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근처로 자주 간다. 올레길을 걸으러 가기도 하고, 송악산 둘레길도 걸으러 간다. 그런데 산방산 바로 옆에 희한하게 생긴 모양의 산이 하나 보인다. 여기 근처 올 때마다 자꾸 눈길이 간다.
'어! 저거 뭐야?'
산방산 근처 갈 때마다 나의 궁금증을 일으켰던 목침 모양의 산. 도대체 저 산 이름이 뭘까, 참 궁금했다.
하루는 가족들과 산방산 탄산온천을 갔는데,입구에 대정읍 근처의 관광지가 사진으로 짝 펼쳐져있다. 산방산, 용머리 해안, 알뜨르 광장 등등. 여기 가 봤네, 하며 쭉 보는데 내가 궁금했던 목침 모양의 산이 보였다.
'단산'
너 이름이 바로 단산이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동시에 사진을 찰칵 찍어 놓았다. 단산. 이름이 귀엽다. 너를 조만간 반드시 만나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단산을 검색하니 박쥐를 닮아 '바굼지 오름'이라고 부른단다. 제주어로 박쥐를 '바구미'락 한다니 이해가 바로 간다. 그러고 보니 목침 모양이 아니라 박쥐가 날개를 딱 펼친 모양이다. (단산을 '바굼지 오름'이라고 부르는데, 바굼지는 제주어로 바구니라고 하고, 바구니를 엎어놓은 모양에서 연유하기도 한단다.)
이 박쥐 산, 아니 이 바구니 산, 나에겐 목침 산인 이 산을 빨리 만나고 싶다. 아내랑 갔던 날은 비가 와서 못 가고, 혼자 시간이 되는 날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단산 탐방로'입구 안내판 옆에 나무 계단이 있다. 그 길을 올라가니 왼쪽으로 아주 걷기 쉽게 오솔길이 쭉 이어져있다. 여기를 찾는 사람들도 두세 팀 정도 보인다. 단산 둘레길을 따라 걷는데 마실 나온 것 마냥 길이 아주 편하다.
그렇게 10분을 걸었나 갑자기 오르막이 나온다. 계단이 갈수록 가팔라지더니 중간중간 바위 오르막도 나온다. 경사가 무려 70도 정도다. 저 멀리 대정읍을 바라보니 논밭이 네모 모양 퍼즐 조각 같다.
조금 더 오르니, 산방산이 내 눈앞에 우뚝 보인다. 이렇게 가까이 산방산을 접하니 감개무량하다. 그리고 단산의 한쪽 끝 봉우리도 보인다. 저쪽으로는 길이 험해서 길이 없는 모양이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캬~~~~~~~~~'
몇 번이고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그 시원함과 감격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다. 여기가 꿈인가 싶을 정도다. '원물 오름'에서 보았던 360도 파노라마 뷰가 여기서도 쫙 펼쳐진다.
원물 오름에서 보았던 풍경이 더 자세하게 보인다. 친구가 스노클링 했다던 형제섬 해안도 자세하게 들어온다. 그런데 여기 조심해야 한다. 바위 밑이 바로 낭떠러지다. 발을 잘못 디뎠다간 저 아래도 떨어질 것 같다. 한 번 아래도 내려봤는데 심장이 벌렁 다리가 후들거렸다.
오르는데 20분, 정상 풍경 감상하는 데 10분, 내려오는데 20분. 총 50분 정도가 걸렸는 것 같다. 산방산 근처에 온다면 여기 박쥐 날개 모양의 단산을 꼭 오기 바란다. 제주 남쪽 풍경이 한눈에 쏵 다 들어온다. 말이 필요 없다.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