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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Nov 30. 2021

"아빠, 새들이 싸워요!"(지키는 자VS 빼앗는 자)

아빠 육아일기

나는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가? 또, 무엇을 빼앗으려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나누려 하는가?



일요일 아침 6시부터 아들내미 잠이 다. 내 방으로 넘어와선 자고 있는 내 몸 위로 인간파도를 몇 번 탄다. 내가 안 일어나 안 놀아주니 거실에 나가선 클레이로 각종 자동차와 비행기를 만들고 논다.


그것도 잠시, 다시 와선 "아빠, 아빠, 아침이에요. 일어나세요. 심심해요!"그런다. 그 소리에 잠이 깬 딸내미, 아들과 합세해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소리를 목놓아 외친다. 심심하단 소린 노트북을 보고 싶다는 말인데 곧 딸내미 "노트북 보여주세요! 노트북, 노트북, 노트북"한다. 노트북을 지키려는 나와 노트북을 빼앗으려는 아이들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결국은 빼앗으려는 자의 승리다. '심심해'와 노트북으로 주말 일요일 아침을 여는 아이들이다. 아점을 먹고 집구석에 쌓인 어린이책들을 버리러 집 밖을 나왔는데 날씨가 참 좋다. 11월의 말이라 하기엔 햇볕도 따뜻하고 놀기 안성맞춤이다. 아이들 꼬셔서 노트북 그만 보고 밖에서 놀게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노트북 그만 보자!"

"좋아하는 거 하나만 더 보고요!"

아들내미의 당골 멘트에 약속을 하고 10분을 더 기다린다.

"아빠, 껐어요! 이제 옷 갈아입을게요."

노트북을 게임 채널로부터 지켰다. 밖에 아이들 데리고 나가기 성공이다.


배드민턴과 원반 던지기를 하자고 꼬셔서 밖으로 나왔다. 배드민턴 다섯 살, 여섯 살 아들과 주고받기엔 아직 무리다. 몇 번 던져주고 치다 싱겁게 끝난다. 근데 오랜만에 한 원반 던지기가 생각보다 꽤 재미있다. 리서 던져도 보고 굴려도 보이리저리 원반 잡으러 다니느라 내가 다 재밌었다.


그런데 갑자기 "퍼덕퍼덕 퍼더덕", "삐이 삐, 삐이 삐, 삐비 비비 " 소리에 주위가 소란스럽다. 비둘기 3 마리가 나무 빨간 열매 먹는 소리에 퍼덕퍼덕 퍼더덕한다. 가지가 얇아 중심잡기가 어려우니 날갯짓을 하며 열매를 먹는 거다. 근데 갑자기 '삐이 삐' 앙칼진 소리를 내며 직박구리 한 마리가 날아와 먹고 있는 비둘기 3 마리를 쫓아 보낸다.


밖에서도 열매를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공중전도 볼만하다. 아주 날렵하게 날아와 부리로 비둘기들을 공격하니 이에 줄행랑을 치는 둘기들이다.

"아빠, 새들이 싸워요!"

"그렇네. 왜 싸울까?"

"열매 먹으려고요!"

"그래, 열매가 저렇게 많은데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면 되는데 맞지?"

"네."


아들과 다시 원반 던지기를 하고 있으니 비둘기들이 다시 먹이를 으러 왔다.

"아빠, 아까 그 비둘기들이에요."

"그래, 맞는 거 같네."


공중전에서 처참히 실패를 맛본 비둘기들이 나무 위론 얼씬도 못한다. 떨어진 빨간 열매를 찾으러 분주하게 보도블록 위로 총총총거린다. 떨어진 열매가 부족한지 직박구리가 없는 걸 확인한 비둘기들 재빠르게 나무에 올라 빨간 열매를 먹는다.


"삐익 삐익 삐비 빅" 소리가 어디서 나더니 다시 한번 비둘기를 쫓아내는 직박구리다. 자세히 보니 직박구리들이 나무 여기저기에서 보초를 서서는 '삐익 삐'소리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열매를 지키려는 자들의 치열한 목소리였던 거다.


그걸 보고 있자니, 인간 세상도 참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부익부 빈익빈. 많이 가진 사람은 더 가지려고 하고, 적게 가진 사람은 더 적게 가진다. 아들 말처럼 서로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면 참 좋으련만 그게 참 어려운 건 모양이다.


그래서 그렇게 우리 아들내미 딸내미도 조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거고,  1학년 우리 반 애들도 그렇게 먼저 색종이를, 제기를 심지어 나의 칭찬을 차지하려는 거구나! 다 자연의 이치구나 싶다.


아침에 아이들과의 노트북 전쟁도 똑같은 거였다. 노트북을 많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와 노트북을 많이 보고 싶은 아이들과의 싸움인 거다. 결국 지키려는 와 빼앗으려는 아이들과의 싸움이었던 거다. 사람 세상과 동물 세상도 별반 차이가 없는 거구나. 서로 다른 욕구들과의 끊임없는 대립과 싸움의 연속이 세상사인 거구나. 새들과의 싸움을 통해 나를 뒤돌아본다.


그래도 인간이 동물보다 나은 건 생각할 수 있고 나눌 수 있다는 거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 와선, 짜장면이 부족한 동생에게 먼저 짜장면을 건네주는 딸내미다. "고마워!"라고 말하며 이내 탕수육 소스가 부족한 누나에게 숟가락으로 떠서 누나에게 주는 동생이다. 딸 역시 "고마워!" 한다.


지키는 것보다, 빼앗으려는 것보다, 역시 나누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대화하며 서로 나누며 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직박구리도 비둘기와 사이좋게 열매를 나누어 먹으면 좋겠다.



여러분은 무엇을 지키려고 애를 쓰고 있는가? 또, 무엇을 빼앗으려 하고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나누고 있는가? 


*내가 지키려는 것들: 아내, 딸, 아들, 건강, 웃음, 성실, 정직, 행복, 환경...

*내가 빼앗으려는 것들: 트북, 잠, 아이들 심한 장난, 수업 중 지나친 방해, 나쁜 습관, 욕..

*내가 나누는 것들: 교단일기, 책 정보, 그림책 읽어주기와 글쓰기,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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