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쌤 Apr 15. 2022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를 읽고.

작년에 제주도에 관심이 있다 보니 신재현 작가님(JJ teacher)의 제주 이야기를 종종 읽곤 했었다. 그러다 이야기가 모여 책이 나온 걸 알게 되었고 꼭 읽어봐야지 봐야지 했었다. 올해 제주살이 한다고 제주에 직접 와서 이 책을 읽으니 책 속 이야기들이 살아있었고 내 삶으로 찾아와 내 삶을 바꾸고 있었다.


작가님은 서울 초등교사를 그만두고 다시 제주도 임용을 쳐서 지금은 제주도 초등교사로 재직 중이시다. 멋지다. 말이 필요 없다. 하고 싶은 걸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 모습,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싶었다. 제주에 1년 살러 왔는데 작가님처럼 제주가 여기 살라고 나를 자꾸 유혹 중이다. 아내와 나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제주 쪽으로 무게추가 조금은 기울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 교육차원에서도 나랑 상당히 비슷하시다. 학원을 안 보내고 계시다. 나도 아직 6,7세 어리긴 하지만  미술학원 2개월 빼고는 아직 학원을 보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작년 1학년 1년을 가르치고 나니 더 확고해졌다. 빨리 많이 배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생각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걸(오은영 박사님 말 참고함) 이제는 안다.  아이가 스스로 고민하고 적용하고 실패하고 다시 해 보고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게 중요하단 걸 안다. 커서 더 배우고 싶다면 그땐 보내줄 것이다.


작가님이 카페를 몇 곳 추천해주신다. '서연의 집' 카페도 추천해주셨는데 벌써 갔다 왔다. 카페가 참 맘에 들었다. 작가님 덕분에 <건축학개론> 영화도 다시 보았는데 첫사랑의 설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밤수지맨드라미'와 '매기의 추억'도 조만간 갈 예정이다. 우도에 가서 가족들이랑 하룻밤 자면서 저녁 바닷소리도 듣고 노을도 보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 걷는 걸 좋아해서 올레길과 오름을 좋아하는데 작가님이 가을 산굼부리와 다랑쉬오름과 용눈이 오름을 추천해 주신다. 여기도 계절에 맞게 한 번 찾아가서 오름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예정이다. 또 여름에 찾아오는 한치회랑 겨울 방어회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니 잊지 않고 많이 먹으리라 마음억었다.


집 얘기도 빠질 수 없다. 제주도 집 구하기 정말 정말 중요하다. 베이스캠프를 잘 잡아야 한다. 작가님처럼 마당이 있는 타운하우스에 살고 싶은 맘이 너무 컸지만 결국은 여러 이유에서(유치원 거리, 추위, 가스비, 안전, 마트, 클린하우스, 도서관 등) 아파트를 선택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집에서 뛰어다닐 수 없다는 차원에서 항상 마음이 짠하지만 그 외의 것들을 즐기고 있으니 만족하며 살고 있다.


끝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가님의 문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길게 이어질 인연은 절대 요란하지 않다.
상대방과의 친분을 남에게 과시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을 만난 것이 반갑고 좋을 뿐이다.
사람들은 다 안다. 내 사람인지 아닌지.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 117쪽


제주에 오니 사람과의 만남이 일체 없다. 휴직 중이니 더하다. 오로지 아내와 아이들뿐이다. 대신 자연을 벗 삼아 제주길을 벗 삼아 지내고 있다. 길게 이어질 인연은 요란하지 않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전화가 가는 사람, 오는 사람이 있다. 나도 누가 내 사람인지 제주도에 오니 알 것 같다.


작가님처럼 제주 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 제주가 너무 좋은 사람은 꼭 한 번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읽고 나면 왜 서울에서 승진을 포기하고 제주에서 살고 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나도 작가님 길을 따라가고 싶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이 사십 중반이 되니 인생에서 가 중요한지 아닌지 이제는 조금 알다. 작가님의 마음이 담긴 글로 내 맘을 끝으로 전하고 싶다.


언제까지 제주도에 살지 잘 모르겠다.
평생 제주도에 있을 수도,
다시 육지로 올라올 수도 있다.
어차피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얼마나 이곳에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 13-14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