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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Apr 20. 2022

올레길 19코스에서 숨은 비경을 만나다.(점심맛집포함)

오늘의 일정
조천만세동산(10:45)-제주항일기념관 관람(11:00)-문개항아리 문어라면(12:00)-신흥리 백사장(12:40)-함덕해수욕장(13:30)-서우봉(14:30)- 북촌마을, 너븐송이 4.3기념관(15:00)
오늘 걸은 올레길19 코스 by도도쌤

멀다. 진짜로 멀다. 내가 사는 서귀포에서 19코스 시작점인 '조천만세동산'까지. 101번 급행버스를 탔는데도 1시간 40분이 걸린다. 공항 가서 비행기 타고 부산까지 갈 수 있는 거리다. 하하하. 올레 안내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날짜를 적는데 날짜가 19일이다. 올레 코스도 19코스다. 일부러 그런 건 절대 아닌데 '19'라는 숫자가 두 개 있으니 신기하긴 신기하다.


2022.4.19일. 올레길 19코스를 걷다. by도도쌤


 만세동산 안에 있는 '제주항일기념관'을 한 바퀴 돌고, 아담한 돌담길을 걸으니 바다가 나온다. 최근에 읽은 <성공을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이라는 책에서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 음미하는 여행'이라고 했다. 그래 이 아름다운 제주 바다와 경치를 마음껏 즐기고 마음에 새기는 거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람을 느끼며 이 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만든다.


올레길 19코스 찍은 사진들 by도도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배가 살짝 고프다. 약간 출출할 때 먹는 게 맞다. 배고플 때 먹으면 이미 늦다. 한 걸음 한걸음 땔 때마다, 일초 이초 지날 때마다 기분이 더 나빠진다. 올레길 자주 걸으면서 느낀 진리다. 적어도 내 배꼽시계와 기분과의 상관관계에 따르면 말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지금 먹어야 한다.


라면 냄새가 어디서 솔솔 풍긴다. 가게를 슬쩍 봤더니 꽤 유명한 문어라면집인가 보다. 곳곳에 방송을 탄 기록들이 즐비하다.  이 집 <문개항아리>의 대표 메뉴 '문어라면'과 공깃밥 하나를 시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그런데 가격이 후들후들하다. 예상은 어느 정도 했는데 12,000원이라니 얼마나 맛있을지 내심 기대가 된다.


일단 비주얼에서 압승이다. 문어와 게와 가리비의 환상 조합이다. 얼른 국물 맛을 보는데 매콤하니 속에서 매운 기운이 확 진다. 문어는 가위로 잘라 먹으라고 해서 가위로 자르는데 안 잘린다. 가위가 문어랑 댄스를 추 몇번이나 넘어진다. 대충 큼직큼직하게 잘라 한 입 먹었는데 음.... 찔기다. 그것도 이.

문개항아리, 문어라면 by도도쌤

그래도 문어 향이 입안에서 쫙 펼쳐지는데 그게 일품이다. 문어를 정말 잘게 잘게 자르는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자르고 나니 훨씬 낫다. 꼬들꼬들 라면과 매콤한 국물에 깊은 맛이 나는 문어. 공깃밥 한 그릇과 함께 뚝딱 비웠다. 5점 만점에 4.5점이다. 문어만 조금 연했으면 좋겠다.


속이 든든하다. 매운 걸 먹었더니 힘이 마구마구 솟아난다. 한 발짝 한 발짝 세상이 다 아름답다. 그런데 '허걱' 진짜 예상지도 못한 숨은 비경을 발견한다. 물 때깔이 물 때깔이 이런 때깔이 없다. 어디 보라카이 온 것 같다.


그 예쁜 물과 함께 미니 모래사장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는 가족들 풍경이 그림이다. 여기 어딘가 싶어 지도를 보고 내 위치와 함께 스캔까지 해 놓았다. 이름하여 '신흥리 백사장(해수욕장)'이다. 길 안내를 하는 파란 올레길 조랑말에 이렇게 적혀있다.

4월의 신흥리 백사장,  by도도쌤


신흥리 마을에 오목하게 들어앉은 넓은 백사장이다.
밀물 때는 맑고 투명한 물빛이 신비롭고,
썰물 때에는 백사장 전체에 물이 모두 빠져 장관을 이룬다.
......

'맑고 투명한 물빛이 신비롭고' 딱 이 말이 지금 이 순간이다. 그 신비로움에 취해서 보고 또 봐도 또 보고 싶은 곳이다. 해수욕하기 좋은 날 여기는 아이들과 반드시 올 1순위 해수욕장으로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썰물 때는 어떤 장관이 펼쳐질지 기대가 또 된다. 이런 신비한 곳을 발견한 내가 스스로 대견하다. 걸으면서 물속에 있는 물고기들이곳으로 풍덩 빠져보라고 요리조리 춤을 추며 나를 유혹한다.

신흥리 해수욕장, by도도쌤
경치는 정말 좋은데 아이 우는 소리가 하하하 by도도쌤


조금 걸으니 '함덕해수욕장'이 나온다. 바다 색깔이 여전히 끝내준다. 하지만 이미 두어 번 와 본 곳이라 동네 구경하듯이 쿨하게 관광객을 지나치며 서우봉으로 오른다. '서우봉' 아내와 같이 오르고 싶었던 그곳이다. 혼자 걸으니 아내가 생각난다. 서우봉 오르기 전에 또 다른 한적한 백사장도 발견한다. 여기가 사람도 없고 훨씬 좋다. 경치도 빼어나다. 다리가 너무 아파 10여분을 여기 풍경을 보며 쉬었다.

서우봉 오르기 전 백사장, by도도쌤


 '신흥리 백사장(해수욕장)'이 최강의 비경이었다면 여기 '서우봉' 풍경도 장난 아니다. 서우봉 오르다가 여기 경치에 반해 친구에게 전화통화하는 젊은 여자 말이 압건이다. 

"여기 dog 좋은데. 여기 바다 제정신이 아니야. 바다 색깔이 이 세상 색깔이 아니라 저세상 색깔이야..... "

나도 저렇게 멋지게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력이 한참 떨어진다. 여기 정말 이 세상 아닌 건 맞다. 하하하하하.


서우봉 오르면서 찍은 사진들 by도도쌤


서우봉을 내려오니 북촌마을이 보인다. 4.3의 아픈 역사를 가진 여기 북촌마을은 다음 올레길 19코스를 완주할 때 이야기하려 한다. 그렇게 아름답게만 보였던 제주바다의 푸르름이 갑자기 한없이 슬프게 다가온다.


신흥리 해수욕장과 서우봉 풍경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꼭 한 번 그 길을 걸어보며 마음껏 자연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길 바란다.


도전하고 도와주는 쌤, 도도쌤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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