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잃어버린 퍼즐 조각 하나를 우연히 찾아 퍼즐을 완성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지만 나에게는 '아! 이젠 가 봤네! 퍼즐이 완성되었네!' 하며 끝맺음이 되는 순간이다. 뭔가 개운하지 않았던 찝찝함이 한 번에 해결되는 상쾌한 순간이다. 퍼즐 조각 하나 빠진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림이 진짜 그림이 되는 순간이다.
나이 마흔 중반까지 제주도는 10번은 왔었다. 그리고 내가 직접 살고 있는 여기, 바로 서귀포 지역도 두세 번 정도 왔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주 찾는 천지연, 정방폭포, 그리고 이중섭 거리는 자주 와지는데 희한하게 천지연폭포 바로 코 닿을 곳에 있는 '새섬'은 잘 안 와지게 되는 게 아닌가.
'저 다리 저거 멋지기는 한데 일단 봤겠다 굳이 건너가 볼 필요 있겠나? 다음에 오면 한 번 다시 가 보지! 다른 곳도 구경할 데 많은데 굳이 뭐!' 하는 마음이 컸던 모양이다. 아내와도 '하영 올레' 길을 걸으며 여기 새섬 코앞까지 왔는데 다리 아프다는 이유로 다음에 가 보기로 했다.
"새섬 가 보자!"
'기적의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김밥과 핫도그를 맛있게 먹었는데 뭔가 허하다. 둘째 아들 녀석은 심심해서 도서관 바닥에 아예 드러눕는다. '바로 이 때다!'정하지는 않았지만 이 순간이 바로 여길 가야 할 순간이다! 느낌이 왔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과 아내에게 "새섬 가 보자!"라고 외쳤고, 모두들 가볍게 바람도 쐬고 다리도 건널 수 있는 이곳을 가기로 한다.
도서관에서 차로 8분 거리, 토요일이라 평일에 텅텅 비었던 주차장에 관광객 차가 제법 있다. 이럴 땐 바로 관광객 모드로 변신이다. 가방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룰루랄라 아이들과 손잡고 새연교로 걸어가는 아내와 아이들이다. 정말 하나도 기대를 하지 않고 와서 그런지 몰라도 오늘 새연교 주변 풍경이 그냥 예술이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고, 햇살은 따뜻하고, 파도 소리는 연신 '푸와와 와아~푸아아아아' 거린다.
아이들도 이 대 자연의 기운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지 있는 힘껏 바람을 맞으며 달린다. 나도 모르게 기분 좋아서 나온 말을 아이들도 그대로 따라 한다.
"우와! 그림 속으로 진짜 들어온 것 같아요, 아빠!"
진짜 그림이 따로 없다. 너무 멋져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저 멀리 회색 구름 아래로 보이는 '범섬'은 신비한 자태를 내 품고 있고, 파도소리도 예술이고, 길게 돌출된 새섬 바위는 진짜 용꼬리처럼 꿈틀꿈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아이들도 최고로 기분 좋을 때의 포즈가 절로 나온다. '찰칵, 찰칵'
그런데 딱 다리 오른쪽만 예술이다. 왼쪽을 보니 항구와 배들이 이 공간과 따로 놀고 있다. 그냥 딱 부산 자갈치 시장 안쪽 배가 있는 풍경이다. 붕붕 구름에 떠 다니며 신선이 되었는데 이건 뭐 한순간에 '현실'을 마주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다리 건너서 안쪽 새섬 풍경도 산책로와 함께 정말이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거다.
태곳적 신비의 아름다움이 여기서도 물씬 난다. 특히나 하늘이 예술이다. 밤새 내린 비와 세찬 바람으로 하늘이 만들어낸 이색 풍경에 '어! 이거 내가 찍은 사진 맞나? 사진가가 찍은 사진 같은데! 끝내주네!' 하면서 찍은 사진에 스스로 감탄을 한다. 아내한테 받은 사진도 기가 막히다. 이 순간을 아이들과 너무 잘 담았다.
새섬 '하영 올레' 길이 앙증맞을 정도로 예쁘다. 아이들과 걷기에도 무리가 없는 10분 정도 거의 평지 길이다. 근데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냄새'다. 냄새에 예민한 아내가 "다른 건 다 좋은데 저기 항구 근처 배에서 나는 기름 냄새가 너무 안 좋다!"라며 빨리 가자고 한다. 마스크를 살짝 내려 냄새를 맡아보니 기름 냄새가 확실히 찐하게 난다. 아이들은 멋모르고 나무 짝대기로 싸움을 하고, 밭을 갈고 신나게 뛰어 논다. 하하하하.
아이들은 언제나 자유롭다. 그냥 다리 따라 쭉 가고 싶은데 기어이 꼬불꼬불 달팽이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이 무섭다. 나만 그런가? 하하하하. 여기 아래에서 바라보니 또 다른 풍경이다. 더운 여름 여기 데크에 앉아서 조용히 바다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역시 보는 것보단 직접 두 발로 가봐야 한다. 아이들을 통해 배운다.
새섬에 드디어 왔다 간다.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아 퍼즐을 맞췄다. 뭔가 항상 찜찜했던 미해결 과제가 풀렸다. 도서관에서만 있었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뻔했던 날이었다.
한 번쯤은 다시 찾고 싶은 새섬. 기름 냄새만 없으면 말이다. 새섬에 오니 욕심이 또 살짝 난다. 저 멀리 보이는 범섬이 또 가고 싶다. 저 멀리 보이는 범섬 위 소나무를 직접 한 번 손으로 만져보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상상만이라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