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한 번씩 인터넷 장을 본다. 인터넷 장 참 편하다. 휴대폰으로 클릭 몇 번 만으로 다음 날 바로 현관문 앞에 주문한 쌀이며 물이며 각종 음식이 한가득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밤낮 고생한 택배기사님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끼는 순간이다.
어느 날 아내가 택배로 음식 주문을 했다. 그 안에 생전 처음 보는 '깐 메추리알'이 떡하니 있다. '어! 요즘 참 요리하기 쉽게 다 까서 나오네! 근데 이거 아내가 왜 주문했지? 직접 해 줄 생각인가?' 싶다.
그런데 냉장고에 한 번 들어간 그 깐 메추리알 1주일이 지나도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다. 각자 바쁜 회사일에 메추리알 요리를 해 주도 먹을까 말까인데 요리는 둘 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오래 놔두면 이거 아무래도 그냥 버리겠다 싶어 용기를 내어 메추리알 장조림 조리법을 찾아본다. '오~생각보다 간단하네~' 물에 간장, 물엿 넣고 깐 메추리알 넣고 냉동실에 있는 소고기 좀 넣어 조리면 되겠다 싶다.
요리법에 맞게 있는 재료를 넣었다. 잘 될까 말까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메추리알 장조림이 뚝딱 완성되었다. 비주얼이 별로 나쁘지 않다. 한 번 먹어 봤는데 맛도 괜찮다.
"아들, 딸 우리 저녁 먹자! 오늘은 메추리알 아빠가 만들었어요!"
"메추리알이 뭐예요?"
"아빠도 잘 몰랐는데 메추리란 새가 있어. 바로 그 알이야!"
"아빠 누구 알이라고요?"
"메추리 알이야!"
"메추리 새?"
"메추리 새 맞아."
새란 소리에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는 딸이다. 새 알을 먹는 다고 생각하니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너무 잔인하잖아요!"
딸이 메추리란 새의 알을 먹는다고 하니 잔인하다고 한다. 아들 내민 "슬퍼 슬퍼."라고 한 술 뜬다. 둘 다 처음에는 안 먹으려고 하더니 배가 고프니 맛을 본다. 짭조름한 간장 맛에 완전 케이오패다. "아빠 메추리알 더 없어요?", "더 주세요!"하고 소리친다.
메추리알도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게 딸내미가 자주 먹는 계란 설명을 추가로 해 준다.
"딸, 우리 계란 먹잖아. 계란도 닭 알이야!"
"네? 계란이 닭 알이라고요?"
"어. 닭 알을 우리가 먹는 거야!"
"엉. 이때까지 몰랐네. 그래서 메추리알도 계란 맛이랑 비슷하구나!"
잔인하다고 하면서 메추리알을 맛있게 먹는 아들 딸. 다음 날 아침에 부인도 맛을 보더니 맛있다고 한다. 아내에게 깐 메추리알 왜 주문했어라고 물어보니 씩 웃으며 한 번 먹고 싶어서 주문했다고 그런다. 바쁜 일상에 아내가 주문한 메추리알 덕분에 아들 딸이랑 재미있고 의미 있는 대화를 했다.
나도 사실 어릴 때 메추리알을 먹으며 이 알을 낳은 새는 어떤 새인가 너무 궁금했었다. 예전에 <삼시 세 끼>를 보면서 메추리란 새를 처음 봤었다. 얼마나 귀엽던지 꼭 키우고 싶은 1순위가 되었다.
마당 넓은 집으로 가면 메추리란 새를 꼭 한 번 키워 볼 거다. 그때 진짜 갓 낳은 메추리알도 보고 싶다. 직접 낳은 메추리알을 보면 그땐 우리 아들 딸 잔인하다고 안 먹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