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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Nov 28. 2021

"아싸! 배추김치 내일 담근다."

아빠 육아일기

"아싸! 배추김치 내일 담근다."

하원길, 아들내미 내 손 잡자마자 다. 며칠 전부터 앞치마 준비해야 한다, 빨간색 검은색 옷 입고 와도 된다느니, 준비물을 신신당부하는 아들내미다.


금요일 오후가 되니 양념 무치는 사진과 김치통을 들고 배추도사랑 무도사랑 찍은 사진이 속속 도착한다. 실제 인터뷰가 너무 궁금다. 역시나 나를 보자마자 이런다.


"아빠, 할머니 두 분이 오셔서 김장 다 해 줬어요."

"어? 아들은 뭐했어?"

"양념만 무쳤어요."

"딸은?"

"양념만 제가 하고 나머진 선생님이 다 했어요."

김치를 혼자 다 만들고 싶었는데 다 못해서 속상하다는 말투다. 래도 아들내민 싱글벙글 웃으며 김치 만들었다고 뿌듯해한다.


"아빠, 내가 만든 거예요."

"그래, 그럼 집에 가서 아들 만든 거 아빠가 먹어도 돼?"

"네, 당연히 되죠."

"아빠, 제껀 할머니 갖다 주면 되겠다."

우리 딸내미 자기껀 할머니 주겠다는 마음이 참 곱다.


갓 담은 김치랑 어울리는 게 뭘까 생각하다 김이 생각난다. 김을 프라이팬 위에 올려 10장 정도 구워 먹기 좋게 잘랐다. 간장에다 참기름을 넣고 깨소금을 가득 넣어 소스를 만들었다. 어제 남은 새싹에 아주 잘게 썰고 볶은 스팸까지 완료다. 끝으로 아들이 담은 김장 김치를 먹기 좋게 손으로 길쭉하게 잘랐다.


세팅 완료!


갓 구운 김 위에 밥을 올리고 간장소스와 김치를 올려 한 입 가득 씹으니 바다향과 김치향에 입안이 황홀하다. 상 다 가진 맛이다. 가 너무 맛있게 먹으니 아들 딸도 덩달아 나처럼 먹는다.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아! 자~~ 알 먹었다!"

아들내미 다 먹고 장난감 하러 사라진다. 아들 딸 덕분에 내가 다 입이 호강했다.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이렇게 바로 담근 김치가 맛있을 줄 상상을 못 했다. 아들 딸 손맛이 진짜 들어가서 이렇게 맛있나 싶기도 하다.


"엄마가 김장 많이 해 오래요!"

"한통 밖에 없는데!"

"배추 뜯으면 많아 보일 거예요."

딸아이랑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대화가 계속 생각나서 키득거린다. 우리 아내 갓 담은 김치가 많이 먹고 싶었나 보다. 근데 한 통 밖에 못 가져와서 어쩌나. 김치는 이렇게 맛있는데. 진짜 아이들과 김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다 해봐 싶기도 하다.


아들 딸 김장한 덕분에 이렇게 저녁을 잘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할머니한테 전화하는 딸, 기어이 나를 빵 터트린다.

"할머니, 김장 담은 거 할머니 주러 갈게요. 이따 봐요!"


아이들에게 실제 김장하는 경험을 주시고. 직접 김장한다고 고생하신 어린이집 선생님께 감사의 말을 여기에서나마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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