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새 보고 싶은데, '하도 철새도래지' 거기 새 많이 온다던데 난 거기만 딱 데려다주라!"
제주에 왔는데 새가 보고 싶다는 친구가 참 아이 같다. 동물을 사랑하는 친구의 마음이 참 곱다. 철새가 보고 싶다는 중문에 사는 친구를 위해 서귀포에서 하도 철새도래지까지 1시간을 달려왔다. 마침 주차한 곳(구좌읍 하도리 53-2) 앞에 새가 가득한데 어림잡아 300백 마리는 넘어 보인다. 저어새, 홍머리 오리, 왜가리, 물닭 등 새 설명이 있어 어떤 새가 여기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하도철새도래지, 주차한 곳
새를 관찰할 수 있게 조그만 네모 구멍도 있다. 하지만 두 눈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그만 구멍에 눈을 가져다 봐도 새가 자세히 보이지가 않는다. 친구가 안 되겠다 싶어 검색을 해 보니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곳이 근처에 있다고 그런다. 그 말과 동시에 하도 해수욕장 근처로 화장실을 찾으러 갔던 아내가 '망원경'이 있는 곳을 찾았다며 위치를 알려준다.
새 관찰을 하러 망원경이 있는 곳으로 친구와 둘이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풍경이 끝내준다. 우뚝 솟은 지미봉 아래로 11월의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아 물은 반짝반짝거리고 새들은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억새는 하늘거리는 데 여긴 완전히 또 다른 제주다. 하도 해수욕장 건너편에서 바라본 철새도래지의 풍경은 여기가 제주인지 우포늪인지 잊게 만드는 조용한 나만의 안식처 같았다.
지미봉과 하도철새도래지
"친구야! 저기 맞제?"
"어 맞는 것 같다."
5분 정도 걷다 보니 왼편으로 새를 관찰할 수 있게 만든 나무로 만든 제법 큰 부스가 하나 보인다. 페인트 칠이 벗겨지고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만 새를 관찰할 수 있게 만든 분들의 고마움이 느껴진다. 그 부스 중간에 망원경도 하나가 우뚝 보인다. 새를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친구랑 나 마음이 풍선처럼 부푼다.
하도철새탐조대
새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먼저 양보했다. 망원경이 있긴 한데 잘 보이는지 잘 모르겠다. 친구가 자세를 취하며 망원경을 조절해서 새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잘 보이나?"
내 말에 새만 관찰하고 있는 친구가 그런다.
"어! 생각보다 또렷하게 잘 보인다!"
망원경으로 새를 보는 친구
친구가 새를 직접 관찰하는 동안, 나는 여기 부스에서 직접 정성 들여 촬영한 새 사진을 쭈욱 훑어본다. 헷갈리는 새 이름들이 많았는데 정리가 확 된다. 부산 온천천에서 자주 봤던 '왜가리', 밥주걱같이 생긴 부리로 모래를 저어서 먹이를 먹는 '저어새', 머리를 닭처럼 앞뒤로 계속 왔다 갔다 움직이는 까만 '물닭', 최근에 친구랑 바다에 통발 설치하러 갔다가 물속으로 급하게 잠수하는 '논병아리'... 다양한 새들을 선명한 사진과 설명으로 보니 확실히 새에 대해 정리가 된다.
통발 설치하러 가다 만난 논병아리, 친구가 촬영한 영상
다양한 새들
"한 번 봐봐! 잘 보인다."
"그래!"
친구가 다 보고 나에게 망원경을 건네준다. 친구의 말이 맞다. 그냥 형체만 보이던 새들의 모습에서 눈, 부리, 깃털까지 하나하나 다 보인다. 멍하니 앉아있는 이름 모를 오리들이 제일 많고, 물살을 가로지르며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물닭이 그다음으로 많다. 저 멀리 검은색 가마우지들도 보이고, 왜가리와 백로들도 한 둘 보인다. 휴대폰 렌즈를 망원경 가까이해서 이 모습을 담고 싶은데 초점과 각도 맞추기가 어렵다. 겨우 노력해서 한 두 개 건졌다.
망원경으로 보이는 새들, 실제는 또렷하게 잘 보임.
제주에 와서 새를 볼 거란 생각은 한 번도 못했는데 친구 덕분에 새도 보고 여유롭게 산책도 했다. 친구 녀석 새를 봐서 그런지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휴식을 취하는 철새처럼 여유롭게 새도 보며 산책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제주의 '하도 철새도래지'를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