 아내 남기면 아까울까 봐 몰래몰래 먹는데 아들내미 계속 이런다.
"이제 내 거 그만 먹으라고요."
"내 거만 왜 계속 먹어요."
딸기 와플과 초콜릿 와플을 섞어서 새로운 맛을 창조해내는 아들딸을 보며, 자기 것에 손도 못 대게 하는 아들을 보며, 요 녀석들 잘 자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와플을 무사히 다 먹고 산에 올라가서 훌라후프도 돌리고 신나게 운동을 했다. 다가오는 주말이 매번 걱정이다. 영상 없이 집에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어딘가는 나가야 하고. 하하하하하 참 웃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