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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Aug 10. 2021

"흑 흑 흑 흑흑 흑흑... 아빠! 이 아파요!"

아빠 육아일기

 쭈쭈바를 맛있게 먹고 아들 딸 오랜만에 목욕을 했다. 물을 미지근하게 맞춰놨는데 물이 상하게  뜨겁다. 목욕탕 온탕 수준이다. 아이들도 뜨거웠던지 얼른 나가겠다고 그런다. 얼른 씻기고 아이들 옷을 입혔다. 차가운 쭈쭈바 때문인지 뜨거운 물 때문인지 반갑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아빠! 코 막혀서 숨을 못 쉬겠어요. 콧물이 계속 나와요." 

 갑자기 보채는 딸이다. 휴지를 뽑아서 킁 한 번 풀더니 바로 버린다. 건조기 위엔 한 번 푼 휴지들로 하얀 휴지 언덕이 생겼다. 코 때문에 짜증을 그렇게 내더니 8시 조금 넘었는데 나보고 옆에 누우란다.

 '어! 우리 딸 어디 아픈가?'

뭔가 느낌이 안 좋다.

평소 같으면 10시가 넘어도 더 놀자고 더 노트북 보자고 강철체력을 보여주는 딸데 벌써 자잔다. 그러더니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한다.

"흑 흑 흑 흑흑 흑흑... 아빠! 이 아파요!"

"딸 어디가 아파?"

입 안을 보여주며 아픈 곳을 손으로 집다. 왼쪽 아래 어금니 뒤쪽 잇몸 부분이다. 살짝 불그스레한 것 같다. 만져보며 아프냐고 물으니 별 반응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팔다리가 뜨끈뜨끈하다. 혹시 몰라 체온계를 들고 와 귀에 넣으니 37.7을 찍는다. '열난다고!'속으로 정신이 번쩍 든다.

"흑 흑 흑 흑흑 흑흑.. 아빠! 이 아파요!"

 보채기까지 하는 딸이다. 눈에선 계속 눈물이 흐르고 떼란 떼를 다 쓰 운다. 늦게 온 와이프 허겁지겁 씻고 딸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인다. 딸내미 재운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곯아떨어다. 갑자기 이유가 궁금해서 '7세 치통'으로 검색하다 어금니가 나오려고 해서 잇몸 부분이 아픈 아이들 사연들이 좀 보인다. 열도 난다고 한다.

 '내일 당장 치과에 가 봐야겠다.' 속으로 마음먹는다.

 저녁 8시 30분에 잔 딸 새벽 2시경에 깨며 운다.

"아빠, 이 아파요! 이 아파요! 흑 흑 흑흑흑.. 흑 흑 흑흑흑..."

열을 재니 37.8도다. 팔다리 이마 몸 전체가 뜨끈뜨끈하다. 계속 잠을 못 이루고 뒤척거리고 울고 짜증 내며 발로 나를 찬다.  4시에 한 번, 6시 한번 더 엉엉엉 운다. 7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든다. 딸 나 우리 와이프 세 명 밤새 한 숨도 못 잤다. 아들만 한 번도 안 깨고 잘 잤다.




 8시에 일어난 딸 눈뜨자마자 "흑 흑 흑.. 아빠 이 아파!" 그런다. 37.5도다. 해열제를 먹이고 나니 조용하다. 와이프는 아들을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출근했다. 난 딸 옷 입히고 와이프가 말 한대로 먼저 소아과로 급하게 달려갔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하니 그러신다.

"이에는 별 이상이 없어 보이고 혹시 입안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진통제 약 처방해줄게요."

 정확하게 진단하긴 어려운 것 같다. 이가 아픈 이유와 열이 난 이유를 알기 위해서 예약해 둔 근처 치과도 간다. 치과 선생님이 머리를 갸우뚱거리신다. 엑스레이도 위아래 다 찍어보시고, 이 구석구석 살펴보시는 치과 선생님이시다. 그러더니 딸에게 묻는다.

"여기 아래 어금니 옆 잇몸 한 번 살짝 건드려 볼게?"

딸 아프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위에 있는 이 몇 개를 살짝 건드려 본다."

"아야! 아야!"

"아버님, 지금 정확히 아픈 데를 자녀가 모르는 것 같아요. 위아래 치아 엑스레이를 다 찍어 봤는데 크게 이상이 있는 부분은 없고요. 아픈 곳을 정확히 몰라서 그러니 자녀가 아프다고 하면 다시 꼭 찾아주실래요." 그러신다.

"아 네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아침부터 병원을 세 군데(피부과 사마귀 치료까지 포함)나 돌며 집에 온 딸 피곤했는지 소파에 털썩 눕는다. 그러더니 저번에 배운 얼음팩을 스스로 만들어 이마에 대고 소파에 다시 눕는다. 잠시 뭐 좀 한다고 있는데 조용하다. 나와 보니 그 상태 그대로 자는 딸이다. 어제 한 숨도 제대로 못 자고 이도 아프고 열도 나고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얼른 낫게 해 주고 싶은데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하는 내가 괜히 미안하다.

 오전 내내 병원 투어를 했더니 육신과 정신이 모두 허하다. 잠든 딸을 두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싱크대 주위를 둘러본다. 아침밥으로 먹은 미역국이 남아 있다. 음력 생일이라고 와이프가 해 놓은 미역국에 찬밥을 넣어 말아먹는다. 아침 점심 두 끼 다 미역국이다. 내 음력 생일날 자는 아픈 딸 보며 허겁지겁 퍼 먹었더니 미역국이 제대로 넘어갈 리가 있나? 속이 더부룩하다. 딸아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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