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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Jul 16. 2021

"돈이 열려서 돈나문가? 근데 돈이 안 열리네."

아빠 육아일기

아들과의 데이트가 시작됐다. 누나가 미술학원에 들어가지 마자 아들 녀석 내 손을 잡고 이런다.

"누나 없으니까 좋아요."

"어? 아들, 누나랑 재미있게 잘 놀잖아!"

"아니야, 누나가 있으면 싫어요."

아들 누나가 없으니 속마음을 내게 말한다.

"누나가 왜 싫어? 아들?"

"누나가 화내서 무서워요."

"....."




그렇다. 요즘 아들과 딸 자주 싸운다. 며칠 전만 해도 그렇다. 아들이 오랜만에 포켓몬 카드를 어디서 하나 찾았는데 그걸로 서로 가지겠다고 난리 난리를 부렸다.

"준, 누나도 보고 싶단 말이야."

"싫어. 싫어. 내가 먼저 찾았단 말이야."

"자기만 계속 보고. 어서 죠."

"싫어. 싫어. 저리 가."

"야 너만 카드 가지면 돼? 안돼? 같이 봐야지." 하며 우리 딸 소리를 확 지른다.

"딸, 소리 지리는 건 안 좋은 방법이에요. 동생이 카드 먼저 찾았으니 동생 먼저 보고 다 보면 딸도 보도록 해요."라고 딸을 다독인다.

"저도 지금 보고 싶단 말이에요."

딸 아들 아무것도 아닌 그 카드 한 장을 두고 서로 가지겠다고 툰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빠인 나도 난감하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다. 자세히 보니 아들 녀석 누나한테 카드 안 뺏기려고 카드를 꼭 손에 붙잡고 있다. 어느 순간 딸 동생에게 다가가 힘을 써서 기어이 그 카드를 빼앗는다. 우리 아들 그 순간 통곡하며 엄마방으로 달려간다.

"엉 엉 엉... 누나 싫어.. 내 카드란 말이야. 내 카드.. 엉엉엉.."

"지만 보고 말이야. 나도 보고 싶은데.."

"딸! 동생한테 그렇게 힘으로 뺏으면 좋은 방법이에요? 아니에요?"

"지만 보려고 하잖아요. 나도 보고 싶단 말이에요."

딸내미 내한테 화를 내며 말한다. 내가 딸만 뭐라 해서 서러운지 우리 딸도 기어이 울음을 터뜨린다.

"우아앙 ~우아앙~ 엉엉 엉엉~~~"

그 아무것도 아닌 카드가 뭐라고 집이 온통 울음바다가 된다.  포켓몬 카드 소동으로 우리 아들 누나가 무섭다고 한다.




누나와 같이 안 있어도 되는 아들. 내 손을 잡고 폴짝폴짝 뛴다. 그러면서 스윽 모르는 척 말을 붙인다.

"아빠, 오늘 슈퍼마켓 안 가는 날이에요?"

심리전을 벌일 줄도 아는 5살 아들이다. 기분 좋다고 말려들면 큰일 난다.

"아들, 화요일만 슈퍼마켓 가잖아!"

나의 한 마디에 슈퍼마켓 가자는 소리는 쑥 들어갔다. 그렇다.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 언제 한 약속인 줄 모르지만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 슈퍼마켓 가는 날은 월화수목금 5일 중에 화요일만 가기 정했다. 그런데 우리 아들 오늘 목요일인데 스윽 슈퍼마켓 가고 싶어서 물어본 거다. 나도 아들이랑 둘이서 몰래 가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싶지만 참는다. "오늘만"하다간 매일 슈퍼마켓을 가는 건 한 순간이다.


아들이랑 같이 손잡고 편의점 코너를 도는데 웬 아저씨 한 분이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한 캔 "딱"하고 따신다. '캬!'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부럽다. 그런데 그 아저씨 맥주 마시기 전에 침을 들어마시고는 땅에 탁 뱉는다. 우리 아들 내 손 잡고 가다가 본 게 있는지 정확하게 따라 한다.


"크으윽, 퉤!"


"아들, 그런 거 따라 하면 안 돼요."

"왜요? 아빠?"

"침 땅에 뱉는 건 안 좋은 행동이에요."

"왜요? 왜요?"

계속 왜요하는 아들. 그 앞에서 설명해주느라 한참 혼났다. 아이들 앞에서는 어른들 제발 좀 하고 싶은 거도 좀 참았으면 좋겠다. 안 좋은 걸 바로 배우는 우리 아이들이다. 며칠 전만 해도 그렇다. 엄마 한 분이랑 6살 정도 되는 아이 한 명이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빨간불인데도 어른 한 분 한 분이 무단 횡단을 하기 시작한다. 애가 다 보고 있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호등을 건너는 어른들 모습에 어디라도 숨고 싶었다. 그 모습을 보고 6살 아이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빨간 불이어도 차가 안 오면 건너도 괜찮으니 건너라.'라고 자연스럽게 어른들이 가르쳐주고 있는 거다. 어른들부터 기본 질서를 잘 지켰으면 좋겠다. 제발 부탁한다.




집에서 좀 쉬다 미술시간에 맞춰 누나를 데려가는 아들과 나. 좀 전에 누나가 그렇게 싫다더니 둘이 손까지 잡고 신나게 복도를 달려간다.

"아빠, 아빠는 엘리베이터 타세요. 우린 계단으로 걸어갈게요."

"알았다. 계단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걸어내려가고."

"네~"

"띵!"

엘리베이터가 열리니 이미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온 아들과 딸이다. 둘이 환하게 웃고 있다.

"우리가 먼저 왔지롱~!"

내 앞에서 한참을 재롱을 떤다.

먼저 온 게 그렇게 즐거운가 보다.

나도 저랬는가 저 땐. 알다가도 모를 우리 아들 딸이다.

"아빠, 우리 먼저 놀이터에 갈게요."

"그래, 조심해서 달려가고!"

아들 딸 신나게 놀이터로 달려간다.

"아빠, 저 그네 밀어주세요."

"저도요."

양 옆에서 번갈아 엉덩이를 밀어주는 나. 육아는 끝이 없다.

"우리 하늘로 날아간다."

"나도 하늘로 날아간다."

신나게 그네를 타는 아들 딸. 서로 싫어하는 사이 맞나 싶다.

주변을 살펴보니 육아하시는 젊은 엄마 아빠 분들이 많이들 계신다. 다들 고생이 많으시다.


신나게 놀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 딸내미 가는 길 나무 하나를 유심히 쳐다본다. 그러면서 내게 그런다.

"어! 이거 돈나무네. 돈이 열려서 돈나문가?"

"....." 

'우리 딸 진심인가? 개근가?'

"근데 돈이 안 열리네. 아빠 이게 돈이에요?"

'어 개그가 아니다. 진심이다.'

"그런가 보네. 그게 열매네."

"따먹어도 돼요?"

"아니요."

돈나무도 하나 배우고 집으로 간다.

돈나무에서 진짜 돈이 열렸으면 좋겠다.

그럼 다들 돈걱정 않고 살 수 있지 않을까?




5살 아들, 6살 딸 어떻게 사이좋게 지내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더 해 보고 좋은 방법을 찾아야겠다.

어른들도 아이들 앞에서는 교통규칙과 기본예절(담배, 침)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  

육아하시는 아빠 엄마들 모두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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