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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화 월드 워터파크에서 어른들이여 스트레스를 날려라

by 도도쌤 Jul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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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왼발 엄지발가락 밑이 따끔따끔거린다. 어디에 찔렸나 싶어 발가락 아래를 보니 벌겋다. '무슨 상처지? 무슨 상처지?' 혼자 계속 생각을  봐도 도통 모르겠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하!' 깨달음이 몰려다. 신화 월드 워터 파크에서 맨발로 걸어 다녀서 그런 거다. 개장 시간인 10시에 들어가서 퇴장시간인 8시까지 10시간을 꽉꽉 채워서 놀았더니 엄지발가락이 아픈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1인당 입장료가 5만 원 가까이 되는 이곳, 너무 비싸 도 못 냈던 곳이다. 그래도 조카들이 제주에서 제일가고 싶은 곳이라는데.. 우리 아들딸이랑 같이 가고 싶다는데... 다행히 당근 앱을 이용하니 티켓을 1인당 35,000원에 판다. 아내 열심히 채팅을 하더니 7장을 구입했다.


"너희들! 너희 이모 덕분에 가는 줄 알아라."


처형이 조카들에게 말하는데, 머체왓 숲길에서 숲 길만 걷다 지친 아이들 얼굴이 화색이 돈다. 툴툴거리던 목소리가 아주 아주 부드러워졌다. 한 학기 학교에서 공부한다고 수고한 조카아이들을 위해 큰 맘먹고 모든 가족이 다 가자고 합의를 봤다.

제주신화 월드, 워터파크 입장 티켓 by도도쌤제주신화 월드, 워터파크 입장 티켓 by도도쌤


속으로 워터파크가 거기서 거기지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그러나, 난 여기 조용한 제주 숲길이 훨씬 좋은데, 자연을 느끼고 조용히 나를 뒤돌아 보는 이런 숲길이 좋지, 아이들은 아직도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 어른이 돼봐야 알지,라고만 생각만 했다. 대신 워터파크 가는 그날은 돈 쓰는 만큼 아이들과 신나게 같이 놀아줘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드디어, 당일. 준비물을 챙겨 7명이 한 차에 꽉꽉 타곤 신화 월드 워터파크에 도착했다. 우리 아들내미 집 근처 물 미끄럼틀 달랑 하나 있는 곳이 워터파크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를 보자 입이 쩍 벌어진다. 내 손을 꽉 잡고 걷는데, 여기 쳐다보랴 저기 쳐다보랴 이리 뒤뚱 저리 뒤뚱 앞길을 제대로 못 보고 온다.


밖에 나오자마자, 시원하게 파도풀이 펼쳐져 있는데 아이들 거기로 다 뛰어든다. 구명조끼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해서 얼른 구명조끼를 빌려서 (8,000원이라고 한다.) 탁탁탁 채워서 나도 파도 풀에 뛰어든다.

신화 월드 워터파크 파도풀 by도도쌤신화 월드 워터파크 파도풀 by도도쌤

아들 두 눈이 동그래졌듯 내 눈에 여긴 딴 세상이다. 아이들만 노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더 신나서 논다. 아이나 어른이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며 이곳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아이가 어려 7년을 아이 챙긴다고 노는 건 아예 포기해야 했는데, 오늘은 숨통이 트인다. 처형과 아내가 아이들을 봐주니 조카 녀석들과 이곳을 마음껏 누빈다.


파도풀 바로 옆에 작은 하얀 물 미끄럼틀이 하나 보인다. 미끄럼틀 끝이 바로 물속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물과 1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이 물 미끄럼틀을 시원하게 한 번 타 보고 시작하고 싶다. 수영할 줄 아느냐고 안전요원이 물어봐서 솔직하게 못한다고 그랬다. 팔을 모으고 다리를 뻗어 시원하게 물을 받으며 쑥 미끄러져 내려가는데 어느 순간, 공중에 온 몸이 붕 뜨더니 물속으로 '풍덩' 빠진다. 런데...


다리가 안 닫는다.

내 몸이 물속으로 빠져든다.

발버둥을 칠수록 온 몸에 힘이 들어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죽는구나

죽는구나


그 순간, 라이프 가드 님이 손을 뻗어서 나를 잡아준다. 정말 생사의 경계에 있다 살아났다. 왜 수영 못하느냐고 물어봤는지 알았다. 물속 깊이가 그렇게 깊은지 빠지고 나서야 알았다.


2.8미터


출처 : 신화 월드 홈페이지 (딥 블루 슬라이드)출처 : 신화 월드 홈페이지 (딥 블루 슬라이드)

그렇게 깊은 줄 알았다면 미끄럼틀을 타지 않았을 거다. 정말 신난 나머지 미끄럼틀을 시원하고 타고 시작해야지 하는 그 생각밖에 없었다. 시작부터 죽을 고비를 넘긴 나, 정신이 확 깬다.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오늘 진짜 죽을 만큼 열심히 재미있게 놀아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아내가 조카들이랑 놀이기구 같이 타고 오라고 한다. 사람들 많아지기 전에 제일 높이 우뚝 서 있는 놀이기구로 달려간다. 11시가 시작인데 시계를 보니 10시 50분이다. "이모부 몇 시예요? 이모부 몇 시예요?" 몇 번이고 시간을 확인하는 조카들, 빨리 타고 싶은 모양이다.


드디어 11시 땡,

".... 코일.. 탈 거예요?... 더블 리프 탈 거예요?" 직원이 물어보는데 조카들, 코일을 타자고 그런다. 일찍 와서 기다렸는지 우리가 제일 먼저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가슴이 두근 거린다. 5층에 올라섰을 때 내 맘은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계단을 오르면서 유심히 봤던 요상하게 생긴 미끄럼틀, 중간중간 구멍도 뚫려있어 내려오다 잘 못하면 저 아래도 떨어지지는 않을지 별별 불안한 상상을 다 해 봤다. 그런데 정말 천만다행이다. 내 몸뚱이 하나로 내려오는지 알았는데 아니다. 무슨 미니 로켓 모양의 튜브에 내 몸을 맡긴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속으로 몇 번이나 외쳤다.


"저기, 어른 분은 제일 앞에 타 주세요."


조카들이 앞에 타고난 뒤에 타자고 약속을 다 했는데, 어른인 나 보고 맨 앞에 타라고 그런다. 눈앞이 깜깜하다. 식은땀이 흐르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맨 앞자리에 앉았긴 았았는데 불안해서 계속 직원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앉아요?"

"이거 잡으면 돼요?"

"다리는 어떻게 해요?"

안내사항에도 다 적혀있고, 직원이 다 설명을 해 주는데도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귀에 하나도 안 들린다.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생각밖에 없다.


"자 출발!"

출발했는데 조카랑 내가 앉은 미니로켓 튜브가 꼼짝 달싹을 안 한다. 몸을 좌우로 움직여보라고 한다. 그제야 기우뚱 두 번 거리더니 갑자기 쑥 내려간다.


"으악악"

"악~~~ 악"

"아~~~"

"쏴아 쏴아 쏴아 (물줄기가 나오는 소리)

"아악~~~~~~~~~"

"우~"

"악"


슈퍼 크리퍼 코일, 우린 그냥 '코일'이라고 불렀다. by도도쌤


마치 시속 100킬로로 움직이는 차가 곤두박질치고, 다시 하늘 위로 날고 다시 곤두박질친다. 중간중간 물줄기가 쏴쏴 쏴 쏟아지는데 물벼락 때문에 앞이 보이지도 않는다. 속도감에 무서워 끈을 꽉 잡는다. 살아야 한다.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는지 재미있어 소리를 지르는지 나중에는 내가 다 헷갈다. 1분 채 안 되는 그 짧은 물 미끄럼틀,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를 질러 목이 다 아프다.


"우와~~ 재미있다"

"또 타자!"


내리자마자 또 타는 곳으로 달려가는 조카와 나, 방금 '코일' 한 번 타 봤다고 이젠, '더블 리프' 뭐 시기를 타 보기로 한다. 더블 리프, 이건 4명이서 탈 수 있는 거다. 보트 모양에 구멍이 4개 있는데 여기에 4 사람 엉덩이를 넣고 발을 쭉 펼치고 구멍 옆 손잡이를 잡으면 된다.  저 멀리 처형도 보이길래 가족이라 양해를 구하고 넷이서 타기로 한다.


처형, 나 이렇게 먼저 앉고, 그다음에 조카 녀석 둘이 앉았는데, 직원 분이 갑자기 손에 힘이 쓱 들어가더니 서 있던 자세에서 앉는 자세로 바꾼다.

"잠시만요, 저 좀 앉아서 잡을게요."

보니 우리 넷 몸무게가 제법 나가는 모양이다. 튜브도 무거운데 조카 둘(제법 몸무게가 나간다.)과 어른 둘(난 70, 처형도 제법 나간다.)이 앉으니 튜브가 엄청 무거웠던 게다. 손으로 두 다리로 앉아서 겨우 버티고 계시는데 엄청 힘들어 보인다.


끝으로 "얼마나 무서워요?"란 내 말에

"지옥을 맛보실 거예요."라고 한다.

출처: 제주신화 월드 홈페이지 (자이언트 더블 리프)출처: 제주신화 월드 홈페이지 (자이언트 더블 리프)

그 소리와 함께 4명이 앉은 튜브가 뱅글 돌면서 회전하기 시작하는데 조금 어지럽긴 하는데 탈만하다. 그런데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튜브라 가속도가 엄청 붙는다. 갑자기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다. 물 바이킹이다. 으악 하고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너무 무서워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와 따로 놀고 있는 것 같다.


죽는구나 하고 있는데 그 가속도로 붙은 만큼 나뭇잎 모양으로 올라간다. 줄 서다 보면 보통은 나뭇잎 중간까지 가는데 이건 나뭇잎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그 꼭대기에 내가 있었다.


"으악" 그제야 소리가 나온다. 다시 떨어진다. 이제야 안도의 한 숨이 나온다. 안도도 잠시 다시 떨어지고 나뭇잎으로 또 올라간다. 그제야 왜 이 놀이기구 이름이 '더블 리프'인 줄 알았다. 나뭇잎이 두 개 란 뜻이다. 놀이기구 중에서도 바이킹을 제일 싫어하는 나, 이게 물 바이킹인지 상상도 못 했다. 조금 전에 탄 '코일'이랑은 완전 딴판이다. 완전 속았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후 '더블 리프'는 더 이상 안 기로 했다. 대신 내가 제일 좋아했던 '코일'은 네 번이나 탔다. 기다리는 건 20분 정도, 너무 지겨웠지만 그 타는 1분 만은 정말 짜릿하고 또 짜릿하고 또 짜릿한 1분 내내 신나게 웃게 만드는 그런 놀이기구였다.


"우리 남편이 제일 신났네!"


아내가 그런다. 맞다. 내가 제일 신난 거 맞다. 결혼 전에 워터파크란 곳을 한 번도 안 가 봤고, 아이들 키운다고 7년 동안 제대로 된 워터파크 근처도 못 가 봤다. 워터파크가 이렇게 신나는 곳일 줄이야. 어른이 내가 이렇게 재미있어할 줄이야. 왜 아이들이 여름 방학되기 전에 여름 방학 계획을 세울 때, 왜 다들 워터파크 워터파크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정말이지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내 웃음과 비명소리에 훌훌 다 날아가는 그런 곳인 줄 알게 되었다.



처형네 가족만 보냈다면 여기 신화 월드 워터파크 그냥 놀이동산이구나 하고 그게 다였을 거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10시간 놀아보니, 왜 아이들이 워터파크 하는지 단박에 알게 되었다. 제주에서 여름날 놀이기구의 끝판왕이었다.


어른들이 더 신나 노, 어른들의 웃음소리를 들으 하루 종일 내가 다 행복했던 곳. 비싼 가격을 주고 왔지 돈이 하나도  아까웠던 곳, '신화 월드 워터파크' 강력히 추천다.

으아악! 으아악! 재미있어 소리 지르고, 무서워 소리 지르고 by도도쌤으아악! 으아악! 재미있어 소리 지르고, 무서워 소리 지르고 by도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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