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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깔끔 담백한 멸치 고기 국숫집

고씨네 천지 국숫집

by 도도쌤

고기국수. 제주에서 참 유명하다. 유명하면 궁금한 법. 먹어봐야 한다. 10년 전에 찾은 제주에서 처음으로 고기국수를 먹었다. 사골국물이라 찐하고 구수했다. 고기는 두툼해서 쫀득 텁텁했다. 국수는 야들야들 술술 들어갔다. 뭔가 새롭고 맛있긴 했는데 먹을수록 느끼했다. 밥을 안 먹어서 뭔가 속이 덜 차는 느낌이었다. 시작은 좋았는데 끝이 느끼했던 고기국수. 결론은 썩 내가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었다.


서귀포에 사는 나, 하루는 아내와 서귀포 시내를 탐방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쯤이었는데 한 가게에 유독 시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궁금해서 가게 상호명을 보니 '국수'집이었다. 호기심이 많은 아내, 맛이 궁금한지 다음에 꼭 한 번 가자고 했다.

고씨네 천지국수, 바쁜 날은 2시에도 마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포장 방문도 되니 미리 전화하고 가면 된다고 한다.


비 맞고 수국을 본 어느 날, 아내와 나 뜨끈한 국물이 생각났는지 동시에 '여기'가 생각났다. 1시간 예약 후(테이 블링 앱을 설치하고 예약을 해야 함), 처음으로 먹어 본 국수 맛. 아내가 실망해서 던진 말이 또렷이 기억난다.

"안 뜨거운데! 난 뜨끈뜨끈한 게 좋은데!"

맛있게 먹었긴 먹었었는데 뭔가 아쉬움이 가득했던 '고씨네 천지 국수' 첫 탐험이었다.

6월에 찾았던 국수집. 그때는 8,000원이었네. 3개월 사이에 1.000원이 올랐다.


날씨가 선선하니 갑자기 국수가 당긴다. 앱을 열어 예약을 걸으니 35분을 기다려야 한다.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3팀 정도 남았기에 일어섰다. 금방 먹을 줄 알았는데 3팀이 감감무소식이다. 우리 앞 손님이 한참을 기다렸던지 "국숫집이 왜 이렇게 회전율이 안 좋아!"라고 툭 던지는데 공감이 가서 한참을 웃었다. 가게 앞에서 체감상 30분은 족히 기다렸다.


아내는 '멸고국수'를 시켰다. 난 '멸고해장국'을 시켰다. 내가 좋아하는 밥이 나오기 때문이다. 술에 아내와 나 기분이 좋아졌다. 멸치 육수라 국물 맛이 담백하다. 개운한 육수에 고기 한점 을 먹었더니 기다렸던 30분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아내가 주문한 이집 대표 음식 멸고국수. 아내 국수만 빼서 해장국에 넣어 먹었다.
멸고 해장국. 사람들이 많이 안 시켜 먹는다. 뜨끈한 국물과 콩나믈과 고기가 일품이다. 거기에 밥까지.


뜨끈한 국물을 좋아하는 아내가 갑자기 제안을 하나 한다. 내 거랑 바꾸자고 한다. 뜨끈뜨끈한 해장 국물에 국수를 다시 담은 아내 표정이 한껏 좋아졌다.

"그래! 딱이네! 이 정도 뜨끈뜨끈해야지!"


여기 국숫집에 와서 해장국에 국수를 넣어서 먹는 사람은 아내밖에 없을 것이다. 괜찮다. 나도 아내의 멸고국수가 좋다. 아내가 고기도 듬뿍 주고, 국물도 너무 뜨겁지도 않고, 밥까지 말아먹을 수 있으니 1석 3조다. 각자 최고의 음식이 완성되었으니 먹기 바쁘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깍두기를 두 번이나 더 달라고 했다.


"고기 맛이 야들야들하다."

아내가 고기 맛에 대한 품평을 한다. 그러고 보니 고기가 참 부드럽다. 텁텁한 맛이 하나도 없다. 그러고 보니 여기 국숫집에 사람이 많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첫째, 국물이 멸치육수라 담백하고 개운하다.

둘재, 고기가 많고 부드럽다.



고기국수의 느끼한 국물보다 개운한 국물을 원하시는 분이면 '고씨네 천지 국수'집을 추천한다. 맛이 있으니 기다린 게 아깝지 않다. 아내처럼 뜨거운 국물이 좋으면 반드시 해장국을 시켜야 한다. 국수 국물이 그렇게 뜨겁지는 않으니 말이다. 두 분이서 왔다면 아내와 나처럼 먹으면 된다. 하하하.


찬 바람이 불면 또 이 집이 생각이 날 것 같다. 다음에는 꼭 '비빔국수'랑 '흑돼지 만두' 혹은 '수육'을 먹어봐야겠다.

멸고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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