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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Mar 25. 2022

고등어회

제주살이 31일 차

"저기, 횟집 있네. 고등어 있나?"

"어, 횟집 맞네.. 고등어... 어어어 어어어..."



"쿵"


"어어어어어..."

"괜찮아?"

"어.. 근데.. 머리가.."



6년 전, 횟집에 고등어가 있나 없나 보다 차가 해안도로 경계석을 들이받고 한 몇 초 동안 정신을 잃었었다. 경계석이 없었다면 아마 차는 바로 바닷속으로 빠져들었을 것이고...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예전에 제주도 와서 학교 선생님들이랑 너무 맛있게 먹은 고등어회가 생각나 그날도 횟집마다 물었었는데 파도가 심해서 고등어 구경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 고등어회 그게 뭐라고 남자 친구 '고등어회'를 먹여주기 위해 횟집 어항을 보다 순간 핸들을 못 돌려 났던 사고. 내의 고마운 마음이 다시 생각난다.


'고등어회'만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 사고. 그 차사고 때문에 아내랑 더 돈독해졌는지 모른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1년 제주살이를 하고 있는 건지도 하하하하. 어제 먹은 햄버거 때문인지 몰라도 아내가 모처럼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한다.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길래 나도 모르게 너무 자연스럽게 그 단어를 꺼냈다.


"고등어회"


서귀포 올레시장 횟집에서 너를 다시 만나다.

며칠 전, 서귀포 올레시장을 걷다 횟집 앞에서 다시 만난 '고등어'. 어항 물속에서 푸른 등빛을 발산하며 친구들과 멋지게 헤엄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그 녀석들과 눈도 마주치고 사진도 찍었던 게 생각난다. 고등어를 다시 봐서 그런지 그 맛도 다시 궁금해졌던 모양이다.


그게 뭐라고 한 번씩 찐하게 생각나는 맛. 그거 찾다가 용궁 갈 뻔했는데도 생각이 나는 거 보면 참 희한하다. 가려고 했던 집이 문을 닫아 1바퀴 뺑뺑 돌다 어항 속에 싱싱하게 물속을 가르는 고등어를 보고 그냥 들어간 횟집. 한 마리당 시가로 20,000원이다. 마음먹고 온 거라 2마리에 매운탕을 시켰다.


회로 마주하니 감탄이 나오는데 한편으론 미안하다.

푸른빛과 갈색 그리고 하얀빛의 물결이 접시에서 파도를 치며 내게로 다가온 너. 내 입에서 '우와~'소리가 절로 나온다. 김 위에 너를 올리고 쌈장과 마늘을 넣어 입 안으로 넣어본다. 고소한 바다 향이 입안에 쫙 퍼진다. 잊고 있었던 맛, 다시 그 맛을 소환시켜준 네가 너무 고맙다. 나도 모르게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주도 내려와서 먹는 거에 있어서 최고로 행복한 날이네."


우리 아내 남편이 맛있게 먹으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 많던 회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입으로 다 들어가 버렸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먹었더니 배가 부를 정도다. 그리고 중간에 나온 10,000 원하는 매운탕 맛도 기가 막히다. 밥과 함께 먹는데 속이 다 따땃해진다. 계속 숟가락이 간다.


매운탕 맛이 얼큰하다.


밥을 먹고 걷는 길. 세상이 행복해 보인다. 아내도 내 표정을 보더니 한 마디 던진다.

"오늘 감탄을 하고 감탄을 하던데!"


고등어회 때문에 생사가 갈릴 뻔했는데도 이렇게 고등어회를 찾는 걸 보면 정말 난 고등어회를 사랑하는 모양이다. 그냥 들어간 집인데 회도 싱싱하고, 반찬도 신선하고, 매운탕까지 저렴하고 맛있는 이곳은 다음에 손님들 오시면 꼭 데려오리라 마음먹는다.

드림회센터, 가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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