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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Jun 15. 2022

제주, 혼인지 수국 세상 속으로 풍덩!

수국 하면 부산 살 때 영도 수국 축제 생각난다.  번 가보고 싶긴 한데 '사람 많은 데 가서 뭐 할 고', '차한테 치이고 사람한테 치일 텐데', '꽃이 이뻐봐야 얼마나 이쁠' 하는 마음으로 수국 축제는 한 번도  가 봤다.


수국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하필이면 제주 1년 살이하러 온 집 근처 동홍천에 수국이 가득하다. 올해 2월에 처음 본 수국, 줄기 끝이 까맣게 변해서 죽어있는 것처럼 보여 참 안쓰럽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까만 줄기 끝에서 연둣빛 생명 뚫고 나오더니 잎이 자라고 꽃몽오리가 자리 잡았다. 생명의 신비를 제대로 경험한 순간이었다.

수국 꽃이 피우는 과정 by도도쌤

3개월의  기나긴 시간 동안 무리하지 않고 아주 천천히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수국, 5월이 되더니 수국 꽃망울이 하나씩 자리 잡더니 어느새 동홍천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잎이 나오는 과정과 꽃을 피우는 신비를 조금씩 매일 봤더 국한테 정이 안들 수가 없다. 가까이서도 보고 만져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사진도 찍다 보니 어느새 수국 사랑에 흠뻑 빠져버렸다.

활짝 핀 동홍천 수국 by도도쌤

결혼하는 신부 손에 곱게 들려진 부케가 연상되는 수국 꽃. 꽃 한 송이 한송이가 한가득 모여 이룬 꽃다발 같은 수국 꽃. 파랑, 하양, 보라, 빨강 수국까지 토양 성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는 수국 꽃. 수국 꽃을 보고  어여쁜 신부 꽃다발을 한아름씩 들고 부부의 첫 시작을 하는 습 같아 나도 몰레 마음이 설레었다. 


매일 이렇게 아름다운 수국 꽃을 보니 따로 수국 축제를 갈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 딱 한 군데, 서귀포 봄 책자에서 봤던 기와집과 수국 꽃의 조화가 환상이었던 곳, '혼인지' 꼭 가 보고 싶었다.



가랑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6월 중순의 아침, 드디어 아내와 201번 버스를 타고 혼인지로 향했다. 날이 갤 줄 알았는데 창에 비가 날리더니 버스에서 내리니 비가 더 굵어졌다. 우산 없이 바람막이 옷 모자로 비를 애써 막아보지만 옷 신발이 금세  마음까지 축축이 젖어버렸다.

혼인지 가는 길 by도도쌤

날씨도 추운 데다가 바람도 세게 불고 거기에 비까지 맞았더니 몸이 다. 햇볕 쨍쨍 맑은 날씨 두고 하필 비 오고 바람 불고 추운 날씨에 아내 데리고 온 게 괜히 미안했다. 그런데 이런 조건의 날씨에도 수국 보러 오는 사람들이 꽤  걸 보평소 맑은 날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상상이 갔다.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쓴 사람들이 파아란 수국들이 한가득 모여있는 곳에 다다르니 발걸음이 바빠진다. 수국 명당자리를 찾아 연신 카메라 셔트를 터트리는데 이건 뭐 칸 영화제 드카펫 저리 가라다. '찰칵' '찰칵' '찰칵' 소리가 내 귓가를 강타하는데  셔터 찰칵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는 건 처음이었다. 수국 꽃의 아름다움다들 완전히 도취되 순간이. 나도 폰을 꺼내 이 아름다움을 맘껏 담아본다.

혼인지 수국 세상 by도도쌤
다들 웃음꽃이 폈네요.
수국 꽃만 핀 게 아니고.


 이 아름다운 꽃을 보고 도대체 누가 웃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나와버렸다.


예쁘게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연인들, 고급 카메라를 들고 멋진 풍경은 담는 사진가들, 하하하 호호호 정겹게  단체 관광객들. 그 사람들 분주함에 혼인지가 들썩들썩한다.


다들 신이 나 있는아내와 난 비를 쫄딱 맞은 생쥐 마냥 춥고 배고프고 몰골까지 엉망이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바람막이 모자를 둘 다 쓰고 수국과 사진을 찍는데 우리 모습이 참 안 울린다. '수국아 미안해!'

수국의 향연에 빠지다. by도도쌤

파란 수국 세상 풍경은 정말이지 사진 속 풍경보다 백만 배 예쁜데 비를 맞아 몸이 추우니 이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아내는 사진도 좋지만 몸이 너무 추워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이곳을 맘껏 즐기지 못하고 뒤돌아서기가 못내 아쉬운 나였지만 아내 말을 따른다. 버스 정류장에 왔더니 비가 더 세차게 내린다. 그 비를 보자 아내 말 참 듣기 잘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혼인지 수국, 비 오는 날이라 잠깐 이었지만 제주 수국 꽃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여기를 둘러보지 않고서 제주의 수국을 논할 수가 없 것 같다. 아무리 집 근처 수국이 아름다워도 제주 길가 곳곳에 핀 수국이 예쁘더라도 여기 비할 데는 안 되는 것 같다.

수국과 기와 by도도쌤

6월이 지나가 전 가급적이면 이번 주, 아니면 다음 주까진 여기 혼인지 수국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1년에 5,6월 아니면 볼 수 없는 환상 수국 장소인 혼인지를 꼭 찾길 바란다. 입장료도 무료고 수국 꽃 사진 찍는 포인트가 정말 많은 곳이다.


이제야 왜 부산에 살 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수국 축제에 가는 이유를 알았다. 꽃이 이뻐봐야 얼마나 이쁘냐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이쁘다. 모여서 피어 있는 수국 꽃이 너어어어어무 예쁘다.  이유가 없다. 



도전하고 도와주는 쌤, 도도쌤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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