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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Apr 21. 2022

올레6코스에서 다시 만난 쇠소깍과 섶섬.(점심맛집포함)

제주살이 1년

올레 6코스를 간다고 마음을 먹으니 마음이 참 편했다. 6코스가 집 근처(서귀포)니 동네 마실 나가는 기분처럼 부담이 하나도 없다. 배도 살짝 고파 저번에 봐 둔 소머리국밥을 먹고 듣든 하게 출발하면 딱이다 싶다. 621번 버스를 타고 효돈초에 내려 <하효 소머리국밥> 집에 제일 먼저 들렀다. 오전 9시 40분. 손님이 나밖에 없다. 하하하하.


이렇게 홀로 여유롭게 브런치를 국밥으로 먹기는 처음이다. 국밥 가격은 9,000원. 가격이 살짝 비싸지만 그래도 이젠 완전히 제주도 식당 가격에 익숙해졌다. 어디를 가나 8천 원에서 12천 원까지는 기본으로 생각해야 한다. 기본 밑반찬도 깔끔하고 국물도 찐하다. 특히, 고기가 진짜 진짜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다. 고기를 마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데 그 맛이 또 일품이다. 한 그릇 깨끗하게 원샷했다.


하효소머리국밥, 고기가 야들야들 맛있어요. by도도쌤


속이 뜨뜻하고 든든하니 올레길 4시간 정도는 거뜬하겠다. 4월 중순인데 벌써 햇살이 따갑다. 팔토시에 모자와 장갑은 필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봤는데 이제 올레꾼 다 됐다. 올레길 걸으려고 제주도 1년 살이 하러 왔 싶기도 하다. 하하하하.


6코스 출발지인 '쇠소깍'여전히 푸른 코팔트 색에 관광객을 끊임없이 불러들이고 있다. 저번에 봤는데 또 봐도 좋다. 테우를 타는 사람들, 카누를 타는 사람들이 이 공간과 찰떡궁합이다. 쇠소깍 코팔트 물만 있었다면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었을까? 아니다. 사람도 풍경이었던 거다. 멋지지만 뭔가 움직임이 없는 무대가 쇠소깍이라면 화려하게 춤추는 배우가 사람들이었던 거다. 그들이 만들어낸 환상 케미가 이 공간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던 거다. 사람도 풍경인걸 깨닫는 순간이다.

봐도 또 봐도 좋은 쇠소깍 물. 카누 한 번 꼭 타고 말테야. by도도쌤


이제 본격적으로 올레길을 걸으려고 하는데, 재미난 놀이기구를 탈 때 나는 그 특유의 즐거운 함성이 들린다. 아이 열차 같은 게 빠르게 길 한 복판을 지그재그로 달리는데 사람들이 소리 지르고 난리다. '깡통 열차'라고 하는데 어른인 내가 다 타고 싶을 정도다.  가격도 얼핏 봤는데 7,000원이다. 다음에 아내랑 같이 오면 꼭 타 보리라 마음먹는다.

으아악. 보기만 해도 재미있겠다. 깡통열차. by도도쌤
운 좋게 찍은 깡통열차 영상 by도도쌤

이제야 본격적인 올레길이다. 하효항을 지나 오르막을 걷는데 항구만 아니었다면 여기 진짜 아름다운 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길게 늘어선 테트라 바이트 때문에 풍경이 살짝 아쉽다.

한라산과 기암 절벽과 코팔트 예쁜 바다색을 품은 하효항. by도도쌤


6코스 바닷길도 한적하니 참 좋다. 섶섬이 눈앞에 보이니 계속 섶섬만 생각한다. 범섬만 좋아라 했는데 섶섬 너 가까이서 보니 참 예쁘다. 이제야 널 본다. 이렇게 가까이. 오늘의 주인공은 너야 너. 섶섬 사진만 20장 넘게 찍은 것 같다. 하하하하.

섶섬 이제야 너를 가까이 만난다. 그동안 몰라줘서 미안해 by도도쌤

예쁜 바닷길을 계속 걸어가고 싶은데 생뚱맞게 도로를 걸으라는 올레길 표시가 나온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길도 안 예쁘다. 아 그냥 올레길 무시하고 바닷길 그냥 갈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나의 불평은 제지기오름 정상에 올라 '섶섬'을 바라보는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힘겹게 오른 만큼, 돌아서 온 만큼, 감동은 두배였다. 섶섬을 바라보며 먹는 한라봉의 새콤 달콤한 맛과 시원하게 불어와 땀을 식혀주던 친구 같은 바람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섶섬과 한라봉. 역시 여행은 중간 중간 먹는 맛과 보는 맛의 절묘한 조합이라니까. by도도쌤


오름을 내려온 곳은 '보목포구'다. 도로를 꽉 채울 정도로 차가 차가 그렇게 많다. 차가 많은 만큼  횟집마다 사람이 또 넘친다. 뭐가 그렇게 유명한 곳인가 싶어 검색해 보니 여기 보목포구가 자리물회로 유명하단다. '아 다들 점심에 자리물회 먹으러 오나 보다'싶었다. 나도 물회 좋아하는데, 먹고 싶은 맘 간절했지만 아내랑 같이 먹기로 아껴 놓았다. 자리물회야 기다리고 있어라! 내가 조만간 너 곁으로 간다. 이렇게 올레길을 걸으니 운 좋게 그 지역의 유명한 음식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차와 사람. 보목포구에서 by도도쌤

'구두미 포구'부터 시작한 바닷가 숲길이 예상외다. 그냥 도로를 따라 걸을 줄 알았는데 숲과 바다 조합이 참 마음에 든다. 중간에 백두산 천지를 축소해 놓은 '소천지'도 우연히 났다. 그렇게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는 이 숲길, 생각지도 않았는데 지루하지 않게 오르락내리락 걸으며 자연을 마음껏 만끽한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딱 하필 그때에 '바닷가 쉼터'라는 곳을 만난다. 가방과 스틱만 내려놓았는데 날아갈 것 같다. 그리고 모자와 마스크까지 벗으니 집에 온 것 같이 편안하다. 그 편안함에 나도 모르게 의자에 누워 한숨까지 잤다. 쉼터에서 제대로 쉬었다. 하하하하하.


바다숲길과 낮잠 by도도쌤


그렇게 쉬었더니 다시 힘이 난다. 바위를 건너 물길을 건너 칼호텔로 이어지는 좁다란 길 나온다. 등산 차림에 칼호텔 야외 카페 길로 딱 나왔는데 여긴 완전 딴 세상이다. 다들 멋진 옷에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혼자만 등산객이 된 느낌, 너무 뻘쭘해서 어디 숨고 싶을 정도였다. 다음에 아내랑 꼭 여기 와서 또 다른 세상에 나도 잠시 동참할 거다. 하하하하.


칼호텔 주변 올레길 by도도쌤


'소정방 폭포'인지도 모르고 봤던 폭포, 정신없이 튀는 물방울이 얼굴 곳곳에 닿는다. 그게 그렇게 또 좋다. 그리고 오늘의 최종 목지인 '소라의 성'에 도착했다. 목표를 이룬 뿌듯함에 아이처 신나게 올레 패스에 도장을 찍는다. 한참을 헤매다 찾은 2층 소라의 성 북카페. 뭐 좀 마시려고 했는데 카페가 아니다. 그냥 진짜 조용히 책 보며 쉬는 곳이다. 카페와 같이 했다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쉬다 책장에서 책 제목이 끌려 집어 든 책 <나에게 고맙다>. 나를 위한 응원의 메시지가 마음에 든다. 나도 언젠가 책이 나와 이런 북카페에 내 책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생각이 들었다. 하하하하


소정방폭포와 소라의 성 by도도쌤


힘들었지만 알차고 아름다운 올레 6코스였다. 끝으로 <나에게 고맙다> 책에서 읽고 찍은 문구로 올레길 6코스를 마무리하려 한다. 


난 당신이 잘할 거라 믿는다.
난 당신이 더욱 좋아질 거라 믿는다.
난 당신이 행복해질 거라 믿는다.
난 당신이 사랑받을 사람이라는 걸 믿는다.
난 당신이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걸 믿는다.
난 당신이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아무 이유 없이 믿어주고 싶었다. 당신을.
그리고 나의 진심이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에게 고맙다' 중, 믿음이 필요한 시대>
오늘 걸은 올레 6코스, 국밥 힘으로 4시간 걸을 수 있었다. 하하하. by도도쌤

도전하고 도와주는 쌤, 도도쌤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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