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 시 공원 놀이터'를 자주 온다. 왜 자주 올까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제일 크다. 저번 주 일요일도 그랬다. 박물관 갔다가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어디를 가야 할지 전혀 모르겠고, 아이들은 심심하다고 난리를 부렸다. 이 상황에 제일 먼저 떠오른 '칠십리 시 공원'. 여기 가자니 무조건 오케이였다. 오늘도 그랬다. 유치원 하원하는데 유치원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았는데도 갈 생각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유치원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노는 것도 아니고 심심함이 내 눈에 훤히 보였다. 그래서 여기 가자고 하니 두말 안 하고 차에 탄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칠십리 시 공원 놀이터는 이젠 심심할 땐 언제나 통하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처음에는 '칠십리 시공원'이라고 하길래 왜 하필 '시'가 붙었지 하며 여기 부산광역'시'도 아니고 제주특별자치도인데 왜 붙었지 하며 의아해했었다. 어느 날 안내판에 '시'옆에 한자 '詩'가 보여서 '아! 그래서 시 공원이구나!' 하고 아내와 나 무릎을 탁 쳤다. 여기 공원을 자주 산책하는데 여기 군데군데 좋은 시들이 바위에 많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이들이 '시'를 좋아해서 여기 자주 오자고 하는 건 아니고, (하하하) 아이들이 여길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놀이터 대표 미끄럼 달린 놀이기구 외에 특별한 놀이기구들이 몇 개 있는데 그걸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딸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집라인'이다. 주말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아주 많다.
처음엔 매달리는 의자 부분이 높아서 탈 때마다 일일이 들어 올려주느라고 힘이 들었는데 이젠 전혀 걱정이 없다. 어느 날 오빠들이 순간적으로 점프해서 의자에 올라가는 걸 보고 딸아이 그렇게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잘 안 되다가 의자에 앉았을 때의 말로는 표현 못할 쾌감을 혼자 느꼈던 거다. 그래서 한 번씩 세게 밀어줄 때 빼고는 웬만하면 딸아이 혼자 다 탄다. 오늘도 자기는 7살인데 이거 혼자서 탈 수 있다고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서 자기 또래와 8살 오빠들 앞에서 자랑을 그렇게 한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가 또 하나 있다. 아래에 있는 통나무 몇 개가 다다.
이름은 잘 모르겠고 통나무가 동그랗게 해서 세워지고 누워져 있는데 여기 위를 안 넘어지고 걷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오늘은 심지어 나 보고 잡아보라며 척척 그 위를 빨리 걸어가기도 한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여기 서는 것도 힘들어 내가 손을 잡아줘서 겨우겨우 한 바퀴 돌았는데 이제는 통나무 위를 날아다닌다. 그런데 아뿔싸 내가 잡으러 가는 소리에 마음이 급했나 마지막 통나무 위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들내미 얼마나 아팠던지 엉엉엉 소리를 내며 한참이나 울었다. 얼른 가서 살펴보니 오른쪽 정강이 중앙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벌써 제법 부어올랐다. 얼른 차에 가서 파스를 하나 붙여주니 눈물은 그치는데 정말 서럽게 울었다.
끝으로, 우리 딸아이 둘 다 좋아하는 놀이기구가 하나 또 있다.
육각형 나무 통이 두 개 그물로 연결된 놀이기구다. 여기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가 하는 걸 둘 다 그렇게 또 좋아라 한다. 나도 사실 여기 육각형 나무 안에서 쉴 때가 참 좋다. 사람이 없을 땐 그냥 대자로 누워 있는다. 하하하하.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낚시 놀이도 하고 점프도 하고 줄타기도 하고 참 다양하게 잘 논다.
이 세 가지 놀이기구 때문에 아들딸 여기 칠십리 시공원 놀이터가 그렇게 좋다.
오늘은 새롭게 놀이터 앞에 운동기구도 발견했다. 운동기구가 종류별로 정말 많다. 아내 이만보를 채워야 한다면서 팔을 사정없이 올렸다 내렸다 파워워킹까지 하며 아주 열심히 한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그렇게 열심히 하니 저희들도 걸음 수 나오는 손목시계를 달라고 한다. 아들딸 하나씩 결국 채워주었다.
"계속 뛰어다녀! 계속 뛰어!"
아내와 나 아이들에게 더 뛰어라고 소리치며 한참 동안이나 웃었다. 보건소 담당자가 알면 큰일 나겠다. 하하하하하.
놀이기구도 신나게 타고, 운동기구도 신나게 했다. 그리고, 여기 공원도 참 오랜만에 산책을 했다. 매실나무 밭에서 매실도 주워 관찰도 하고, 저기 저 멀리 보이는 천지연폭포도 구경했다.
집에 이제 가려고 하는 찰나, 갑자기 "빠졌다."라고 주위에서 소리를 친다. 우리 딸내미 연못 같은 곳을 지나다 빠진 거다. 얼른 뛰어가서 보니 한쪽 발이 푹 빠졌고 상처까지 살짝 났다. 걸어가다 오빠랑 살짝 부딪혀서 넘어졌다고 그런다. 딸아이 오른발이 허벅지까지 물에 다 젖었다. 아들내미 정강이 다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까지 물에 빠져 피부에 상처가 났다. 많이 놀랬을 건데 울지도 않는 딸, 참 대견스럽다며 옆에서 많이 달래주었다.
여기 다리 건너다 중간에서 오빠랑 부딪혀 발이 빠졌다. by도도쌤
항상 즐겁기만 할 수 없다. 이렇게 재미있는 장소지만 조금만 부주의하면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배운 하루였을 거다. '칠십리 시공원 놀이터'에서 둘 다 다쳤지만 또 심심하면 찾을 것이다. 그때까지 아들딸 정강이와 다리가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여섯 살 일곱 살 아들딸 가는 차 안에서 아픈 거까지도 누가 또 더 아프다고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