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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오름 자연휴양림' 가족단위 소풍 장소 추천.

by 도도쌤

중문에 사는 친구가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1박 예약 문자를 보낸다.

'오! 만나서 같이 놀까?'

바로 이 생각이 든다. 아내도 좋다고 한다. 실행력이 빠른 아내가 친구 방 옆방으로 예약을 끝냈다. 우리도 예약 문자를 친구에게 보냈다.


휴양림 가는 토요일 아침, "숲 속 집, 얼른 가요!"라는 아이들 소리로 집이 분주하다. 제주 살면서 다른 곳에 자는 건 처음이다. 내가 다 설레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다. 휴양림 도착 5분 전, 사려니 숲길 입구가 보인다. 차량들이 도로 양쪽에 꽉꽉 들어 찾다. 주말이라 사려니 숲길이 인기가 정말 많다.


사려니 숲길 바로 옆에 있는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에 도착을 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숲길을 걷는 아이들이 많다.

'오! 여기 처음 오는데 가족 단위로 인기 있는 곳이구나!'

또 하나를 배운다. 6개월이나 살았는데 아직도 모르는 곳이 이렇게 많구나란 생각이 든다.



짐을 들고 숲길을 걷는데 '우와!'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공기가 상쾌함 그 자체다. 좋은 공기가 코와 입속에 들어가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제주 자체가 공기가 좋은데, 여기 붉은오름 휴양림 공기는 거의 세계 정상급이다.


휴양림 앞에 초록 잔디광장이 쭉 펼쳐져 있다. 눈이 시원하다. 저 멀리 놀이터가 보이니 아이들이 무작정 달려간다. 한쪽엔 미끄럼틀과 그네가 있고, 다른 한쪽엔 숲 속 밧줄 놀이터가 있다. 저 멀리 붉은오름을 배경으로 포토존도 있다. 아이들은 놀고 싶은데 사진 찍으라고 하니 입이 툭 튀어나왔다. 사진 찍고는 그네 타는 곳으로 쎙하니 달려간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저곳 갈 곳이 많다. 자연휴양림이라서 자는 곳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놀이터에 잔디광장 그리고 '상잣성'이라는 숲길도 있다. 거기에 울창한 삼나무 숲길, 생태 연못, 그리고 목공예 체험장까지 있다.


휴양림 예약 안 해도 여기 와서, 조용히 소풍을 즐기기엔 이보다 좋은 장소가 더 있을까 싶다. 잠시 전에 봤던 사려니 숲처럼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라 더더욱 좋다. 사려니 숲만큼 멋진 삼나무 숲들이 중간중간 있으니 한적한 곳을 좋아한다면 여기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을 강력히 추천한다.



친구 가족과 같이 오니 좋다. 아니 정말 좋다. 아이들은 아이들 방에서 언니 오빠랑 잘 놀고, 잘 먹는다. 카드 게임도 하고 오빠 누나들이랑 몸놀이도 한다. 이틈을 이용해 아내와 나도 친구 방에서 여유 있게 고기를 구워 먹는다. 제주 살이 하면서 넷이서 술잔을 기울인 것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회식인 듯 회식 아닌 이 자유스러움이 마냥 좋다.

다음 날 아침, 제일 궁금한 '상잣성 숲길' 산책을 나선다. 나무데크길을 타박타박 걷는 혼자만의 자유시간이 달콤하다 못해 행복하다. 제주 특유의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걷는 내내 불어주는데 이 길을 몇 시간이나 계속 걷고 싶다. 저 멀리 펼쳐져있는 삼다수공장 근처 평원도 참 한가로워 보인다.

이런 숲 속에 내 집이 있고, 이런 산책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든다. 내 발소리에 놀란 암노루 한 마리가 풀쩍풀쩍 뛰어 도망간다. 몇 번 도망가다 내가 해칠 기미가 없으니 내 눈을 보더니 나뭇잎을 한가로이 뜯어먹는다.



아침을 가볍게 먹고, 친구 내외랑 아내와 나 2층 복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모임 친구들 얘기에 자녀 양육 얘기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차를 마시며 가을바람을 맞으며 이야기하는 이 시간이 그저 행복하고 소중하다.

가을볕은 아주 뜨거운데 휴양림 2층 복도는 벌써 가을이다. 차가운 가을바람에 겉옷을 입어야 할 지경이다. 친구 녀석 환절기라 비염이 왔는지 재채기와 사투를 벌인다. 그러면서 이런 곳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단다. 갑자기 돌개바람이 불더니 나뭇잎이 눈송이가 되어 바람과 함께 공중에서 뺑글뺑글 원을 몇 바퀴나 돈다. "우와!" 하며 다 같이 나뭇잎이 움직이는 걸 감탄하며 쳐다본다.



1박 2일이 참 짧다. 아들은 많이 아쉬운지 "여기 한 밤 더 자면 안 돼요?"라고 한다. 아내와 집으로 가는 길, 다음엔 둘이 와서 붉은오름도 오르고, 여기 숲길도 걷자고 약속했다. 짧았지만 새로운 숲길을 발견한 기쁨이 아주 크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꼭 다시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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