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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Oct 15. 2021

4 식구 첫 제주도 여행기-제주 공항 가기

아빠 육아일기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4일 긴 가. 이 휴가를 위해 한 달 전에 제주도행 티켓을 끊었다. 일 큰 목적은 1년 살 곳 둘러보기다. 그리고 드디어 디데이가 찾아왔다. 10월의 '가을 방학'같은 제주도 여행이 시작아침이다.


그런데 공항 가기 2시간 전, 여행 간다고 신이 난 딸 소파에서 점프하다 엉덩이가 매트리스 위로 '' 내려앉았다. 얼마나 아팠던지 아무 말도  하고 내 방으로 달려가는 딸. 엉거주춤한 자세를 하면서 허리를 굽히고 있다. 나를 보자마자 "아빠, 허리랑 배가 너무 아파요." 하며  트린다. '이거 딸 너무 아프면 제주도 못 가겠는데!' 불안한 마음이 엄습한다. 소파에 눕혀 딸 허리를 마사지하고 있으니, 멀리서 지켜보던 아들내미 기어이 한 마디 던진다.


그러다 비행기 가겠다.



'하하하하하'

딸내미 아파 걱정이 태산인데 아들내미 말 때문에 속으로 빵 터진다. 우리 딸 계속 달래 주어도 눈물만 주룩주룩 흐른다. "아파, 배가 아파! 아빠!" 흐느적거리며 계속 내 품으로 파고든다.

 "갈 수 있겠어, 딸?"

내 말에 다행히 고개 끄덕인다. 지하철 안에서도 멍하니 앉아만 있는 딸. 평소 같으면 재잘재잘 거리며 아들내미랑 이러쿵저러쿵 시시콜콜 이게 맞니 저게 맞니 하며 말싸움할 건데 조용하기만 딸이 마냥 걱정된다. 아내도 걱정이 되는지 아무 말이 없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우리 딸?"

"초콜릿 우유"

천만다행이다. 을 것만 찾으면 괜찮아지기 때문이다. 공항으로 가는 환승역. 편의점에서 초콜릿 과자와 초콜릿 우유를 사 주니 냠냠냠 아주 맛있게 먹는. 고 다더니 우리 딸 초콜릿 파워로 열심히 다시 뛰어다닌다. 원래대로 돌아왔다. '제주도 갈 수 있겠구나!' 그제야 안심이 된다.




"아이고! 사람이 많네!"

"다들 장에 가는 사람들이야!"

"다음 역에서 다들 내릴 거야!"

서있는 아주머니들이 앉고 싶어 는 소리가 다 들린다.  와중에 우리 아들 뭔가 신기한 걸 발견했는지 어르신들 다 듣는데도 큰 소리로 떠들어댄다.

"또 할머니.. 할머니.. 또 할머니.. 또 할머니.. 할머니 밖에 안 내려 아빠!"

'

'아이고! 부끄러워라!! 아들! 그만!!' 어디 숨고라도 싶다.


지하철 타고 공항 오는 길, 딸은 다시 회복했고 아들이랑 연신 재잘거린다.

"닥뚜"

"닥뚜"

지하철 안내 방송을 듣고 따라 하는 아들 딸. 그 말에 나도 하하하하 웃는다. 진짜 '덕두' '닥뚜'로 들린다. 대단한 귀들이다.




4 식구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다. 사람이 많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한산하다. 수속을 마치고 공항버스를 타고 비행기 타는 곳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다. 큰 비행기 앞에서 우리 아들  뭔가 걱정이 되었는지 내게 이런다


"우리 네모 가방은요? 아빠?"

"아~저 비행기 안에 있어. 가방이 너무 커서 미리 실었어요."

큰 보라색 캐리어가 있었는데 비행기 탈 때 보니 없어서 걱정되어서 물어본 아들이다.

"근데.. 아빠, 비행뭘로 만들었어요?"

궁금한 게 그렇게 많은 아들이다.

"음... 철로 만들었지.. 그리고..."

내가 뭐로 만들었을까 생각하고 있으니 아들 이런다.

아빠, 물감도!


그래 우리 아들 물감도 맞 맞아. 하하하하하.


비행기 떠오른다. 아이들의 말이 곧  마음이다. 어째 그렇게 속 마음을 말로 바로 잘 나타낼 수 있을까? 마음속에 있는 말을 모두 밖으로 내는 아들이다.


"날았다 날았다"

"난다 난다"

"우리가 난다"

"와우!"


쉬지 않고 창밖을 보며 말하는 아들이다.


"진짜 높아"

"진짜 높아"

"맞지?"


누나랑도 즐겁게 대화하는 아들이다.


"뭐 보여?"

"구름이 보여."

"나 집 보여"

"구름 위에 구름이 있어"

"우주까지 날아갈 것 같아. 나 로켓 타고 싶어."

"다른 색 구름도 있어."

........


아들과 딸이 얘기하는 사이 비행기가 착륙을 한다. 아들이 다시 조잘조잘거린다.

"점점 착륙하고 있어."

"모두 꽉 잡아요."

"완전 흔들려."

"우리 날아가는 건 아니겠지."


"안전벨트 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땡큐"


안내 방송이 나온다. 우리 아들 땡큐 소리를 들었는지 자신 있게 아주 큰 소리로

"땡큐"

 

따라 한다. '땡큐는 잘 들리나 보다! 하하하하' 속으로 얼마나 또 웃었는지 모른다.


비행기 거의 뒤쪽에 앉아 있으니 내리는 것도 한참 기다린다. 그런데 우리 아들 뭔가 또 신기한 걸 발견한 모양이다.

"저기 가방 나오고 있어!"

"우리 가방 어디 있을까?"

"저기 나온다."


내가 더 궁금해 밖을 보니 진짜 우리 보라색 캐리어가 보인다. 비행기 짐을 열심히 꺼내는 분들의 손놀림이 빠르다. 비행기 짐 꺼내는 모습에 곧 배움이 일어난다.

'아! 이렇게 고생많으시구나!' 

'저분들의 수고로 쉽게 짐을 챙길 수 있구나!'

두 달 전에 아이 둘 데리고 혼자 제주도 와서 그런지 아이들 이젠 공항 이용이 아내보다 더 자연스럽다. 척척척 착착착이다. 아내랑 제주도 같이 온 지 정확히 딱 7년 만이다. 그때는 우리 둘 뿐이었는데 지금은 넷이다. 말 많은 5살 아들, 의젓한 6살 딸과의 제주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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