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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Oct 04. 2021

"아빠, 달고나 하러 가자요!"

아빠 육아일기

구운 김에 밥과 간장을 넣어 맛있게 아침을 먹 간편한 복장으로 아이들과 산행하러 나선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넷이서 손 잡고 걷는 길이 참 기분 좋다. 살살 불어오는 가을바람과 가을 햇살이 영화 속 풍경처럼 느껴진다. 아내가 잠시 커피를 사러 간 동안 야구장 근처에서 기다리는데 딸이 뭔가를 발견했다.

"아빠, 저기 달고나 하는 것 같은데 한 번 구경가요."

"그래. 근데, 우리 딸 달고나도 알아?"

"네, 저번에 한 번 같이 해 봤잖아요."

그러고 보니 한 번 딸과 같이 한 기억이 난다. 구경하러 가고 있는데 사촌 조카들이 큰 소리로 '이모부' 한다. 달고나 구경을 가야 하는데 언니 오빠를 만나서 인사한다고 달고나 구경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딸, 달고나 구경은 이따 산행 마치고 내려와서 하자!"

우리 딸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아들 딸이랑 이렇게 산을 온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예전에 금정산 꼭대기에서 힘들게 내려온 기억 때문에 우리 아들 딸 산이라면 질색을 하는데 오늘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아주 즐겁게 언니 오빠들이랑 산행을 한다. 내 앞에서 열심히 산을 올라가는 아들내미 10분쯤 걸었을까 힘들다고 보채기 시작한다. '언제 도착하는 거야?'하고 계속 내한테 묻는다.


다행히 운동기구가 저 멀리 보인다. 운동기구를 보더니 갑자기 아들 딸 다시 에너지가 솟아난다. 할머니와 사촌 언니 오빠들이 훌라후프 오래 돌리기 내기를 하고 있으니까 그 옆에서 훌라후프를 돌리려고 애를 쓰는 아들 딸이다. 조그만 몸과 허리로 훌라후프를 돌리려고 애쓰는 모습 주위 아저씨 아줌마들이 귀엽다고 야단법석이다.


운동기구 있는 데서 모든 에너지를 다 쏟는 아이들. 30분은 족히 넘게 운동하고 재미있게 논 것 같다. 다시 산을 오르자고 하니 아들내미 할머니 집 언제 가냐고 투정 부리기 시작한다. 겨우 겨우 꼬셔서 10분 정도 산행을 했는데 더 이상은 못하겠단다. 딸도 발목이 아프다고 그런다. 운동 기구 근처 정자로 다시 내려와 싸온 김밥을 나눠먹고 얼른 하산을 한다.




할머니 집으로 잘 가고 있는데 우리 딸 갑자기 내게 와서는 이런다.

"아빠, 달고나 하러 가자요!"

"어.....? 달고나... 아! 그래..."

난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우리 딸 달고나 가자고 했던걸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내가 어릴 때는 '쪽자'라고 불렀는데 요즘 아이들은 달고나라고 그런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후로 달고나 인기도 급상승했는지 달고나 하는 한 곳은 이미 만원이다. 뒷 쪽에 있는 다른 달고나 장소는 자리가 남아 있다. 가격을 보니 가격이 제법 한다. 한 판이 2,000원이고 두 판하면 3,000원이다. 조카들과 우리 아들 딸 합치니 넷이다. 네 명한테 달고나 할 거냐고 물어보니 다 한다고 그런다. 6학년 조카는 3시에 수학 학원 가야 된다고 입이 한 입 나왔는데도 달고나는 한단다. 달고나의 힘은 대단하다. 너무 장사가 잘 되 살짝 장모님에게 달고나 장사 이야기를 꺼내 본다.


"장모님, 달고나 장사 수입 괜찮을 것 같은데요."

"맞제? 근데 이거 아무나 못할 것 같은데. 다 허락받고 하는 거 아닐까?"

"이거 노점이라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글쎄. 잘 모르겠네. 누구나 다는 못 할 것 같은데."


달고나 주문을 하러 가까이 다. 설탕을 넣어 달고나를 열심히 젓는 남자 한 분과 달고나 뭉치를 던져주면 동그랗게 펼쳐서 모양을 찍으시는 여자 한 분이 주인이시다. 손놀림이 재빠르시다.

"저기요, 여기 4명 할게요."

내가 분명 큰 소리로 말했는데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하시는 일에 몰두 중이다. 너무 바빠서 못 들으신 것 같아 한 번 더 말해 본다.

"저기요, 여기 4명 할게요. 6000원 맞죠?"

묵묵부답이다. 갑자기 계좌번호가 적힌 박스 조각을 하나 던져주신다. 알고 보니 나보다 일찍 온 사람이 현금이 없으셔서 그분에게 던진 모양이었다. 내가 만원을 꺼내서 여자 주인분에게 주며 최대한 눈을 맞추 "4명 할게요."를 큰 소리로 말했다.

"네네네며어엉."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시며 손가락 네 개를 드신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라고 말하자 플라스틱 돈 상자에 만원을 넣고 거스럼 돈 4천 원을 주신다. 손짓으로 원하는 모양을 고르라고 하시고 정확하지 않는 목소리로 기다리라고 하신다. 그제야 속으로 '아하!' 한다.


하나하나 원하는 모양이 달고나에 찍혀서 나왔다. 침을 이용해서 원하는 모양대로 잘라내면 성공이다.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아들내미 침으로 몇 번 찌르더니 바로 '아빠, 아빠' 한다. 몇십 년 만에 하는 쪽자다. 침에 침을 묻혀야 하는데 코로나 시국에 찝찝하다. 자국을 따라 찬찬히 한 침씩 한 침씩 정교하게 찔러야 하는데 보통 인내가 필요한 게 아니다. 딸과 조카 한 명은 벌써 다리가 부러지고 날개가 잘렸다. 쉽게 빨리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달고나 게임이다. 이정재가 미치도록 핥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달고나는 실패해도 기쁨이다. 부러진 모양을 먹으면 달콤함이 입안 한가득이다. 그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리 딸 조카 얼굴 표정이 아주 밝다. 설탕 맛을 누가 싫어하겠는가? 적당히 먹었는지 딸과 조카가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한다. 내가 하자고 한 거 그냥 쿨하게 한 번 더 시켜준다. 그런데 6학년 조카애가 성공했다. 박쥐 날개가 하나도 다치지 않고 성공했다. 사진을 연신 찍는다. 달고나 주인도 엄지를 척 날려준다. 성공 기념 지포와 달고나 한 판 중에 달고나 새로운 한판을 선택한다.

성공한 달고나 박쥐

한편, 우리 아들 아내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아내가 하다 그만 달고나 사람  부러.

"엄마 때문이야. 엄마 때문이야!"

하며 사정없이 엄마 탓을 한다. 할 수 없이 장모님이 한 번 더 비행기 달고나를 시켜준다. 두 번째 달고나 우리 아내 절대 도와주지 않는다. 아들내미 한 참을 바라보고 있더니 용기를 내어 침을 꺼내서 찌르기 시작한다. 시작하자마자 이내 갈라진 비행기 몸통. 바로 울며 이런다.


"뿌러져쎠... 뿌러져쎠..."

"이거 원래 힘든 거야! 아들!"

내가 어려운 거라고 마음을 다독이는데 되려 이런다.

"나도 잘하고 싶어! 형님은 했잖아!"


속으로 하하하 웃는다. 형님이 성공한 걸 나름 열심히 보고 있었던 거다. 자기도 진짜 성공하고 싶었던 거다.


"나도 잘하고 싶어.. 나도 잘하고 싶어..."


몇 번 그러더니 부서진 달고나 조각을 먹으며 기분 좋아진 아들이다. 마지막 두 번째 판은 다들 실패를 했다. '감사합니다.'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남자 주인 분께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마구 나눠 주신다. 역시나 말은 없으시다. 말보다 행동의 따뜻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만원으로 아이들 네 명이 모두 즐겁게 달고나 놀이도 하고 승패의 맛도 보았다. '나도 잘하고 싶어!'라고 슬피 말하던 아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달고나 성공하는 날엔 아빠가 사진 하나 대문짝만 하게 찍어서 아 방에  걸어줄게! 아빠가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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