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왜 또 일하러 가는데에."

아빠 육아일기

by 도도쌤

아들이 하나 있다.

다섯 살이다.

초귀요미다.

둘째라 그런지 하는 행동 하나하나 안 귀여운 데가 없다.

우는 것도 귀엽고

웃는 것은 더더더더더더더더 귀엽다.

머리 써서 거짓말하는 것도 귀엽고

나쁜 짓 하다 들키면 지가 더 놀라는 거 보는 것도 귀엽다.

물론 잘못한 건 꼭 집고 넘어간다.

그런 우리 초초 초초 귀여미

요즘 투정이 많이 늘었다.

변덕이 죽 끓는다.

하고 싶은 게 참 많다.

먼저 해야 한다.

못하게 하면 '징징징'

먼저 못해도 '잉잉잉'이다.

"나도 보고 싶은데에..."

"아빤 나만 보고 그래..."

그러면서 아무 방에 가서 혼잣말을 한다.

"하고 싶은데... 보고 싶은데... 안 해 주고... 아빠 미워..."

자기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출근 시각은 6시 35분. 이른 편이다.

보통 이 시간 아들 딸 다 잔다.

한날은 화장실 가다 딸이 깼다.

부스스한 눈으로 계속 나를 따라 나닌다.

"아빠 뭐 해요?"

"아빠 밥 먹지."

"그거 뭐예요?'

"곤드레 나물"

"아, 곤드레 만드레 그 곤드레죠?"

"어 맞지. 하하하하하! 딸 잠 오면 엄마 옆에 가서 좀 더 자지?"

"아빠 기다릴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 소파에 풀썩 눕는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으니 딸이 달려온다.

"아빠, 인사하고 싶었어."

우리 딸 잠 오는데도 아빠 출근 잘하라고 인사해준다.

환하게 웃으며 서서 인사하는 딸. 감동이다.

인사 소리에 우리 아들 발소리도 다다다다다 들린다.

부스스한 눈으로

"아빠 다녀오세요." 그런다.

"잠시만 너거 있어봐"

아빠 출근 잘하라고 인사하는 딸 아들 모습

추억 샷을 연신 날린다.

'찰칵찰칵'




"아빠! 왜 또 일하러 가는데에에에에....응응 응~~ 응응 응응~~ 응응 응~~ 응응 응응~~"

아들 나 출근 준비하는 거 보자마자 거실 바닥에 엎드려 통곡한다.

오늘은 "아빠 다녀오세요."라고 씩씩하게 인사하던 아들 모습이 아니다.

얼른 다가가 안아준다.

"우리 아들 잘 잤어?"

"으으응 으으응"

아니란다.

"아빠 얼른 갔다 올게."

"아빠 미워. 응응 응~~ 이잉이잉이잉~"

출근길이 난항이다.

"아빠 왜 일하러 가는 거 야야야야?"

소리를 한 톤 더 올 떼를 쓴다.

"돈 벌러 가는 가지. 돈 벌어서 아들 맛있는 거 사줘야지."

평소 같으면 통할 '맛있는 것'도 오늘은 통하지가 않는다.

"아빠 갈게."

"으으으으응 으으으응"

기어이 들 최종 주특기가 나온다.

안방 이불속에 얼굴을 파묻고 대성통곡을 한다.

"아빠 아빠 가지 마. 가지 마."

평소 출근 시간은 이미 포기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아들을 가만히 지켜본다.

아들 엄마품으로 들어간다.

약간 진정이 된다.

부인이 얼른 가라는 신호를 준다.

마스크를 쓰고 현관으로 나간다.

딸이 "아빠 다녀오세요."라고 한다.

현관문을 닫으려니

안방에선 "아빠 아빠" 한다.

그냥 갈 수 없다.

뒤끝이 길다. 우리 아들.

"아들! 아빠 간다!"

큰소리로 말니 우리 아들 평소처럼 얼른 달려 나온다.

많이 울었는지 눈이 많이 부었다.

계속 울먹 울먹인다.

"아들 저녁에 아빠 뭐 사 올까?"

"딸기 도넛요.... 흑흑흑"

"아들, 딸기 도넛 몇 개 사 올까?"

검지 손가락 하나를 든다.

"하나 사 올까 두 개 사 올까?"

울먹울먹 거리며 얼른 손가락 두 개로 바꾼다.

"아빠가 아들 좋아하는 딸기 도넛 두 개 사 올게."

울음을 애써 참으며 겨우 고개를 끄덕인다.

딸기 도넛 마지막 필살기가 통했다.

그리곤 안방으로 다닥 달려간다.

그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던 센스쟁이 우리 딸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아빠 저도 초코 도넛 두 개요." 그런다.




출근길 아들 우는 소리가 계속 따라다닌다.

'뭐 때문에 저렇게 아침 떼를 쓰는 거지?'

'뭐 때문일까?'

'어제 일 때문인가?'

어제 아들 딸 꽝꽝 얼린 페트병을 얼음물로 만드느라 마루 바닥에 물을 한가득 쏟았다. 딸 샤워하러 간 사이 아들에게 심하게 뭐라 한 게 신경이 많이 쓰인다.

왜 그랬는지 차분하게 묻고 들어줬어야 했는데 못했다.

목소리톤을 올려 단호하게 '아들 네가 했으니 네가워!'라고 했다.

"아빠 무서워~"

"아빠 무서워~"

라고 말하던 아들 겁먹은 모습이 눈에 밟힌다.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아주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아들 말에 귀 기울여줬어야 했는데.....

내 잘못이다.

그것 때문에 아침부터 내게 떼를 쓰는 거였다.

아빠라서 아는 거다.

내 배고픔과 샤워하지 않는 두 아들 딸에 대한 순간 미움이 아들에겐 무서운 아빠로 보인 거다.

아침부터 떼를 쓰는 아들을 보니 내 마음이 다 아프다.

아빠 늦게 가라고 하는 떼 아니다.

우리 아들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거다.


'아빠 이젠 예쁘게 이야기해 주세요.'

'먼저 내 얘기 들어주세요. 제발요!'

'아빠 화내면 정말 싫어요!'고.


출근하는 내 마음이 무겁다.

아들 내가 미안하다.

너 말도 제대로 안 듣고 뭐라 해서




퇴근길 어린이집에서 아들 딸을 만났다.

아직 아들내미 표정이 시큰둥하다.

반가운 내색이 전혀 없다.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인사도 없이 나온다.

"아들, 선생님 주말 잘 보내세요라고 말해야지. 다시 초인종 누르고 인사해 볼까?"

대답도 없이 한참 있다 초인종을 누른다.

"선생님 주말 잘 보내세요."

힘이 없지만 다시 인사하는 아들.

그 용기가 멋지다.


일찍 부인이 집에 왔다.

회사 아는 언니한테 장난감을 한가득 받아왔다.

"아빠, 이 다리 부분이 잘 안 돼요. 이거 해 주세요?"

장난감에 갑자기 기분이 업된 우리 아들이다.

"이거 부서진 것 같은데."

"아니에요. 여기 보이죠. 이렇게 연결하는 거예요."

"아 맞네. 우리 아들 로봇 전문가네."

'찰칵' 다리가 완성됐다.

"이제 됐네!"

아들이 먼저 말을 걸어준다.

로봇 덕분에 나 아들 이야기가 다시 술술 풀린다.

"아들 여기 뽀뽀"

'쪽' 뽀뽀를 해 준다.

나도 '쪽' 아들에게 뽀뽀를 한다.

"울트라 초 스피드 샤워"

큰 소리로 외치는 아들이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다.

다행이다.

내한테 물장난도 치면서 즐겁게 샤워도 마쳤다.


부인이 몰래 날 부른다.

아침에 내 가고 나서 한참을 투정 부렸단다.

많이 힘들었단다.

그 투정이가 다시 초초 귀요미가 되었다.

저렇게 환한 얼굴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아빠, 안 도와주고 뭐 하고 있어요?"

"아, 알았어."

얼른 달려가는 나다.

아들 기분 맞추기 보통이 아니다.

그래도 아들 기분이 다시 좋아져서 참 다행이다.


'아빠가 이제부터 아들 말 먼저 들어주고, 예쁘게 말할게.'


아들 때문에 내가 더 철이 든다.

고맙다. 아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