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한껏 흥분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이 났음에 틀림이 없다. 저 놀란 목소리 자주 듣기 힘든 소리다. "우와! 나 연돈 예약 성공한 것 같아!"라고 외치는 아내, 정말 된 건가 싶어 몇 번이나 예약 완료 창을 확인한다.
지금껏 10번 정도는 테이 블링 앱으로 예약을 시도했는데 할 때마다 어김없이 실패한 아내였다. 그게 그렇게 어렵나 하며 나도 앱을 깔아서 한 번 시도해봤는데 3초도 안 돼 실패했었다. '아! 연돈 예약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구나!'를 느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내가 성공한 연돈 예약 by도도쌤
연돈 예약에 성공한 아내,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내일 갈 수 있다며 기분이 무지 좋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연돈 예약은 했는데 점심 약속이 잡힌 게 갑자기 생각난다. 지인과 점심 약속은 11시, 연돈 예약은 2시였던 거다.
다음날 지인분과 만나 밥을 먹으니 배가 안 부를 수가 없다. 배 꺼준다고 집까지 걸어왔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다. '배야 제발 꺼져라! 제발!' 하며 30분간 운전을 해 '연돈' 가게에 도착을 했는데도 배가 하나도 안 고프다.어쩌겠냐? 그래도 먹어야 한다. 하하하.
아 그리고 '더 본 호텔' 지날때마다 아내가 연돈과 백종원 얘기를 같이 하길래 백종원이 연돈을 운영하는 줄 알았다. 하하하. 그래서 당연히 백종원이 운영하는 '더 본 호텔' 안에 '연돈'이 있을 줄 알았다. 아니다. '연돈' 가게가 호텔 옆에 따로 있다. 하하하. 주인도 따로다. 하하하. 연돈에 대해 아무것고 모르고 아내만 따라온 나다. 하하하.
연돈 가게 주차장 by도도쌤
여기 연돈 주차하기가 생각보다 많이 까다롭다. 가게로 진입하는 길 입구도 좁고, 주차장은 일반 가게 주차장으로 10군데 정도 되는 게 다여서 이미 만차다. 게다가, 주변에 다른 가게가 있어 거기에 주차하기도 눈치가 보인다. 어디에 주차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 할 수 없이 길가에 차를 주차하려는데 아내가 더본 호텔 앞에 주차 가능하다고 해서 다시 돌아와 겨우 주차를 했다.(헉헉헉)
연돈 입구 by도도쌤
그렇게 유명하다던 연돈 가게 문을 열고 발을 디디는 순간, 뭔가 엄청난 일을 하는 것 같다. 주차하느라 조금 늦게 들어왔더니 이미 홀은 만원이다. 테이블 가득 손님이 꽉꽉 차 있는데 다들 연돈 돈가스 먹을 생각에 기대 가득한 눈빛이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힘들게 예약해가며 여기 오지?' 하며 나도 애타게 돈가스를 기다린다.
그런데 손님들 얼굴 보는 순간, 혼자서 빵 터져 크크크하며 한참을 웃었다. 아내 왜 웃냐고 그런다.
"이 손님들 어제저녁 8시 땡 하자마자 휴대폰 보며 동시에 열심히 클릭했을 것 아니야. 그 광클하는 모습을 상상했더니 너무 웃기더라고. 그래서 빵 터졌지!"
내 말에 그제야 씩 웃는 아내다. 그렇다. 여기 오기 위해서 이 분들 빛보다 빠른 속도로 폰을 보며 클릭을 해서 성공한 사람들이었던 거다. 하하하.
돈가스 먹는 방법 by도도쌤
여기 따로 주문할 필요도 없다. 예약한 순서대로 주문이 자동적으로 나온다고 아내가 그런다. 우리 음식이 늦게 나오는 거 보니 우리가 거의 막차 탄 느낌이다. 하하하. 아내가 카레를 따로 시켜야 한다고 해서 카레도 하나 시켰다. 먹는 방법도 식탁에 붙여 있다. 1. 그냥 한 번 먹고, 2. 소금 찍어서 한 번 먹고, 3. 소스에 한 번 찍어 먹고, 4. 카레에 한 번 찍어 먹기. 먹는 방법도 참 다양하다.
등심가스 by도도쌤
드디어, 나온 등심 돈가스. 돈가스 가게에서 먹어본 돈가스랑 비주얼이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먹는 방법대로 순서대로 한 번 먹어본다. 등심 한 조각을 집어 그대로 씹어보는데 '음... 부드럽네. 튀김이 아삭아삭하네.' 요정도다. 그렇게 맛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하하. 소금도 뿌려서 먹었는데 '짭짤하네. 부드럽네' 딱 요정도다. 그럼 이번엔 겨자가 살짝 들어간 소스다. 역시 돈가스는 소스랑 제일 잘 어울린다. '맛있다!' 그럼 돈 내고 따로 시킨 카레랑 조합은? 역시나 돈값한다. '부드럽고 은은한 카레향이 입에 쏵 퍼진다.'
3000원 짜리 따로 시킨 카레 by도도쌤
아내 깍두기를 먹더니 "깍두긴 별로다!"그런다. 약간 신맛이 난다. 별로다. 막 담은 아삭아삭한 깍두기가 순간 그리웠다. 원래부터 돈가스를 별로 안 좋아하는 데다가 배까지 부른 상태에서 먹으니 아무리 연돈이라도 돈가스는 돈가스다. 고기가 부드럽고 튀김이 아삭한 거 말고는 잘 모르겠다. 아내가 중간에 콜라가 먹고 싶다고 해서 콜라랑 같이 먹으니 텁텁했던 입이 개운해지니 먹을만하다.
점심을 따로 먹었는데도 아내와 나 돈가스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다. 맛이 솔직히 어땠냐고 하니 아내 돈가스 맛있는 곳에서 먹는 것 같다고 한다. 배가 안 불렀다면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우리 둘 많이 아쉬워했다.
'연돈'이라는 곳에서 돈가스를 먹고 나니 그제야 왜 이 음식점이 유명한지 너무 궁금해졌다. 아내가 '골목 식당' 방송을 바로 차 안에서 보여주는데 소리만 들어도 흥미진진하다. 백종원이 맛있다고 극찬을 한다. 그리고 등심보다 치즈 가스가 유명한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아픈 사연도 알게 됐다. 상인회랑 안 맞아서 여기 제주도까지 오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집에 와서도 방송을 보는데 테이 블링 앱이 없었을 때 처음 제주도에서 오픈한 영상도 보았다. 밤 12시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텐트까지 동원하는 사람들까지 보면서 그제야 왜 앱이 필요한지도 바로 알게 되었다.
오늘은 등심을 먹어봤으니 다음엔 여기 제일 핫한 치즈 가스를 도전해 볼 거다. 다음엔 점심은 무조건 안 먹고 오는 거다. 그때 제대로 된 후기를 보여주리라 다짐을 해 본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