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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Nov 07. 2021

"이 닦자.", "아니 아니."

아빠 육아일기

"이 닦자.", "아니 아니."

자기 전에 아이들 이 닦이기가 하루 중 가장 큰 숙제다.

"엄마, 저 어디 있게요?"

잠이 와서 요리조리 숨는 아들내미 이는 안 닦고 장난을 친다. 이불 안에 들어가서는 나오지도 않는다.

"이 닦자."

"아니 아니."

이 안 닦겠다고 떼쓰기 시작하는 아들을 두고 아내 평소 자주 써먹던 방법을 이용한다.

"어! 입 안에 벌레 두 마리가 지나간다."

예전엔 쉽게 통했던 이 말이 이젠 안 먹힌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진다. 엄마."


"하하하하하하"

멀리서만 지켜보던 나 웃음이 빵 터진다. 내가 바통을 다시 이어받아 겨우 겨우 설득해서 이를 닦인다.  안 해도 혼자서 착착 이 닦는 순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아이들 이를 닦이고,  불을 끈다. 일명 잠 모드다. 보통은 아들내민 엄마랑 자고, 딸은 나랑 잔다. 그런데 오늘은 "아빠랑 자야지." 하며 베개를 들고 그 비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와 내 옆에 눕는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 둘 다 좋아요." 그런다.


잠시 후, 내 귀만 들리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이런다.


"근데, 아빠가 좀 더 좋아요. 엄마한테 말하지 마요..... 엄마가 슬퍼요."


엄마가 슬퍼한다는 말에 속으로 '하하하하하' 한참을 웃는다. 이 닦인다고 그렇게 날 힘들게 하더니 또 내가 엄마보다 좋다고 웃게 한다. 그러면서 엄마 슬퍼할 거까지 생각하는 들내미 이제 다 키웠다.

(근데 왜 이렇게 힘들지... 하하하하)


아무튼, 아들내미 딸내미 나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난리다.

"나 아빠랑 잘 거야!"

"나도 아빠잘 거야!"

실랑이를 벌이는 아들과 딸, 누나가 아빠랑 잔다니까 아들내미 뭔가를 생각하더니 이런다.

"엄마는 누구랑 자?"

듣고 있던 딸이 하는 말이 오늘의 결정타다.


"엄마는 혼자 자는 게 더 좋대."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매일매일 이 닦이는 것부터 퀴즈 내기 그리고 재우기까지 아들 딸과 매일 실랑이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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