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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Apr 18. 2022

아들딸 형아 놀이터가 그렇게 좋다.


"후다다다다닥"

"누나, 같이 가. 후다다다다다닥"


유치원 선생님께 인사하자마자 뒤돌아 서기 무섭게 형아 놀이터(초등학교 놀이터)로 달려가는 딸.

나한테 가방도 안 주고 가방 멘 채 냅다 달려간다.

덜컹컹컹컹 후다다다닥


아들은 달려가다 가방이 무거운지 뒤돌아 내게 오더니 가방만 건네주고 누나 뒤를 맹추격한다.

역시 아들내미가 누나보다 훨씬 똑똑했지만

누나 승. 누나가 먼저 놀이터에 도착했다.


아들 병설유치원 친구 오빠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그 형과 어느샌가 놀기 시작한 아들과 딸

"애들아 같이 놀자!"

"어, 그래"

열심히 놀이터 모래를 파기 시작한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 아빠 아빠하고 사정없이 나를 찾던 아들과 딸은 여기에 없다. 아들 친구 오빠, 초등 2학인 그 아이가 한없이 마음에 든다. 그 아이 덕에 나는 멀리 벤치에 앉아 글 수정도 자유롭게 한다.


마음껏 모래를 파고 그 속을 물로 가득 채우는 아이들.

아들딸 수돗가에 가고 오고를 수십 번 반복한다.

그게 뭐 그렇게 재미있는 거라고 하하하 호호호 거리며 논다.


글 수정한다고 하늘을 보니 제비가 쌩쌩쌩 슝슝슝 내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

그러고 보니 어릴 적 동네 골목골목 쌩 쌩 날아다니던 제비는 어느 순간 부산에서 볼 수 없었다.

그 제비를 못 오게 막고 잡으러 따라다니고 했던 어릴 적 추억이 제비를 보니 다시 생각난다.


그렇게 많던 그 제비들이 다 여기 제주도로 다 내려왔나 보다.

하늘 높이 고공쇼를 벌이며 마음껏 쌩하니 날아다닌다.

무슨 연유에선 모르지만 여기 제주도가 제비 살기에 더 좋았나 보다.

나도 그래서 제비처럼 내려왔나 싶기도 하다.


노랑나비 하얀 나비들도 지천이다.

둘이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내 앞에서 팔랑팔랑 날갯짓을 하며 마음껏 놀고 있다.

부산에서도 종종 보이지만 여긴 뭐 풀과 나무와 사람과 집과 새와 나비가 같이 공존한다.


푸른 잔디밭에 뛰어노는 아이들, 놀이터에서 흙을 파고 노는 아이들

새파란 하늘 아래 깔깔깔, 하하하, 호호호, 팔랑팔랑, 쌩쌩

아이들과 제비와 나비들 마음껏 봄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이 이렇게 즐겁게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이라면

제비가 마음껏 날아다니고 나비들이 자유로운 곳이라면

아이들이 자연을 닮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이곳 제주도에 초등학교까지라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5시에 와서 해가 거의 지려고 하는 6시 35분까지 형아 놀이터에서 논 아들딸.

역시 놀 땐 동생 형들이랑 우르르 같이 놀아야 제맛이다.

집에 가자고 하니, 형들 동생들 다 갔는데도, 더 놀고 싶다고 그런다.

밥 먹으러 가자고 하니, 그제야 간다.

배가 고프긴 고픈 모양이다.


오는 차 안에서 여름이 와서 점점 낮이 길어지고 있다고 하니 우리 아들딸 한 수 더 뜬다.

"우와! 그럼 더 놀 수 있겠네."

"그럼 토요일 일요일 하루 종일 놀겠다. 12시간 놀까?"

할 말이 없다.


너희들 진짜 놀기 위해 이 지구별에 온 것 확실하다.

어째 그렇게 내 어릴 적 모습이랑 판박인지 모르겠다.

저녁 늦게까지 놀다 엄마한테 귀 잡혀

 "아야. 더 놀래! 안 갈래" 소리치던 시절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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