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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Dec 30. 2021

"아빠, 비밀번호 풀었어요."

아빠 육아일기

내년이면 7살이 되는 딸내미 요즘 내 폰 찾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 갔다 와서 잠시 한 눈을 팔고 있으면 어느새 내 방에 들어가 가방 앞주머니에 있는 폰을 찾아 책상 아래에 숨어 열심히 폰을 한다. 주로 검색 기능을 이용해 옥토넛, 베리, 타키포 등을 찾아서 본다.


"딸내미, 아빠 폰 그만 보고!" 나의 말 한마디에 순순히 폰을 가져오는 딸이다. "아빠, 너무 심심해서 아빠  폰이 계속 생각났어요!"라는 딸. 별 크게 뭐라 않는데 폰을 찾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니 내심 불안하긴 하다. 불편하긴 하지만 딸을 위해 아내 폰처럼 보안 기능을 걸어 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원래 성격이 단순해서 패턴도 아주 단순한 z로 정했다. 우리 딸 몰래 내 폰을 보려다 패턴이 걸려 있으니 바로 포기한다. "아빠, 폰 비밀번호 걸려 있네요! 제가 못 보게 해 놓은 거 맞죠?"라고 물어보는 딸이다. 뭐라고 둘러대긴 했는데 내 딸 벌써 나의 속내를 다 간파해버렸다. 어쨌든 폰에서 딸을 멀어지게 해 놓는데 완전 성공이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하고 왔는데 딸이 내 책상 아래에서 숨어 한참을 뭔가를 하고 있다. "딸?"하고 불렀는데 뭔가 놀란 행동을 하더니 방을 나오며 나에게 이런다. "아빠! 아빠가 비밀번호 푸는 거 보고 따라 했는데 풀렸어요." "어?" 대단한 딸이다. 한 번 실수로 딸 앞에서 패턴 푸는 걸 보여줬는데 그걸 정확히 눈여겨보고 따라 한 거다.


그날 저녁 바로 패턴을 다른 모양으로 바꾸었다. 내가 쉽게 풀기 위해 계단 모양으로 바꾸었다. 힌트도 넣으라고 해서 '계단'이라고 적어 놓았다. 우리 딸내미 집에 오자마자 내 방문을 슬며시 닫는다. 내가 선전포고를 한다. "딸, 아빠가 패턴 바꿔놨어요!" 내 말이 맞는지 확인해 보는 딸 이내 이런다. "맞네. 아빠 비밀번호 바꿔났네. 힝!"


그런데, 잠시 뒤 딸이 "아빠, 비밀번호 풀었어요."라고 신나서 웃으며 내게 달려온다. "엉? 어떻게?"라고 물어보니 이런다. "아빠, 힌트가 '계단'이라고 해서 계단 모양으로 했더니 바로 풀렸어요!" 한다. 힌트를 적어 놓은 내가 스스로 무덤을 판 모양이었다. 어쨌든 패턴을 풀어서 기분 좋은 딸. 보물을 찾은 것처럼 내 앞에서 계속 히죽히죽 웃는다.


저녁 시간 아내에게 폰 패턴 푼 이야기를 해 주니 아내도 크크크 하며 웃는다. 그 얘기를 듣는 딸도 웃기는지 덩달아 하하하하 웃는다. 아내가 그런다. "여보! 여보도 지문으로 바꿔요. 진짜 편해요!" 나도 지문으로 폰을 곧 바꿔놓아야 하겠다.


폰에 집착하는 딸이 걱정되기도 한데 한편으론 패턴 찾기 놀이처럼 되어 재밌기도 하다. 마치 딸이랑 보물찾기 하는 것 같다. 지문으로 넘어가기 전에 힌트를 기역, 니은, 디귿으로 몇 번 더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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