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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 미로 파크, 천제연폭포, 중문색달해수욕장 나들이

제주살이 34일 차

by 도도쌤


중문 미로 파크


여기 정말 제주에서 보기 드문 곳이다. 일단, 가격이 정말 싸다. 소인 2,000원에 어른 3,000원이다. 아이 둘에 어른 둘 하니 10,000원이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아내가 했다. 이 가격으로 30분 정도 가족과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니 좋다.


둘째, 여기 도착했는데 방문객이 우리밖에 없다. 주말인데 말이다. 심지어 매표소에 주인도 안 계신다. 전화를 하니 인터넷 예약했으면 결재 바코드 보내면 된다고 하고 알아서 미로 찾고 가면 된다고 한다. 하하하하.


마지막으로, 여기 미로 진짜 미로다. 김녕 미로공원보다 훨씬 작고 미로도 하나밖에 없어서 쉽게 생각했는데 아니다. 우리 가족 진짜 아들 말처럼 미아가 될 뻔했다. 입구에 미로 코스 안내도 사진 안 찍고 들어와서 너무 후회를 했다.


"아빠, 여기서 못 나가면 어떻게 해.. 여기서 자야 해? 무서워. 가도 가도 막혀 있잖아."


정말 그랬다. 아내 길 찾다가 나무에 찔려 손과 팔에 상처가 났다. 같은 길만 3번 4번 뺑뺑 돌아서 외울 정도였다. 한 20분 정도 헤매다가 다시 출입구로 나가자고 간 게 하필 지금까지 전혀 다른 길이다.


길 아래 표지석도 힌트다. '제주', '평안남도', '포기하지 마.' , '다시 돌아가' 다양한 표지석이 나온다. 그리고 드디어 출입구 앞에서 사진으로 봤던 출구를 나타내는 '사자상'을 만났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너무 쉽게 생각한 미로에서 정말 고아가 될 뻔했다.



천제연폭포


여긴 한 마디로 비추다. 내가 비추라고 말하니 우리 딸 이런다. "아빠 비추가 뭐예요?"그건 한자 마법으로 아닐 비, 추천할 추. 추천하지 않는다고. 그러니 딸도 그런다. "아빠, 여기 정말 비추다. 맞지 아빠 싫어하는 계단이 너무 많이 나온다. " 그렇다. 여기는 오르막 내리막 계단이 너무 많다. 나같이 무릎이 안 좋은 사람에겐 계단 너무 힘들다.


심지어 여긴 폭포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폭포가 세 개가 있다. 1 폭포, 2 폭포, 3 폭포. 헉. 이걸 다 보러 다녀야 한다. 참고로 1 폭포는 비가 와야 물이 많아야 볼 수 있다. 비가 많이 안 와서 1 폭포는 못 봤다.


계속 내리막 길에, 그리고 다시 오르막 길. 폭포를 봤는데 이건 천지연폭포랑 정방폭포랑은 결이 다르다. 천지연은 길도 아주 편안하게 평지를 걸으면서 밀림 숲 울창한 기운을 느끼면서 오리도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정말 편안하게 '우와~'하고 봤다. 정방폭포도 내리막 깔딱 코스가 딱 하나 있지만 가면서 저 멀리 폭포의 웅장함도 느끼고, 폭포랑 정말 가깝게 갈 수 있어서 물이 막 얼굴에 튈 정도여서 좋았다.


그런데 여기 천제연은 골짜기가 정말 깊다. 그래서 그런지 폭포를 멀찌감치 봐야 한다. 몰입을 하고 싶은데 다리도 아프고 폭포가 너무 멀다. 그래도 한 번은 꼭 오고 싶다면 말리지 않는다. 하하하하. 아이들이랑 외국인이 많이 보이는데 다들 '헉헉헉'대고 있다. 하하하하.


중문색달해수욕장


혼자 총각 때 여기 온 적이 있다. 한 10년 전쯤인가 싶다. 그 당시 내가 느끼기로는 날씨도 안 좋고 파도도 너무 세서 '아! 여기 해수욕장으로서는 아주 별로다!' 싶었다. 왜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곽지해수욕장'은 물은 에메랄드빛에다가 얕아서 놀기도 좋고, 게도 잡을 수 있고, 조금만 옆으로 가면 파도도 적당히 치니 물놀이하기엔 딱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곽지는 물놀이하고 바로 옆에 씻을 수 있는 곳이 있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여긴 곽지랑 너무 비교가 되어서 별로 가고 싶은 곳이 아니었지만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라 왔다.


일단 예상대로 파도가 센 건 여전했다. 그래서 그런지 서퍼들이 참 많고 파도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파도를 좋아한다. 바지를 둥둥 걷이고 파도 피한다고 달려갔다 달려오고 깔깔깔 넘어간다. 파도 물이 빠지면 그 속에 흑을 파서 가져와 성을 쌓는 놀이를 한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좋다. 무한 반복인데도 나를 찾지를 않는다. 보기 흐뭇하다.


게다가 저 멀리 모래 언덕에서 조그만 아이들이 모래 언덕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내려갔다 놀고 있다. 얼핏 45도 각도인데 꽤나 위험해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어 보인다. 딸 아들 젖은 옷을 말리는 차원도 있어서 갔는데 너무 잘 논다. 처음엔 올라가는 게 너무 위험해 보여서 속으로 '이거!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야!' 싶었는데 아이들 금세 적응한다. 뒤로 나뒹굴어 떨어질 것 같은데 몇 번 올라갔다 내려왔다 반복을 하니 완전 요령이 붙었다. 모래라 굴러도 안 다칠 것 같다. 도끼 나무 막대와 긴 막대를 이용해 싸움도 하고 줄에다 걸고 별의별 상상력으로 논다. 박스 하나만 딱 들고 와서 저 위에서 타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계속했다. 하하하하하.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by도도쌤


일요일 하루 종일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줬다. 딸내미 자기 전에 뭐가 제일 재미있었냐고 물어보니 KFC에서 햄버거 먹은 게 제일 좋았단다. 웃음밖에 안 나온다. 그렇게 재미있게 놀았으면서 처음 먹어본 KFC 닭이 그렇게 맛있었나 보다. 다음에 해수욕장 갈 땐 제대로 준비를 해야겠다. 씻을 물통도 준비하고, 모래 놀이 장난감도, 샌들에 모자 그리고 선크림까지. 너무 준비 없이 갔다 모래에 물에 일격을 제대로 당한 느낌이다. 아이들 씻기느라 모래와의 끝없는 사투였다.


일요일 주말이 끝났다. 월요일이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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