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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Feb 19. 2022

"엄마, 저 키 안 클래요?"

아빠 육아일기

토요일 주말 아침, 엄마랑 아빠가 늦잠을 자고 있으니 일찍 일어난 아들내미 배가 많이 고프다. 냉장고 여는 소리가 요란하다. 먹을 게 있는지 한참을 보다가 쾅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화장실 간다고 일어나 슬쩍 봤더니 텅 빈 우유갑 하나가 거실을 굴러다닌다. 배고픔을 해결했는지 블록으로 로봇을 만들어 로봇 빙가 되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중이다.


"썬터 블러, 자 출발, 저기 로봇 기지로 출발!!"

"안 돼! 안 돼! 친구 로봇이 올 때까지 기다려!"

"알았어! 빰빠밤, 슈웅~~ 친구 로봇이 왔다!!"

"퓨웅...."

혼자서 열 일하며 아주 놀고 있다. 하하하.


늦잠 잔 아내랑 나 슬슬 아침 준비를 하는데, 로봇 놀이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사용했는지 아들내미 다시 냉장고 문을 열더니 우유 하나를 더 꺼낸다. 그 광경을 지켜본 아내가 아들에게 한 마디 한다.


"아들, 우유 아침에 먹었으니 먹지 마요! 많이 먹으면 안 좋아요! 하루에 하나씩이에요!"


'네 알겠어요.'란 반응으로 수긍을 하던지, 

'하나만 하나만 제발 제발'이란 반응으로 온갖 애교를 떨던지, 보통 두 가지 중에 하난데 오늘은 전혀 새로운 반응을 보인다. 기가 차고 코가 차고 할 말이 없다.


엄마, 저 키 안 클래요?
(=엄마, 저 키 크지 말라는 거예요?)
엄마, 저 키 안 클래요?
(=엄마, 저 키 크지 말라는 거예요?)
어떤 우유가 안 좋아?


"어떤 우유가 안 좋아"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데 어이가 없다.

그 소리에 아내와 나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크크크크크크크"

"하하하하하하하"


큰 소리로 웃으니 아들내미 삐쳐서 또 큰 소리로 응대한다.

"웃지 마, 웃지 마마마 마마마마!"

그 소리가 또 너무 웃기다.

"귀여워."

아내의 말을 듣고 심기가 불편해진 우리 아들

"나 안 귀여워~~~~~~~"

소리 내며 우유 하나 들고 가 버린다.


우유가 간절히 먹고 싶은 아들,

어디서 우유를 먹으면 키가 커진다는 걸 배운 아들,

우유 안 주면 키 안 커진다고 은근히 협박(?)까지 할 줄 아는 아들, 이제 다 키웠다.


"어느 우유가 안 좋아!" 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아 한참을 다시 웃는다. 주말 아침에 늦잠 잤더니 아들이 우유를 두 개나 마셨다. 다음엔 일찍 일찍 일어나 아들내미 밥부터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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