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에게 주는 선물 #10 동전야구장

by 도도쌤


겨울 방학의 끝과 봄 방학 사이의 2주. 그 2주의 학교 생활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질까? 매일매일 열심히 가는데도 끝나지 않는 기분. 방학 때의 그 쉼이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틀림없다. 우리 학교도 다른 학교처럼 몰아서 1월에 종업식을 하면 참 좋겠다.


그렇게 하루하루 꾸역꾸역 책임감을 가지고 첫 주를 마칠 즈음, 이 무력감을 타파하고자 오늘은 나에게 선물을 꼭 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뭘 해 줄까? 차 한잔? 아니면 맛있는 거 먹기? 오늘은 버스와 지하철 환승 구간에 있는 동전야구장으로 가 보기로 결정한다.


추억의 동전야구장이다. 젊었을 때 1차 2차 술 한잔을 하고 시간이 나면 친구들과 종종 동전야구장에 가서 맞지도 않는 공을 열심히 휘둘려대며 네가 많이 쳤니 내가 많이 쳤니, 하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었던 곳이다.


요즘은 동전야구장에 동전 구멍이 아예 없다. 지폐로 들어간다. 2000원에 15개 공이 나온다. 지폐도 없어 혹시나 못 칠까 싶어 보니 그런 걱정도 필요 없다. 카드를 넣으니 바로 삐비빅 하며 결재가 된다.


그 소리에 함께 배트도 안 들고 있는데 공이 날아온다. 에구구. 공 하나는 제대로 치지도 못했다. 두 번째 공부터는 집중을 해서 쳐 보기로 한다. 보통은 술 한잔 먹고 공을 쳐서 공이 무지하게 빠르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제정신이라 공이 잘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건 술 보다 몸이 늙었다는 사실. 분명히 공이 잘 보이긴 하는데 방망이에 공이 맞지를 않는다. 젊을 땐 이 정도면 홈런도 날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력도 나빠지고 몸의 민첩성도 떨어지니 하는 소리만 포수석 고무벽에 울린다.


맞는 공도 방망이 중앙에 정확히 맞아 탕 하며 날아가야 하는데 대부분이 방망이 끝이나 옆에 맞아 핑 하며 땅볼로 가기 일쑤다.


그래도 재미있다. 공을 보고 내가 배트를 휘두르는 기분. 땀이 살짝 나면서 얼굴이 상기되는 느낌. 뭔가 재미없는 무료한 일상이 신나는 어드벤처 놀이공원으로 바뀐 즐거운 느낌이 든다.


15개의 공 중에 딱 하나 유일하게 탕 맞아 안타 하나를 쳤고, 나머지는 다 땅볼과 맞추지는 못 한 볼들이었다. 하지만 공을 치고 다시 일상으로 나왔을 때 그 뭔지 모를 희열감. 뿌듯함. 성취감. 재미있음. 늘 똑같은 일상에서 나에게 새로운 선물을 주니 삶이 재미있어진 느낌이었다.


보통은 터벅터벅 지하철을 무료하게 걸어갔을 나인데 오늘은 속으로 '와! 신난다. 재미있네 이거. 다음엔 더 잘 치도록 도전해 봐야지!' 하며 뭔가 설레며 사뿐사뿐 발걸음을 걸으며 집으로 향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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