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그림 같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앞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들이 더 많이 내 앞에 펼쳐질까? 그림 같은 하루를 살 수 있는 지금에 고맙고 고마운 순간들이다.
코로나 확진에 7일 동안 정확히 집에만 있었다. 일주일 참고 참고 기다린 보람이 오늘에야 꽃을 피운 느낌이다. 얼마나 밖에 나가고 싶었으면 근처 박물관에 갔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연신 방방 뛴다.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딱 이 순간의 느낌이다.
"아빠, 우리 귤 나라에 온 것 같아요!"하고 귤을 보고 소리치는 아들이다. 아들 말처럼 셀 수 없이 많은 귤나무에 셀 수 없이 커다란 주황색 귤들이 도처에 열려 있다. 마음 같아서는 가서 다 따 먹고 싶지만 그 마음 꾹꾹 누르고 이 순간의 오렌지 세상에 흠뻑 취해 본다. 전에도 말했지만 정말 마당 있는 집에 산다면 귤나무는 1순위다. 귤나무에 귤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은 이미 부자다.
새로운 곳을 가 보는 것은 어른들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다 신나는 일인 모양이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자기 머리만 한 귤을 보고 입을 쩍 벌리는 가 하면, 노란색 주황색 녹색 등 갖가지 색과 모양의 귤을 보고 놀라서 이리 달려가고 저리 달려가는 아이들이다. 모양과 색깔이 제 각각인 귤을 보면서 아 세상엔 이 귤처럼 사람들도 다 제각각 재미있게 개성 있게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3월의 햇살이 이렇게 따스할 수가 있는가? 살살 불어오는 봄바람에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놀이터에 앉아서 먹는 감귤 피자는 '꿀맛'처럼 달콤했다. 아이들이 정성스럽게 반죽을 해서 토핑까지 올린 감귤 피자 맛은 한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맛있게 먹은 피자맛처럼 아이들의 오후 놀이도 제주도 내려와서 최고로 달콤한 순간이었다.
넓은 잔디밭에서 공을 차는 축구의 맛을 아이들이 알아버렸다. 얼굴이 벌겋게 익어 땀이 삐질삐질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데도 공을 쫓아가느라 슛 골인하느라 즐겁고 또 즐겁다. "번개 파워" , "울트라 최강 슛" 등 알 수 없는 소리를 해 가며 웃옷까지 벗고 뛰어다닌다. 차가운 수돗물에 세수를 하고 머리를 깜으니 "아빠, 불 속에서 물 세상 만난 것 같아요."라며 환희 웃으며 대답하는 딸이다.
자기 전에 딸에게 오늘 뭐가 제일 재미있었냐고 하니 피자 만드는 것도 아니고 축구란다. 공 찬 게 제일 재미있었단다. 어떻게 그렇게 딸은 아빠랑 같을까?
여러 다양한 장소를 구경하는 것도 좋고, 좋은 음식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장소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거다. 같이 아이들과 노는 거다. 그게 제일 재미있는 거고 제일 기억에 남는 거다. 아이들과 놀면서 또 하나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